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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야하고 뜨거운’ 장애인 되기-『희망 대신 욕망』
김원영 변호사,『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개정판, 『희망 대신 욕망』 출간
“누구든 삶에서 자격 없는 인간은 없으며, 누구든 당당히 욕망해도 된다”
등록일 [ 2019년04월25일 17시45분 ]

책 『희망 대신 욕망』 표지, 김원영 글 ⓒ도서출판 푸른숲

나는 쿨한 게 아니라 ‘핫한’ 장애인, ‘야한’ 장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몸이 가진 욕망과 내 몸에 부여된 운명, 그 모든 것을 쿨하게 받아칠 줄 아는 유쾌한 인간 또는 고상한 척, 성숙한 척하는 인간이 아니라 좀 구차하고 미성숙하더라도 뛰고 싶다면 뛰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남은 생을 뜨겁게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 - 본문 262쪽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작가 김원영 변호사가 『희망 대신 욕망』 (도서출판 푸른숲, 16000원)을 펴냈다. 『희망 대신 욕망』은 2010년 출간한 그의 첫 책,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에는 서문과 후기, 부록 ‘장애 문제 깊이 읽기’를 추가했다. 2019년 현재 변화된 사회현상이나 쟁점에 관해서는 주석을 통해 설명한다. 제목도 『희망 대신 욕망』으로 바꿔 달았다.

 

 『희망 대신 욕망』에서 20대의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자유와 연대의 힘을 증언한다.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인 그는 어린 시절을 할머니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마당의 강아지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누나의 사회과부도에 점을 찍으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던 그는,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검정고시를 치른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입학 원서도 팔지 않던 일반 고등학교의 높은 장벽을 넘고, 드디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서울대학교에서 그는 휠체어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계단과 높은 언덕 앞에서 좌절한다. 당당한 20대의 에너지와 벚꽃이 만개한 캠퍼스는 그가 원하던 바로 그곳이었지만, 그가 있을 곳은 없었다. 강의실 이동이 어려워 수업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기숙사에서 컵라면조차 사 먹을 수 없었다.

 

나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다. 지체 1급 장애인으로서 서울대를 졸업하고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것. 삶을 극복하고, 장애를 극복하고, 희망과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적을 일으키는 동안 타야 할 대중교통이 필요하고, 기적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 필요하며, 기적을 만들어내는 동안 먹어야 할 컵라면도 필요하다. 결국 장애인권연대사업팀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는 꿈과 희망보다 당장 앞에 놓인 계단과 턱을 제거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에 뛰쳐나온 그 시점의 중증장애인들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본문 159쪽

 

그는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손상된 몸에 부여된 사회적 차별을 극복한다는 의미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비로소 장애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건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 외치며 선로 위에 몸을 묶고, 전동차를 멈춘 중증장애인들이었다. 2001년 중증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은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을 이용하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오랜 욕망’이 표출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욕망을 애써 무시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장애인은 보호와 시혜라는 틀 안에서만 존재를 드러내왔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든 품을 수 있는 욕망, 욕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인식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욕망을 드러내는 행위가 많은 사람을 자유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손상된 몸으로 자유를 실천했던 사람들이야말로 내 영웅이며, 그들이 더욱더 매력적인 존재가 되는 것, 더욱더 야해지는 것, 더욱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핫한’ 존재가 되는 것이 더 많은 이들을 자유로 이끌 것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병신 육갑한다’라는 저 오래된 명제에 온몸으로 저항해가는 것이다.” - 본문 264쪽

 

그는 장애인, 노동자, 대학생, 여성, 남성, 청소년, 난민, 성소수자, 노인 등이 각자의 차이를 직시하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에 솔직하게 맞서고,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대’가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욕망이란 ‘내가 가장 숨기고 싶고, 피하고 싶었던, 그러나 동시에 그 자체로 공동체 내에서 진심으로 수용되고 포용받기를 원했던 특정한 상황과 조건을 그대로 인정받고, 한 사람의 개인으로 꿈꾸고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다 죽는 삶에 대한 열망’이다.

 

저자는 지난 몇 년간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삶이 과거에 비해 훨씬 비중 있게 다뤄지고 소수자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연대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지만,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 대립은 2010년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말한다. 또한 덧없는 욕망보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욕망이든 희망이든 대다수 사람들이 무언가를 꿈꾸기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는 이 시대에 그는 『희망 대신 욕망』이 던진 주장이 여전히 유효한지 스스로 질문한다.

 

“30대를 훌쩍 넘어 40대로 향해가는 나는 이제 욕망보다는 (차갑게 느껴질 때조차) 희망을 더 믿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이룰 수 없는 일, 세상이 인정하지도 않는 일을 갈망하기보다는, 모두가 긍정하는 ‘희망’을 추구하는 쪽이 편하지 않을까? (그편이, 이 책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내면서, 나는 조금 더 욕망에 충실한 삶이 결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거나, 훌륭하지 않은 삶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를 그만두지 않기로 했다. 내가 50대가 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아마 명상과 마음 훈련법에 관한 이야기를 서문에 실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니다.” - 개정판 서문 중에서

 

『희망 대신 욕망』에서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 우리 사회가 우아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 움직임과 태도들 속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김원영 변호사가 다시 한 번 온몸으로 '욕망하는 장애인 되기'에 대한 질문을 지어내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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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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