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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 가장 많은 경기도, 선도적으로 ‘시설폐쇄 조례’ 제정해야”
‘성심동원’에서 또 문제 터져… 장애계, 경기도에 시설폐쇄 조례 제정 촉구했지만
경기도, 특별한 대책 없이 “기존 정책 선에서 노력하겠다” 원론적 답변만
등록일 [ 2019년04월08일 19시40분 ]

지난 2월,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성심재활원' 직원이 거주인들에게 서로를 때리라고 강요하는 영상이 보도되었다. 특히, 발달장애인 거주인들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하며 서로를 때리게 만들고, 이를 촬영한 데다 동료 직원들과 동영상을 공유까지 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문제는 성심재활원의 사회복지법인인 성심동원이 이전에도 거주시설 장애인 학대로 수차례 지적을 받았음에도 같은 학대가 또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2015년에도 장애인 학대 동영상이 외부인에 의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가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장 교체와 관련자 징계, 지자체의 행정처분 등을 권고했다.

 

지난 2017년 1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시설 직원이 거주인의 머리를 24회 수차례 짓누르며 폭행하고, 플라스틱병을 던져 머리 뒤쪽이 찢어지는 등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2018년 12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거주인을 부당하게 격리하거나, 조직적으로 CCTV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기도는 현재 성심재활원 직원 24명을 경찰에 고발 조치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국의 장애인들은 성심재활원 사건이 직원 처벌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관련 기사: “성심재활원 사건이 충격적? 전혀 새로운 일 아냐… 근본적 해결 위해 시설 폐쇄해야”).

 

8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오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경기도 장애인 정책 토론회'에서는 성심재활원 사건의 근본적 재발 방지를 위한 장애계의 제언이 공유되었다.

 

8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경기도 장애인정책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최한별
 

"반복되는 시설문제, 원인은 시설 구조 그 자체. 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해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314개(전국 대비 20.70%)의 장애인거주시설이 있고, 총 6286명(전국 대비 20.48%)이 살고 있다. 이는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큰 규모다. 증가 추세 역시 가파르다. 2011년 대비 2017년 경기도 장애인 거주시설 수는 서울 다음으로 많이 증가했고, 거주인 수는 연평균 약 182명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그러나 2019년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전체 예산 중 탈시설-자립지원 예산은 0.84%에 불과하다. 거주시설 관련 예산이 16.28%인데 반해 현저히 낮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은 이러한 수치를 들며 "경기도가 여전히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및 이재명 도지사의 공약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탈시설 공약을 내세웠고, 국정과제로도 이를 꼽았다. 이재명 도지사 역시 지난 2018년, 도지사 후보 시절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조 실장은 "경기도는 1996년 에바다농아원 사태를 경험했고, 전국 최대규모의 장애인거주시설(가평 꽃동네)이 현존하는 곳"이라며 "최근까지 성심동원 법인 산하 성심재활원같이 거주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성심재활원과 같이 거주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거나 발생했던 전력이 있는 거주시설을 중심으로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해당 시설을 폐쇄하는 작업을 즉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조 실장은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설립허가 취소 등)에서 법인 설립허가 취소의 근거와 지자체의 권한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장애인복지법 제62조(시설의 개선, 사업의 정지, 폐쇄 등)에서도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폐쇄 권한을 확인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사회복지법인 비리 문제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경기도 역시 성심동원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나아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조 실장은 "거주시설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특정 시설, 특정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의 구조 그 자체에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조 실장은 △이 도지사 임기인 2022년까지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 30인 이하로 단계적 폐쇄 추진 및 해당 시설 탈시설 장애인 최우선 자립지원 △10년 안(2029년)으로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및 지역사회 자립지원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에도 탈시설 자립지원 계획이 있긴 하지만, 이 계획에 따르면 매년 약 2~3인이 거주하는 자립주택을 6개씩 확대하는 계획이라, 6286명에 달하는 거주인이 모두 탈시설하려면 300년이 걸리는 실정"이라며 "경기도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정부가 진정으로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하려면 감옥과 같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위한 구체적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라며 "장애계에서 제안하는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초안을 바탕으로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경기도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 실장은 시설 폐쇄 및 탈시설 지원 정책이 '욕구와 선택'이 아니라 '필요와 권리'에 따른 접근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의 '중증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 중장기 계획'을 보면,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 욕구 실태조사'를 통해 욕구와 자립생활 가능 여부를 판단해 지원하겠다고 언급한다"라며 "성심재활원 사태에 대해서도 '거주인의 자립에 대한 욕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조 실장은 "그러나 짧게는 수년, 길게는 평생을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살아온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단순히 욕구와 의사를 묻고 동의를 전제로 자립지원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탈시설은 개인의 선택과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설에 갇혀서 살 수밖에 없었던 감옥에서의 삶을 지역사회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기결정권'은 탈시설의 전제조건이나 자격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 지원? 어렵지 않아...'지원'과 '주택',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경기도 장애인정책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김정하 활동가. 사진 최한별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비리와 인권침해 등으로 해산된 서울시 사회복지법인 프리웰(구 석암재단) 산하 향유의집에 원장으로 임명되어 거주인들의 탈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프리웰 사례가 성심동원과 유사해 사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험에 기반한 제안을 했다.

