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09월17일tue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사회 > 성소수자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당신 어디 계신가요” 청소년 성소수자 육우당 16주기 추모제 열려
죽음으로 내몰린 청소년 성소수자, “이성애 중심주의와 정상성 뛰어넘는 세상 만들자”
등록일 [ 2019년04월27일 23시14분 ]

27일 오후 1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故 육우당 16주기 추모연대문화제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젠더퀴어이자 장애인인 한 고인의 영정사진이 십자가 뒤로 놓여있다. 사진 박승원

 

당신 어디 계신가요. 내 음성 들리나요.
십자가를 안고 있는 내가 보이시나요.

 

내 슬픔이 나의 고통이 그대 뜻인가요.
내 기도가 나의 눈물이 들리지 않나요.
한 많은 내 영혼이여 연꽃 타고 쉬어가렴.

 

기다림에 지쳐 잠이 들고 말았네요.
이 길 따라 흘러가면 극락할 수 있을까.
한 많은 내 영혼이여 연꽃 타고 쉬어가렴.

 

- 육우당의 시 ‘혼’ 중에서.


계절이 바뀌고 녹음이 가득한 4월 동성애 차별과 혐오 발언에 맞서 싸우던 청소년 성소수자 故 육우당의 시 ‘혼’이 노래가 되어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 퍼졌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아래 행성인) 등은 육우당을 추모하고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남겨진 자’들이 서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27일 오후 1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故 육우당 16주기 추모연대문화제가 행성인과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청소년 성소수자 육우당은 2003년 4월 25일 동인련 사무실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와 기독교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동성애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 포함하는 것을 차별이라고 삭제 권고를 내렸다.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는 “국가가 앞장서 동성애 확산을 조장하는가”라며 반박성명을 발표할 때였다.

 

27일 오후 1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故 육우당 16주기 추모연대문화제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사진 박승원

- 모든 활동을 성별로 구분 짓는 학교, 학교에서 마저 밀려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

 

트렌스젠더 여성으로 스스로 정체화하고, 양성애자인 한성 행성인 청소년회원(18세)은 고등학교에서 자퇴할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성 청소년회원은 “학교에서는 모든 활동이 성별로 구분되어서 매번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학기 초에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나를 여성으로 인식해 그런 데로 지냈지만, 법적 성별이 드러나면서 남성과 여성 두 무리 아무 곳에도 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화장실을 이용할 때나 체육 시간에 운동할 때마다 ‘도대체 쟤는 왜 저러느냐’라는 말을 매번 들으며,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성 회원은 “한때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며 ‘3년만 버티자’라고 다짐할 때도 있었다. 정말 치열하게 버텼는데도 어쩌다 보니 자퇴를 하게 되었다”라면서 “학교에서 마저 밀려나면, 도저히 어디로 가야 할지 담보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한성 회원은 “내게 주어진 삶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보내며 살고 싶다”라면서 “성별 이분법을 넘어, 이성애 중심주의를 넘어, 나아가 정상성으로 규정한 세계를 뛰어넘기 위해 살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오늘 육우당 님을 추모하는 이 자리가 정상성에 의문을 던지고 청소년 성소수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27일 오후 1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故 육우당 16주기 추모연대문화제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노다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회적 소수자, 안전과 존중 보장하는 쉼터 마련해야

 

노다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육우당 님은 ‘죽은 뒤에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죽음 이후에도 그의 이름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고 전하면서 “소수자들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드러내면 많은 위험과 차별을 감수해야 하기에 신원불명 또는 익명으로 지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노다혜 활동가는 “성소수자와 장애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장소 확보를 넘어 존중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안전이 보장되는 곳을 원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어 “현재 대부분 쉼터는 비장애와 성별이분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애여성에게는 접근성과 활동지원 부재를 이유로, 젠더퀴어 청소년에게는 성별이분법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당하거나, 입소하더라도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1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故 육우당 16주기 추모연대문화제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이날 대나무숲 게시판에 실렸다. 사진 박승원

- “아버지 타락한 축제에 다녀온 자가 바로 소녀이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목소리 보장하는 창구 필요해

 

한성인 등은 다양한 청소년 성소수자 목소리를 ‘대나무숲’ 게시판에 실어 소개하기도 했다. 

 

제 부모님은 종교가 기독교예요. 물론 동성애에 대해서도 아주 부정적인 견해였습니다. 생에 첫 퀴어퍼레이드였던 광주 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오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방에 들어온 아빠가 책상 한쪽에 있던 퀴어 퍼레이드 전단과 무지개 굿즈들을 보고 한숨을 푹 쉽니다. “광주도 심각하구나, 이런 타락한 축제를 다 열고…” 아버지… 그 타락한 축제에 다녀온 자가 바로 소녀이옵니다… _ 김야치

 

청소년 때 TV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컴퓨터를 통해 음란 채팅을 하는 이미지로 나왔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아 나는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동안 날 부정했었고 이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나마 나를 인정할 수 있었다. _ 슈크림

 

27일 오후 1시 마로니에 공원에서 故 육우당 16주기 추모연대문화제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쥬리 촛불청소년인권법 공동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쥬리 촛불청소년인권법 공동대표는 “어디에나 성소수자가 있듯이 어디에나 청소년이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이중삼중으로 억압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청소년 참정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쥬리 공동대표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으로 “청소년이기 때문에 내 의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관계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내가 선택할 수 없고, 학교를 옮길 수도 없다. 결국, 학교에서 낳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자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서 어른들이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너는 미성숙해서, 너의 성 정체성에 대해 모른다. 크면 알게 될 거다’라며 당사자의 판단이나 고민을 무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혐오와 폭력을 겪기도 하지만 내 의지로 그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쥬리 공동대표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라면서 "오늘 이 문화제를 통해 앞으로 성소수자 운동과 청소년 인권운동이 함께 연대해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행성인 등은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폭력에 노출되고 학교와 집을 떠나고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을 기억하는 노력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면서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고 정상성을 주입하는 국가의 통제를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려 0 내려 0
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한국, 성소수자 인권 나타내는 ‘무지개 지수’ 11.7%… 성소수자 인권 ‘낙제점’
“혐오 속에 스러져간 성소수자를 기억합니다”
내 혼은 꽃비되어 무지개 봄꽃을 피우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한국, 성소수자 인권 나타내는 ‘무지개 지수’ 11.7%… 성소수자 인권 ‘낙제점’ (2019-05-16 18:32:27)
지역으로 확산된 퀴어문화축제, 혐오로 얼룩졌지만 ‘우리는 여기 있다’ (2018-12-30 15:00:21)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더보기
제9회 세계인권도시포럼, 인권의 도시는 상상하라! '시설없는' 사회를~, 뉴질랜드 people first에서 발달장애인 자기옹호 운동을 듣다!
신간소개기사보기 도서 구매하기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