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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복지 예산 확대 요구하며 세종시 출근길 막아서다
420공투단, 27일 오전 기재부•복지부 출근 저지 투쟁
문체부•노동부•복지부와 면담 결정...기재부 면담만 미정
등록일 [ 2019년03월27일 12시13분 ]

27일 오전, 420공투단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건물 출입구를 막고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27일 오전, 2019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와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출근을 막아섰다. 

 

26일 출범한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GDP 대비 장애인 복지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세종시에 있는 기재부 앞에서 1박 2일 노숙 농성을 했다.  420공투단은 오는 7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예산은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진짜’ 등급제 폐지를 위해서는 2022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8조 원으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20공투단은 27일 오전 7시 40분부터 오전 9시까지 기재부와 복지부 출근 저지 투쟁을 했다. 사다리를 목에 건 장애인 활동가들이 건물 출입구를 봉쇄하고, 각 부처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박대희 전남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언론에서 온통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홍보를 하다 보니,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센터로 등급제 폐지 이후 서비스가 어떻게 확대되는지 문의를 해온다”라며 “하지만 현재의 예산 수준으로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서비스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대통령 바뀌었다고 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박 소장은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정치인 몇 명 잘한다고 장애인의 삶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제시하는 예산 수준은 우리를 ‘살려는 주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시설에 처박혀, 골방에 갇혀서 세상과 단절된 채 목숨만 붙어있는 삶을 거부하고, 힘들고 고단해도 당당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선택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20공투단 회원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명판에 '돈만 아는 저질,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문구를 덧붙여 써넣고 있다. 사진 박승원

27일 오전, 420공투단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하며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라는 문구를 길 위에 새겨 넣었다. 사진 박승원

박정숙 사단법인 노들 활동가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1박 2일간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도 면담에 응하지 않는데, 마음이 편한지 되묻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박 활동가는 “오늘 투쟁을 접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오늘까지만 모면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라며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만남을 요청하고 끈질기게 찾아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장애인도 국민으로, 장관이나 공무원과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지역사회에서 존중받고 함께 살아갈 때까지 결코 지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출근 저지 투쟁을 마무리한 후 9시 30분에는 기재부 앞에서 1박 2일 투쟁의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대표는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각 부처에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필요한 2020년도 예산 요구안과 근거자료를 보내고, 면담을 매주 지속해서 요청했다”라며 “그리고 이러한 노력과 투쟁의 결실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오는 4월 2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면담이 예정되었다. 박 대표는 “문체부와의 협의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의 가치를 인정받아 제대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4월 3일에는 고용노동부와의 면담이 예정되었다. 면담에서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제도를 논의할 계획이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는 2017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84일간 이어진 농성 끝에 얻어낸 성취나, 실제로는 중증장애인의 고용이 불가능한 제도로 구성되어 장애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복지부와의 면담도 4월 11일로 결정되었다. 복지부와 420공투단은 활동지원 제도 및 예산 확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장애인 일자리 예산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현재 65세가 넘으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 활동지원 예산을 책정할 때 기준시간을 현재 109시간에서 130시간으로 확대하는 것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올해 2500개로 예정한 장애인 일자리를 내년에 8천개, 향후 4만개까지 늘려 현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9천명의 장애인 노동자들을 이 일자리로 전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와의 면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26일 기재부 복지예산 담당 사무관과 420공투단이 만났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박 대표는 “담당 국장과 과장이 국회에 출장을 가 있다고 해서 사무관을 만나 예산 요구안을 설명했다”라며 “사무관에게 담당 국장과 과장 면담을 요구한 상태이니 기다려 보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대표가 1박 2일 투쟁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이어 박 대표는 “지난해 불용 예산이 24조 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예산안은 8조원이니 얼마든지 확보 가능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의 삶이 변화되는 문제일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에서 꾸준히 강조하는 ‘일자리’도 늘릴 수 있는 예산인데 대체 왜 이렇게 응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올해 7월 장애등급제 폐지가 그저 ‘점수 조작’으로 끝나지 않도록 힘차게 투쟁하자. 오늘 우리의 투쟁으로 많은 결실을 맺었듯, 앞으로도 투쟁을 통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420공투단 회원들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420공투단은 다음 주부터 ‘장애인차별철폐의날’ 전날인 4월 19일까지 광화문에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다운 420공투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농성을 통해 범국민 서명운동 등 선전전을 이어가고, 4월 19일 농성 해산을 선포한 후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해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대회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번 투쟁의 기운을 4월 20일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앞에서 1박 2일 농성을 마친 후 420공투단 회원들이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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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한별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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