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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이름, 송국현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 5주기 추모제 열려
“예산으로 줄세우는 현실 이어진다면, 등급제 폐지돼도 송국현은 죽는다”
등록일 [ 2019년04월18일 14시11분 ]

17일 오후 7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故송국현 5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송 씨의 영정 앞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 최한별
 

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아픈 이름, 송국현. 세월호 참사 이튿날이자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날인 4월 17일은 그의 기일이다. 이 기일은 그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장애인이라서 거주시설에 갇혔고, 겨우 지역사회로 나왔으나 국가로부터 마땅한 지원을 받지 못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17일 오후 7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송국현의 5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도 더이상 그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고 힘있게 다짐했다.

 

장애인 줄 세워 예산으로 갈라치는 현실 바뀌지 않으면
등급제 폐지돼도 송국현은 또 죽는다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던 송 씨는 1988년, 26세에 가족들 손에 이끌려 음성 꽃동네에 입소했다. 그리고 2013년 10월, 27년 만에 그는 지역사회로 다시 나왔다. 그의 자립을 지원했던 정동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그의 오랜 망설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2013년 8월부터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시설에서 나오겠다고 했다가, 자신 없다고 했다가, 마음을 자주 바꾸셨어요. 어렵게, 정말 어렵게 결정을 하고 드디어 10월에 나오셨어요."

 

그러나 일단 지역사회로 나오자 그는 언제 불안했냐는 듯 27년간 꾸지 못했던 꿈에 대한 욕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제일 먼저 원했던 것은 컴퓨터를 배우는 것. 필요한 정보도 찾고, 교육도 받고, 취업해서 돈을 벌고, 그래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한글이나 컴퓨터 교육을 받기 전에, 일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했다. 편마비를 가진 그의 신체는 비장애인 중심의 지역사회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먹는 것조차 어눌한 왼손으로는 힘들었다. 다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일상 곳곳에서 지원이 필요했지만, 그는 서비스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당시 활동지원 서비스는 장애 1~2급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그는 3급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1급' 진단을 내렸지만,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는 "보행과 대부분의 일상생활동작을 타인의 도움 없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수행하는 상태"라고 보았다. 27년간 지역과 분리되어 살아온 그의 상황과,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인정조사표'에만 기대 내려진 결정이었다.

 

2014년 4월 10일, 그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직접 찾아 이의신청을 하려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리고 사흘 후인 13일, 돌봄 공백이 있던 단 1시간 사이에 일어난 화재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나흘 후인 17일, 결국 그는 숨을 거뒀다. 정 사무국장은 "송국현님이 온몸에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 그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는데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직접 찾아왔다. 와서는 서류 등을 공단에서 모두 알아서 준비해 이의신청을 직접 해주겠다고, 그때야 '선심'을 쓰더라"라며 울분을 토했다.

 

정동은 성동센터 사무국장은 송 씨를 추모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 최한별
 

그의 사망 이후,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 3급까지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정 사무국장은 "2019년 현재라면 송국현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가 살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라며 "아마 5년 전과 다름없이 서비스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3급 장애인이 활동지원을 받는 사례는 드물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턱없이 적은 수급량으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무국장은 "자립 의지도 높았고, 당시 탈시설 장애인 활동보조 긴급지원 제도도 있었지만, 송국현은 그 제도 진입조차 하지 못해 사망했다"라며 "행정편의로 장애인을 줄 세우고, 예산이 있는 한에서 잘라 지원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송국현의 죽음은 오는 7월 등급제 폐지 이후에도 막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 예산 확대로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이뤄내 사람을 죽이는 제도가 아니라 살리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것이 더이상 송국현과 같은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이름, 송국현

 

송국현을 그리는 방식은 사회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인간 송국현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고인의 친구였던 김홍기 씨는 "국현이 살아있을 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김 씨는 AAC(보완대체의사소통)를 이용해 송국현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시설에서 벗어나면 훨훨 날아다니면서 살 거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자립했지만, 장애등급제라는 것이 가로막고 있어 고생이 참 많았지. 친구 국현아, 한 사람의 죽음이 우리 모두의 죽음이다. 국현이처럼 비참하게 죽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한 번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만, 고통스럽게 죽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니. 그때 그 현실(송국현의 죽음)에 너무 눈물이 난다. 친구 국현아, 살아있을 때 마음아팠던 것, 속상했던 것 다 잊고 다 던지고 편히 쉬길 바란다."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송국현 5주기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최한별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송국현과 만난 곳은 김 소장의 집이었다. 송 씨가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김 소장은 "추모발언 요청을 받았을 때 별 생각 없이 한다고 했는데, 정말 너무 생각없이 왔나 싶다"라며 웃음을 보였다가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국현 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일부러 더 생각을 안했어요. 저희 집에서 동료상담을 할 때, 국현 씨가 활동지원이 없어서 너무 많이 힘들어하셨거든요. 그런데 '같이 싸우자'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은 없으니…. 그러고 얼마 안 되어 사고가 났거든요. 저한테 그게 큰 죄책감으로 남아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가 살았을 때 지키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김 소장은 이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해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 집 앞에서 이어진 송국현 추모 집회에 열심히 참석하고, 많은 이들이 꺼렸던 송국현의 부검을 참관했다. 김 소장은 "그때 내가 무슨 마음으로 들어간다고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살았을 때 지키지 못한 그를, 죽은 몸이라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준우 송파솔루션센터 소장이 추모제에서 송국현 씨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사진 최한별

 

"이제 생각이 나는데, 우리 집에서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거든요. 국현 씨가 중국 음식 좋아한다고 해서. 활동지원이 없어서 심하게 걱정하면서도 시설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짜장면, 탕수육 먹어 좋다고 웃던 국현 씨 얼굴이 너무 해맑았어요.

 

지난 5년간, 매해 이맘때 세월호 추모 물결을 보며 저는 국현 씨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더군요. 충격과 죄책감에 너무나 잊고 싶었지만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송국현 동지,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와 만나고,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죽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추모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사진 최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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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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