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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원이 아니라 평등을 원한다” 장애계, 낙태죄 위헌 결정 환영
장애여성공감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동원되지 않겠다”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 문제점 검토 않은 것에는 아쉬움 표현
등록일 [ 2019년04월23일 15시43분 ]

헌법재판소 결정에 기쁨을 표하는 사람들의 모습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장애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장애여성공감(아래 공감)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이제 모든 사람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선택권' 구도가 해체되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며 "(헌재는)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며, 이를 모두 보장하기 위해서 낙태죄가 폐지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에서의 아쉬움도 지적됐다.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범위가 너무 협소해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본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공감 등은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허용 사유가 형법상 낙태죄 유지에 기여한 점 △생명을 선별하고 차별한 점 △이에 근거해 수많은 시설 수용인들이 장애/비장애를 막론하고 강제 불임시술이나 낙태 수술을 받았던 점 등을 들었다. 이들 단체는 "모자보건법이 가진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고, 전면 폐기 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모두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임신 중지에 대한 사유와 기간을 규제해야 장애 감별 낙태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논평은 "낙태죄가 있는 상황에서 24주 이내라는 매우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해온 상황에서도 태아의 장애는 쉽게 감별되고, 유산이 당연시되어왔던 사회문화적 맥락이 있다"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모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임신 당사자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양질의 정보와 상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앞으로 모든 임신 당사자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장애계는 더 많은 정보와 의견을 사회적으로 말할 것이며 국가는 그 정보의 통로를 마련하고 최선의 결정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공감과 전장연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반대하기 위해 여성의 결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와 여성을 공격하는 운동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그들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에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장애인을 구원하겠다고 한다. 빈곤층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원하자고 하면서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삶은 태아일 때와 이후의 삶으로 나뉘지 않는다. 태아만을 보호하는 목소리는 현실의 차별과 불평등을 부정하며 단지 미래를 꿈꾸라는 목소리와 다르지 않다"며 "우리는 그 목소리가 우리를 대변한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는 지금 여기서 장애 해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구원이 아니라 평등을 원한다"는 말로 논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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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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