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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은 감옥’이라는 말이 명예훼손이라는 시설협회
[기고] 장애인거주시설은 감옥이 맞다
복지와 치료, 보호라는 명목으로 박탈당하는 ‘시민으로서의 자유’
등록일 [ 2019년05월09일 18시01분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지난 4월, 서울시에 ‘2차 탈시설 계획’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에서 20일간 농성을 했다. 사진은 ‘감옥 같은 시설’에 있다가 죽어서 나오는 퍼포먼스를 하는 서울장차연 소속 활동가들. 왼쪽에 수용시설을 의미하는 쇠창살에 장애인이 갇혀 있고, 오른쪽에는 모조관이 있다. 사진 박승원

 

- “‘시설은 감옥’이라는 표현은 명예훼손”, 공문 보낸 시설협회

 

5월 8일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아래 시설협회)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장차연이 4월 12일부터 서울시청 앞 노숙농성을 하면서 ‘시설은 감옥’이라고 표현한 것이 시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내용이다. 시설협회는 “일부의 사례를 전부인 것처럼 확대 주장하여 시설을 감옥으로 폄훼하는 주장들은 시설 이용자와 가족, 시설종사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더 나아가 근로의욕 상실, 우울감 등 정신적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장애인거주시설을 감옥에 비유하는 퍼포먼스 등을 중단하여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재발 시에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설은 감옥’이라고 한 것이 어째서 시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시설협회 입장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은 엄연한 ‘복지시설’이고 감옥은 범죄자 ‘형벌기구’로, 복지시설을 형벌기구에 빗댄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과거 일부 시설에서 장애인을 폭행하고 감금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일이 있다고 그걸 침소봉대하는 건 억울하다. 요즘 대다수 장애인거주시설은 거주인의 인권과 자유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외출과 외박도 가능한 보장하며 자립도 지원하고 있는데, 일부 문제를 일반화하여 시설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애인 입장에서 거주시설이 감옥이라고 한 이유는 단순하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거주시설에서는 시민으로서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심각하게 제한된다. 2017년 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업으로 남양주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을 조사한 적 있다. 그곳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설립·운영하는 곳으로, 시설 원장도 공채로 뽑고 운영 전반에 부모의 욕구와 의사가 반영된 소위 ‘좋은 시설’이다.

 

- 부모들이 만든 ‘좋은 시설’, 그러나 고립된 사람들

 

3층짜리 아파트 형 건물에 12개 유닛(unit)의 생활실이 있다. 한 유닛은 방 2, 거실 겸 간이주방 1, 욕실 겸 화장실 2, 세탁실 1로 구성되어 있고, 평균 6명이 거주한다. 그런 생활실이 12개 있는데, 2개씩 짝을 이뤄 일부 통하게 했다. 생활재활교사가 두 생활실을 오가며 관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생활실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거주인을 보려는 것인지 생활재활교사를 보려는 것인지, 아마 둘 다인 듯하다. 마치 어린이집처럼. 급식시설도 좋고 식당도 넓고 깨끗했다. 주변 경관은 아름답고 공기도 좋다. 설립취지대로 “가정처럼 편안하게, 안락하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거주인들의 옷차림도 깔끔하고 개인 물품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다. 노트북을 가진 사람은 있는데 핸드폰을 가진 거주인은 한 명도 없다. 핸드폰이 필수인 요즘 부모한테 핸드폰을 사달라고 조를 법도 한데, 아무도 없다. 부모가 사주지 않은 것이다. 왜일까? 혹시, 집으로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가족의 일상을 깨뜨리는 게 싫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이 시설은 남양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구중 산골에 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연계된 일상 프로그램을 갖기 힘들다. 마음먹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아도 거주인들이 마음대로 찾아갈 마실은 없다. 군부대처럼. 

 

