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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보건 사업의 ‘다이소’ 됐다”
센터에 사업 마구잡이 배치, 모든 사업의 하향 평준화
전문성 축적할 수 없는 고용 불안정,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등록일 [ 2019년05월29일 18시15분 ]

최근 정신건강복지센터(아래 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센터의 인력 부족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정신건강 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NPO 지원센터 2층 ‘받다’ 강의실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의 현주소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주상현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본부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이 강연에 나섰다.

 

주상현 지부장은 “평소에 정신건강 사업을 등한시하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센터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책임만 키우고 있다”며 “정신건강이라는 전문 영역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이 정신건강 사업의 백화점은커녕 다이소처럼 됐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서비스 질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4일 서울NPO 지원센터 2층 ‘받다’ 강의실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의 현주소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주상현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본부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이 강연에 나섰다. 사진 강혜민
 

직원 한 명당 사례관리 50~100명 전담해… 집중 관리 꿈도 못 꿔

 

2018년 기준으로 센터는 253곳으로 광역센터 16곳, 기초센터는 237곳이다. 광역센터의 경우 시·도별로 1곳, 기초센터는 인구 20만 명 이상인 시·군·구에는 2곳 이상을 설치할 수 있다. 기초센터 추가 설치 기준은 인구 20만 명당 1곳이다. 따라서 인구가 40만 명인 곳은 2곳, 60만 명인 곳은 3곳까지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성을 띠지 않기에 센터 설치는 등한시되는 경향이 있다.

 

주 지부장은 “서울 송파의 경우 구민이 70만 명인데, 센터가 1곳밖에 없다”며 “국비 지원을 받지 않는 서울은 정신건강복지 사업 전체가 후퇴하고 있는 경향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외 지역은 국비 지원에 비례한 지방비 투입이 어려워 센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센터 사정이 좋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주 지부장은 “센터에서 직원 1명이 맡아야 하는 사례관리 대상자 수는 50~100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진주아파트 사건이 일어났던 진주시는 1명이 128명의 사례 관리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인력이 부족한 것에 더해 센터에서 맡고 있는 일이 너무 방대하다. 센터에서는 △중증정신질환자 사례 관리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관리 △지역정신건강 증진 사업 △자살예방 사업 △알코올·약물·인터넷 중독 상담 △범죄 피해자, 가해자 정신 관련 상담 등 유관기관 사례 관리 등 여러 사업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센터 초기 사업 목적이었던 중증정신질환자의 사례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다른 사업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가 1000만인 서울에서 야간에 자살위기 개입을 할 수 있는 인력은 단 2명이다. 그마저도 차량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택시를 타고 출동을 해야 한다. 경기도는 사정이 더욱 나빠서 전화로만 상담하고 있다. 센터가 맡고 있는 지역 범위가 넓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하고, 24시간 출동 응급개입팀 설치한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 지부장은 “복지부에서는 광역센터에 응급개입팀을 만든다고 하는데 어떤 지역에 몇 명의 위기개입팀 인력이 필요한지 예산을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현재 센터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든 대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센터 직원들 정신 분야 전문성 키울 수 없는 ‘이상한 고용 형태’에 신음

 

현재 전국 센터 종사자는 2435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용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민간위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2~3년의 기간제 계약직 종사자로 보건소를 통한 직영운영인 경우에는 기간제 계약직 또는 무기 계약직, 시간선택제 임기제(아래 시선제) 등 안정적이지 않는 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서울은 광역센터, 자살예방센터, 양천, 강서, 금천, 성동, 광진, 강동, 마포, 양천, 종로, 중구, 중랑, 동대문 등이 기간제로 종사자를 고용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간제 종사자는 2~3년이 지나면 이후에는 정규직 전환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이를 시행하는 곳은 구로구 단 한 곳뿐이다. 계약 자체로도 문제지만 민간위탁이다 보니 센터 자체가 위탁 계약을 맺지 못하면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못한다.

 

주 지부장은 특히 ‘시선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시선제는 서울 강북, 동작, 서초, 용산, 성북, 은평, 관악, 영등포, 강남, 도봉, 송파, 서대문에서 채택하고 있는 고용형태다. 시선제 고용자들은 하루에 7시간을 일한다. 그러나 사실상 오전 9시 출근과 10시 출근 양자택일해야 한다. 또한 매해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최장 5년까지는 호봉이 주기적으로 오르다, 5년 이후에는 다시 초봉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부장은 “정부에서는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라는 의미로 도입한 제도지만 질 낮은 일자리일 뿐”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는 공무원연금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공무원연금 수령 연수를 채우기는커녕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감으로 퇴사율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주 지부장은 “서울시 전체 시선제 고용자 340명 중 149명이 퇴사했다”며 “그중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은 현재 48명만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2018년 시선제 재직률은 38.9%, 2019년은 32.2%로 더 떨어졌다. 높은 이직률은 고스란히 정신장애 당사자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낮은 처우에 높은 책임감 요구, 책임 떠넘기기… 센터 떠날 수밖에

 

주거지원이나 재활시설, 위기쉼터 등 정신장애복지 인프라 자체가 열악하다 보니 센터 사례 관리자들이 정신장애 당사자에게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례 관리가 매우 협소한 범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센터의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한다.

 

또한 종사자가 당사자에게 당하는 폭언, 성희롱, 괴롭힘 등에 대해서 보호해줄 만한 장치도 없다. 특히 종사자가 사례관리하던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종사자를 지원할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위기개입 시 경찰과 함께 출동을 하더라도 경찰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개입에 대한 경찰매뉴얼이 있지만, 센터 직원과 당사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매뉴얼이 아닌 경찰이 해야 하는 절차상 매뉴얼로 꾸며져 있다는 설명이다.

 
주 지부장은 “센터 종사자가 전문가라서 이런 문제를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도 사람이기에 심리적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안전망도 존재하지 않고,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업무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떠나게 된다”고 짚었다.

 

정신장애인은 증상에 따른 지속적인 사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사례 관리자인 센터 직원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매우 힘든 과정이다. 전문성을 축적하기도 힘든 고용과 업무 과중이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주 지부장은 “고용 문제를 이야기를 하면 이기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고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정신건강복지 서비스의 질은 높아질 수 없다”며 “(센터를)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당사자에게 더 많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기 위해서는 앞서 짚은 고용 환경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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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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