 

김 활동가는 "서울시에도 약 3천명가량의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는데, 서울시 조사 결과, 자의로 시설에 들어간 사람은 이 중 3.6%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경기도도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징벌이 아닌 이상,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주시설에 입소하게 된 이들에게 계속 거기 있으라고 할 명분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입을 열었다.

 

김 활동가는 "탈시설을 지원하면서 보니, 지자체에서는 딱 두 가지만 하면 된다. 바로 '주거'와 '자립지원'"이라며 "이 두 가지를 합친 것이 바로 '지원주택'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주택은 공공에서 제공하는 주택에 탈시설 당사자가 살면, 입주자들에게 24시간 활동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지원주택이 체험홈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주택 계약자가 서비스 공급자(IL센터, 복지관 등)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라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현재 체험홈은 최대 2년까지만 당사자가 거주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대부분 발달장애인인 탈시설 당사자들에게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2년간 체험홈에서 거주하며 지역사회에 익숙해질 즈음 '체험홈 사업'이 종료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주택 계약자가 당사자가 되면, 서비스 공급자가 바뀌더라도 해당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경기도는 신도시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지역이고, 공공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원주택 아파트 물량이 많지 않은 서울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다"라며 "경기도가 빨리 LH와 협약해서 지원주택을 공급받고, 지원주택 운영 기관들을 모집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도입 가능한 제도"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범죄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 지자체가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시설 폐쇄하면 거기 있는 장애인들 어떻게 하나'라고 걱정하며 시설을 봐주다 보면, 이러한 범죄시설들은 법과 행정에 긴장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라며 "서울시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처럼 범죄 시설에 대한 단호한 태도로 '범죄가 한 번이라도 발생한 시설은 바로 폐쇄하고 모든 거주인은 자립지원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도 가지고 노력하겠다'만 되풀이한 경기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경기도 장애인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차종희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 사진 최한별

 

거주시설 폐쇄 조례와 탈시설 지원 방안에 대한 장애계의 제언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제도에 대한 고민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차종희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은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성심재활원에서 발생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면서도 "거주인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자립 욕구 전수조사를 통해 자립을 희망하는 모든 당사자에게 경기도가 추진하는 자립 정책을 지원할 것이고, 경기도 '중증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 중장기 계획' 세부 실정 계획도 마련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또한, '당사자 주택 계약'을 골자로 하는 지원 주택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 없이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체험홈과 '누림하우스' 시범사업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겠다"고만 이야기했다. '누림하우스'는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 및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주거공간 및 자립생활 컨설팅을 실시하며 자립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올해 시작되는 자립생활주택이다. 그러나 주택 계약자는 여전히 위탁법인(단체)에 머물러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 조례에 대해서도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차 과장은 "시설 법인에 불이익을 주는 시설폐쇄 조례를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법의 위임이 필요하다"라며 "법이 먼저 제정된 후 조례 제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조례 제정 투쟁을 결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최한별

 

토론회가 끝난 후, 전국에서 모인 약 400여명의 참석자는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2019년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을 진행하고,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과 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수원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과 조례 제정을 정부와 경기도에 촉구하며 수원역에서 4월 18일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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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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