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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소송 3년… ‘장애인 감염병 안전 대책 마련하라’는 법원 조정안도 거부하는 복지부
메르스 때 활동지원 없어 고립된 중증장애인들… ‘생존 위협’
“복지부는 재판에 안 나오고 소송대리인은 내용도 몰라” 분노한 장애인들, 세종시까지
등록일 [ 2019년03월26일 15시36분 ]

한 참여자가 메르스로 촉발된 장애인 재난 감염 관련 소송이 3년째 진행 중임에도 재판에 불참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복지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손피켓 “소송 3년 복지부동”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장애인 감염병 안전 대책을 만들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조차 무시하는 보건복지부에 항의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세종특별자치시까지 찾아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26일 세종시 보건복지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촉발된 장애인 재난 감염 관련 소송이 3년째 진행 중임에도 재판에 불참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복지부 질병정책과를 규탄하며 정부가 하루속히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015년 5월, 한반도를 강타한 메르스는 사망자 38명, 확진자 186명, 격리대상자 1만 6693명을 남긴 사회적 대참사였다. 그 기간 정부는 감염병 관리에 철저한 무능을 보여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염병 안전대책은 속수무책이었다.

 

실제 뇌병변장애인 ㄱ 씨는 입원해있던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자가격리대상 통보를 받았는데, 격리되어 있던 14일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지체장애인 ㄴ 씨는 자가격리대상자는 아니었으나 메르스 전파 우려 때문에 활동지원인력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 스스로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독거장애인 ㄴ 씨는 결국 병원 입원을 선택했다.

 

이에 2016년 10월 12일,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메뉴얼 작성 및 운영’ 등을 요구하는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번 소송을 “2015년 5월 메르스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당시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메르스 대응지침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한 상황에 대하여 장애인의 안전과 생명권을 보장하지 못한 국가에 책임을 묻고자 제기”한다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은 언제든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26일 세종시 보건복지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로 촉발된 장애인 재난 감염 관련 소송이 3년째 진행 중임에도 재판에 불참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복지부 질병정책과를 규탄했다. 사진 박승원.
 

이번 소송으로 정부에 감염병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을 포함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장애를 고려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장애를 고려한 감염병 기본계획 및 표준메뉴얼 제작을 복지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2018년 1, 2월 조정 과정에서 복지부는 조정 의사가 없음을 소송대리인을 통해 밝혔고, 이에 재판부가 ‘행정부 속성상 조정을 곧바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조정재판부에서 강제조정안을 제시하겠다’며 재차 협의를 요청했다. 법원이 내놓은 강제조정안은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7년 9월 내놓은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에 장애인 등 감염취약계층의 특수성을 고려해 △감염관리 인프라 개선 △감염취약계층 대책에 있어 인센티브 확대 및 인식개선 캠페인 △감염병 표준매뉴얼에 감염취약계층 관련 사항 구체적 명시 등을 반영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끝내 거부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8월 복지부는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 과제별 세부이행계획 및 이행실태 점검계획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장추련 측은 “이 자료엔 재판의 본래 취지인 감염병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면서 “현재 어떤 곳에서도 원고 측이 요구해 온 감염병 발생 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장애 관련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재판에 임하는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장추련 측은 “복지부는 3년여의 재판 진행 기간  제대로 법정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고, 소송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법무공단의 변호사만 재판에 참석할 뿐이었다”면서 “재판부 역시 여러 차례 피고와 원고 측의 협의를 요구했지만 정부 관계자 얼굴도 볼 수 없는 재판에서 협의 조정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소송의 가장 큰 목적은 위기 상황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공공의 목적으로 국가 체계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복지부가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소송에 임하는 것은 결국 장애인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분노했다.

 

한 참여자가 “죽어야 바뀝니까?”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장은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비장애인에게도 위협적인 감염병의 여파는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 살아가는 장애인에게는 일상이 멈출 수도 있는 생존의 문제”라면서 “밥 먹기, 씻기, 화장실 가기 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신변보조부터 외출하기,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을 멀리하고, 격리될 것을 명령한 그 순간에도 몸 부대끼며 서로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홍석표 법무법인광장 변호사는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안전조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해외사례를 찾아 법원에 제출하고 복지부에도 전달했다. 판사들은 정부에서도 수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해서 1년 넘게 쌍방에 조정을 권유했으나 복지부에서 말이 없기에 강제조정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면서 “강제조정안 또한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에 원고가 요구하는 감염병 발생시 필요한 조치, 활동지원서비스는 어떻게 중단없이 이뤄져야 하는지 등을 가이드 형식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협의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대해 복지부가 성실히 임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며, 소송 관련 부서인 복지부 질병정책과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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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혜민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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