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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세 번째 IL연합단체의 탄생
토론회 열고, IL운동 20년 성과와 문제점·방향성 제시
센터 인증제, 가족 활동지원사 인정, 차등수가제 도입 등 촉구
등록일 [ 2019년04월09일 04시29분 ]

8일 국회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출범식에서 장진순 회장이 설립 목적을 말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이 출범식을 열고, 장애인자립생활운동 20년의 성과와 현재의 문제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아래 한자총)이 출범 기념식과 토론회를 열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 연합단체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약칭 한자협)’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약칭 한자연)’ 두 곳이었지만, 한자총의 가세로 세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자총은 △사랑샘IL센터 △강북IL센터 △밝은내일IL종합지원센터 △함께가자IL센터 △문화날개IL센터 △부산척수IL센터 △사랑나눔IL센터 △대구오뚜기독립생활센터 △로젠탈독립생활센터 △함께이룸IL센터 △청년IL센터 △골든IL센터 △노원한마음IL센터 △빛된소리IL센터 등 14개 IL센터가 초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자총은 지난 1월 28일 창립총회를 열고 장진순 사랑샘IL센터 소장을 초대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장 회장은 “앞으로 한자총이 장애인자립생활의 실천 현장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다양한 욕구와 의견을 제시하고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사회공동체와 교류를 통해 장애인자립생활의 새로운 실천을 선보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출범식 후에는 ‘한국 장애인자립생활운동(아래 IL운동) 20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IL운동과 IL센터의 나아갈 방향과 역할 모색’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자총은 IL센터 인증제, 독거특례제한 폐지 및 차등수가제,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자총 출범식 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운동 20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허현덕
 

우리나라 IL운동 20년, 장애운동의 중추로 괄목할 성과 거둬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IL운동은 우리나라 장애운동의 흐름을 형성했고, 현재 장애운동의 시대적 방향이자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하며 “현재 장애인정책과 장애인복지를 말할 때 IL운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IL운동은 1960년대 미국에서 태동해, 1980년대 일본을 거쳐, 2000년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우 교수는 IL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바탕에는 1980~90년대에 있었던 ‘장애청년운동’이 있었다고 보았다.

 

우 교수는 IL운동에서 200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2003년 중증장애인 전동휠체어 국민건강보험 확대 적용 추진연대 활동, 2006년 광주광역시의 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 등을 의미 있는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IL운동으로 UN장애인권리협약 국내 도입(2009), 장애인연금법 제정(2010),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2010), 주거약자지원법 제정 등에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왼쪽), 이달엽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오른쪽) 사진 허현덕
 

“IL센터 지역 간, 센터 간 불균형, 인증제도 도입으로 해소해야”

 

IL운동이 장애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현재 IL운동과 이를 주도하는 IL센터의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우 교수는 △IL센터의 서비스 전달체계 내에 편입 △운동 투쟁 동력과 의지 약화 △센터 간 부익부빈익빈 심화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등한 예산 등을 들었다.

 

현재 전국 250곳 IL센터 중 한자협 소속은 73곳, 한자연 소속은 110곳이다. 우 교수는 “두 연합조직 어디에도 가입하지 못한 센터가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전히 자조모임 형태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열악한 IL센터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곳은 전국에서 62곳에 그친다.

 

이달엽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되고 올해 1조라는 큰 예산이 투입이 됐는데, 중앙정부의 IL센터 지원 예산은 많아야 100억 정도로 알고 있다”며 “예산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IL센터의 환경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IL센터가 일정 기간마다 공모형식으로 센터 간 경쟁방식을 통해 지원기관을 선정함으로써 센터의 장기적 운영을 불안하게 한다”며 “운영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센터를 사업공모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 서비스전달체계에 스스로 편입되면서 장애운동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장애인복지법’ 제54조 제3항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의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 또는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라는 항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의조항형식이지만 이를 근거로 예산 편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때 IL센터를 정부나 지자체가 세운 것이 아니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인증제도를 도입해 인증을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L운동이 주목해야 할 과제: 활동지원제도 개선, 장애여성 인권 강화

 

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동지원제도의 지원시간,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자기부담금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배현우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위원장은 “근육장애인의 경우 인공호흡기 호스가 분리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중앙정부에서는 24시간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일부 지자체가 24시간 지원을 하지만 독거 장애인이 아니면 최소한의 시간만 지원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독거특례제한을 폐지하고 차등수가제 도입을 제언했다.