‘생각 많은 둘째 언니’라는 닉네임의 유튜버 장혜영 씨도 이 시설 조사에 함께했다. 혜영 씨는 18년 동안 시설에 살던 중증발달장애인 동생 혜정 씨를 데리고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시설 조사를 마치고 총평 시간에 혜영 씨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마 옛날에 우리 엄마가 이곳을 봤다면 당장 혜정이를 데려왔을 것이다. 확실히 부모의 욕구가 완벽하게 반영된 곳이다. 그런데 나는 싫다. 예전에 혜정이가 살던 대형 시설보다 이곳이 난 더 싫다. 직원들한테 학대를 받기도 했지만 거기서는 거주인들 사이에 인간관계가 있었다. 자기 친구라며 소개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그런 인간관계가 여긴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생활재활교사가 거주인들 간의 상호관계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24시간 안전한 생활을 책임지는 생활재활교사가 한 시도 빈틈없이 생활실을 일망 감시한다. 누가 사고를 당하지 않는지, 누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지, 생활재활교사의 밀착된 감시 속에서 거주인들 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끊어지고 생활재활교사를 매개로 한 상호 감시만 남았다. 거주인들 간에 오가는 말의 대부분은 생활재활교사에게 들었던 “그거 하면 안 돼!” 같은 말뿐이다. 그 말은 또한 CCTV로 생활재활교사를 감시하는 부모의 말이기도 하다. “그거 하면 안 돼!”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리 속이 복잡했다. 그 좋은 시설을 왜 하필 산 속에 지었을까? 대도시는 고사하고 남양주 시내에라도 지으면 지역 내 복지관 이용하기도 좋고, 봉사 단체들 찾아오기도 좋지 않나? 매일 매일 동네 산책도 하고, 시장도 가고, 극장도 가고, 동네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고 그러면 좋지 않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 장애인야학, 발달장애인 자조모임과 연계 프로그램을 가지면 더 좋고.

 

그런데 부모들이 그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가 지역사회에 횡행하면서 손가락질 받는 것도 싫고, 사고를 당하는 것도 싫고, 사고를 일으키는 건 더 싫기 때문이다. 장애인 자조모임과 엮여 탈시설 바람이라도 들면 골치 아파진다.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좋다. 보고 싶을 때 찾아가서 보고 외출하고, 가끔 외박도 하는 게 좋다. 그게 당사자와 가족 모두가 평안하고 행복한 길이다. 부모회가 산속에 ‘안락한 감옥’ 같은 시설을 지은 뜻이 아프게 전해졌다. 

 

지난 8일,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시설은 감옥이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이라며 공문을 보냈다. 제공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 복지와 치료·보호라는 명목으로 박탈당하는 ‘시민으로서의 자유’… “시설은 감옥 맞다”

 

거주시설이 안락한 ‘감옥같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일본의 많은 빈곤 노인들이 감옥을 거주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범죄 백서’에 의하면, 2016년 형사 범죄 검거 인원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과거 5년 전 대비 약 5.2배 증가했다. 2016년 교도소에 수감된 노인은 2,498명으로 대부분 절도 같은 경범죄로 들어왔다. 재범률도 상승하고 있어, 수감자 전체의 30%가 재범자라고 보고했다. 인구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하는데 우리처럼 가족부양에 의존하여 공적연금과 노인복지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처우가 개선된 교도소를 복지시설로 선택하는 것이다. 감옥은 삼시 세끼 꼬박 음식이 제공되고, 동료들도 있어 덜 외로우며 최소한 ‘고독사’는 면하겠다는 생각이다.  

 

정신장애인들의 거주시설인 정신요양원은 통행제한, 감금, 결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훨씬 감옥과 닮았다. 가난한 정신장애인들이 장기입원하며 거주시설처럼 이용하는 정신병원은 폐쇄성이 더 심하고 자유도는 떨어져 한층 더 감옥스럽다. 그럼에도 정신병원은 ‘병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치료’라는 명목 때문에 ‘감옥’에 비교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이 심신상실(혹은, 신신미약)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무죄 내지 감경 판정받고 가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는 어떤가? 그곳은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혹은 교도소보다 훨씬 더 자유가 제한된 감옥이다. 그럼에도 그곳이 이름만 치료를 위한 병원일 뿐 실질적으로는 감옥이라는 사실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 시민의 경험치에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수용되는 시설은 감옥이므로, 감옥이 강제수용의 경험적 척도로 기능하여, 감옥만 아니면 괜찮은 곳인 줄 안다.

 

감옥은 죄진 시민의 수용시설인 반면, 정신병원, 정신요양시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그리고 외국인보호소는 ‘비정상인’, 혹은 ‘비시민’의 수용시설이다. 오늘날 감옥의 교정 기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정은 명목일 뿐 감옥의 실질적 기능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다. 복지와 치료, 보호라는 명목을 달고 있는 수용시설들 역시 시민으로서의 자유를 박탈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기능을 한다. ‘시설은 감옥’이라는 말에 발끈한 시설협회는 시설의 명예 이전에 장애인도 시민으로서의 명예와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 주기 바란다. 시민으로서의 명예와 자유가 박탈된 곳 어디든, 어떤 이름과 명목을 달고 있든 그곳은 감옥이다. 시설은 감옥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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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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