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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문재인 정부, 공약 지키려면 복지·노동에 17조 원 더 필요”
‘국가재정전략회의’ 하루 앞두고 청와대 앞에서 예산 촉구 기자회견 열어
“문재인 정부, 복지에 예산 편성 안 하는 것은 약속 안 지키겠다는 뜻”
등록일 [ 2019년05월15일 17시30분 ]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0여 개 시민단체가 모여 복지·노동에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정책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구체적인 예산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30여 개 단체가 모여 ‘지금 당장 긴급한 복지·노동예산 확대를 요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수많은 공약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적 책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예산 항목에 대한 요구를 담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참가자들은 장애인·빈곤·연금·보건의료·노인돌봄 등의 복지 분야의 문제점을 짚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예산은 2013년 GDP대비 0.61%로 OECD 평균 2.11%의 1/3 정도 수준으로 매우 낮다. 더욱이 오는 7월에는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장애인 복지 예산 증액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예산은 자연 증가분 정도만 반영되어 장애계를 분노에 빠트린 바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명령 1호가 ‘장애등급제 폐지’였는데,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복지 예산은 장애인 중심이 아니라 예산 중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정하고 이에 24조를 투입하겠다는데, 장애인 예산 그중에서도 장애인 지역생활 자립에 관한 예산은 쥐꼬리만큼 편성했다”며 여전히 시혜와 동정으로 장애인 예산 집행을 하고 있다며 기재부에 대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장애인들은 △장애인 연금 대상 및 급여 확대(8400억 원) △장애인활동지원(7300억 원) △탈시설 및 자립생활 지원(1502억 원) △발달장애인 및 뇌병변장애인 지원(1646억 원) △중증장애인 일자리 지원(901억 원)을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장애인 예산 확충 편성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의 비율)은 17.4%로 OECD 국가 평균의 11.8%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보장 등에 대해 피력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라졌지만 가장 시급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돼 많은 사람들이 수급자에서 탈락하고 있다”며 “나머지 해산·장제·자활급여도 생계·의료급여와 연동이 돼서 폐지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권에서 탈락했던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고, 나아가 가난을 개인의 책임이라고 했던 역사를 청산하고 국가가 진정한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자활사업에서 임금인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자활사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 대상자에게 ‘조건부수급’을 내건다. 그런데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최저임금의 많게는 74%(시장참여형), 적게는 57%(근로유지형)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간도 5년까지다. 김 사무국장은 “이마저도 올해 급여가 20%가량 오른 것”이라며 “이 급여를 통해 탈수급을 하라고 하는데 임금은 절반밖에 안 되고 탈수급을 해도 탈빈곤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자활사업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4조 6864억 원) △자활참여자 최저임금 적용(2300억 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취약계층의 주거권도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쪽방이나 고시원 등 비주택에 거주하지만 주거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구는 약 37만 가구에 이른다. 주거급여는 1인 가구 기준 최대 23만 3000원밖에 받지 못한다. 실제 시장임대료의 절반 수준이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대비 4.1%에 그치고 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주거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취약한 주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주택이든 비주택이든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고, 임금의 절반 정도를 월세 등 주거비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UN 주거권 특보가 지적한 대로 가능한 빠른 시간에 최대한의 예산을 배정해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5년에 걸쳐 매해 공공임대주택 11만 3000호를 확충, 주거급여 보장성 강화, 노후한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2조 3500억 원) △주거급여 보장성 강화(2400억 원)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500억 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요구서를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 밖에도 복지 분야에서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 감액 폐지(2000억 원)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신설(1조 원)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102억 원)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확대(2조 1700억 원) 등을 포함해 총 16조 2306억 원의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이처럼 긴급한 복지·노동 예산은 17조 원 정도인데 그럼에도 이는 기재부가 목숨처럼 지키려고 하는 재정 건전성이 유지되는 수준”이라며 “실제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2020년 관리재정수지(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는 -44조 5000억 원으로 GDP 대비 -2.3%인데, 우리가 요구한 17억 원을 모두 적자로 계상한다고 해도 -61조 5000억 원으로 GDP 대비 -3.2% 정도”라며 국제적 수치로도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는 예산안 편성 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진정으로 사람이 중심이 될 수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요구서에 담긴 세부적인 예산 확충 요구 내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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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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