 

현재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활동지원사는 4시간 근무에 30분, 8시간 근무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러나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모두의 반발이 심하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물론 노동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 휴게시간 사이에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은 어떤 위험한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며 “어떤 권리보다 생명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주형 교수는 “중앙정부의 24시간 불인정으로 인한 사각지대 존재와 대안 부족은 제한적이나마 가족 활동지원사 인정으로 해소할 수 있고,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2인 1조 제도 도입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활동지원제도 자기부담금에 관해서 우 교수는 “활동지원급여 비용의 15% 범위 내에서 생활 수준에 따라 자기부담금이 차등 부과되는데, 그 기준이 개인이 아니라 가구에 의한 것이 문제”라며 “중증장애인의 경제적 의무를 국가가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혜영 함께가자IL센터 소장(왼쪽), 이태곤 함께걸음 미디어센터 소장(오른쪽) 사진 허현덕

 

IL운동에서 장애여성 인권 보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혜영 함께가자IL센터 소장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총체적인 복지를 위한 기관이라면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전문적인 구제와 지원을 목표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장애여성에 관한 권리 구제와 자립지원은 대부분 보건복지부로 이관된다”며 “정부 운영 기관에서도 비장애여성과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과 경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는 비율이 높은데도 이에 대한 대안은 전무하다고 성토했다.

 

서 소장은 특히 재가 중증 장애여성에 맞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가 여성장애인의 경우 배움의 기회가 적고 가정폭력과 성폭력 특히 그루밍 성폭력이 만연한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주택운영, 자립생활 기술교육과 더불어 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을 통한 자기방어기술, 위험인지, 자존감 향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장애인의 노동권, 사회서비스원 설립, 독거 장애인 문제, 커뮤니티케어 제도 등 장애계가 당면한 현안에 따른 IL센터와 IL운동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IL운동과 IL센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우주형 교수는 IL센터가 앞으로 사회적 선도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조건으로 △사회통합 △인권옹호 △사회적 부 창출 △사회적 리더 재생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리더 재생산을 강조했다.

 

IL운동이 초심으로 돌아가 장애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태곤 함께걸음 미디어센터 소장은 활동지원서비스 수익 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는 일부 IL센터를 비판했다. 그는 “어떤 IL센터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고, 활동보조사업만 주력하는 곳도 있다”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IL센터 소장이 남편이고 부인이 사무국장인 경우도 있는데 우리가 혐오해 마지않는 장애인시설의 족벌체제와 다를 게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미국의 IL센터의 경우 소장은 급여도 받지 않고 오로지 지역사회에 사회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먹고사는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며 “초기 IL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지역사회운동과 사회적 연계를 고민하는 장애운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현 밝은내일IL종합지원센터 소장도 “초기 IL운동은 풀뿌리 운동이었는데 지금은 예산에 얽매여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 시대에 맞는 장애운동을 고민하고, 중증장애인으로서의 대안과 방안을 스스로 내놓을 수 있어야 진정한 IL운동이다”라고 강조했다.

 

우주형 교수는 “장애-민중주의의 한자협과 장애-당사자주의의 한자연의 두 연합단체가 그동안 IL운동을 주도해왔는데, 다양성의 측면에서 제3의 연합단체인 한자총의 등장은 반길 만하다”며 “서로 다른 단체의 연대로 제도권 내에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고, 운동을 통한 경쟁과 견제도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IL운동이 보다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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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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