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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피로 자신의 피난처를 찾는 대한민국
[교차적 관점으로 시설화 비판하기] ⓽
등록일 [ 2019년05월29일 18시58분 ]

/기획의도/
 
장애여성공감은 [IL과 젠더 포럼]을 통해서 장애인 탈시설 운동의 문제의식을 확장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삶을 통해 증명하듯이,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의미합니다. 단지 삶의 장소를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시설에 수용된 역사를 재해석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 맺기를 해나가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조건과 권력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시설을 폐쇄해서 더이상 시설에 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또한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은 등록된 장애인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부랑인, 홈리스를 비롯해서 정신병원에서 심지어 지역사회와 집에서 사실상 감금된 채로 살아온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함께 드러내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억압뿐만 아니라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에 대한 억압과 정상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동시에 필요하며 다양한 해방의 관점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설화에 저항하는 동료들을 만들고, 누구도 시설에 수용되지 않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과 집단(부랑인, 정신장애인, 소위 요보호 아동, 여성, 성폭력 피해자, 난민,  HIV 감염인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시설화의 양상들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 나가는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연재순서/
 
시설화를 넘어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며 :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사회복지체계에서 탈시설 운동의 의미: 김지혜(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탈시설 운동의 확장: 조미경(장애여성공감)
홈리스 시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한부모 시설: 오진방(한국한부모연합)
입양/미혼모 시설: 김호수(뉴욕시립대학교 사회학과)
정신병원/요양시설: 노다혜(장애여성공감)
성폭력 피해자 쉼터: 여름(장애여성공감)
⑨난민 시설: 고은지(난민인권센터)
⑩(탈가정) 청소년 시설: 변미혜(함께걷는아이들)
⑪요양병원: 권미란(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
⑫가족: 김순남(가족구성권연구소)
⑬성매매피해자 자활시설: 김주희(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필자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탈시설 운동이 시설 자체의 문제를 넘어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배제를 이용하는 구조에까지 도전해왔다1)면, 난민 운동은 이를 어떻게 참고할 수 있을까? 시설화를 “지배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보호/관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회와 분리해 권리와 자원을 차단함으로써 ‘무능화/무력화’ 된 존재로 만들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제한하여 주체성을 상실시키는 것”2)으로 정의할 때, 난민 상황에 있는 이들은 어떻게 규정되고, 차단되며 상실되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질문하게 된다. 언제, 누가 난민을 격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분류하는가? 어떤 담론이 난민의 삶을 시설화하는가? 어떤 시설을 통해 난민은 관리되고 있는가? 난민을 관리하는 시설이 등장하고 운영되며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민시설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난민은 시설 밖에서 어떻게 시설화되는가? 시설화는 어떤 권리를 상실시키고 있는가? 난민의 시설화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난민의 시설화를 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겠지만, 난민에 대한 낙인을 이용하는 구조에 도전하기 위해 한국 사회에서 난민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시설화의 양상을 이 글을 통해 간략히 다뤄보고자 한다.

 

국가 정체성 구현 거점으로써의 시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와 베트남 난민보호소

 

2010년 1월 법무부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인천광역시 영종도 일대에 부지를 선정한 것이다. 하수종말처리시설 등이 소재하고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워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부지에 13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며 수용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유사 시설이 난민에 대한 신속한 추적과 처벌, 송환을 위해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고3),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탈시설 운동의 예를 들며 시설건립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난민신청자가 사회적 통합의 대상인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있으며, 난민신청자와 관련한 정책은 신속한 심사의 진행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정서와 부지마련 및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집단수용시설이라는) 통합된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직접 지원은 국민정서 및 형평성을 고려할 때 부정적이라 평가합니다.”

-2010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설립 간담회 중 법무부 관계자

 

법무부는 난민 지원의 부정적 여론을 예견하며 지역 내 정착 모델이 아닌 격리 형태의 수용시설을 제시했다. 난민신청자의 정착을 돕겠다는 취지는 ‘국민정서’와 ‘형평성’의 논리에 따라 변질됐다. 결국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립계획은 추진되었고 시설은 2013년 9월 완공됐다. 그러나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된 격리 시설은 오히려 긴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개소 시점에서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난민들로 인해 영종도가 범죄의 소굴이 될 것이다"며 “신분이 불확실한 외국인들의 거주는 치안 불안을 가중 시킨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법무부는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대안으로 난민신청자에 대한 더욱 강화된 통제를 약속하며 시설 개소를 감행했다. 법무부는 안내문을 통해 “센터에는 합법체류자만 입주할 수 있습니다”, “난민을 수백 명씩 수용한다는 일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주민의 치안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략)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입니다”, “센터 입주자들은 다른 어떤 외국인보다 법을 준수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주민과의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만의 운영방식을 완성했다. 주민 치안을 위해 영종도 지역에 ‘불법’ 단속을 강화하고, 입소자를 대상으로 법질서 교육 및 통제를 철저히 하며, 전체 난민신청자 중 소수의 인원만 수용하는 방침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좌)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이용자 기록표, (우) ‘외국인보호시설’의 보호외국인 기록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는 운영규칙에 따라 구금시설과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입소자에 대한 신체검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운영규정 서식1, 외국인보호규칙 별지 제1호서식
 

난민 신청 초기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는 정책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입소를 거의 유일한 선택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운영 규정에 따라 정신장애인이나 감염인의 경우는 입소자 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많은 경우 ‘검증된 NGO’4)를 통한 극소수만이 입소 자격을 부여받는다. 입소 후에는 아침, 저녁 점호에 참여하고,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며 40여개의 CCTV로 감시를 받는다. 시설 내부에서는 국민 의례에 참여하고 한국의 법질서와 문화 교육을 반드시 이수 받도록 하여 ‘한국 국민’ 정체성을 강요받고, 시설 외부로는 정착의 성공사례로 홍보되기 위해 생활 공간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난민 정체성을 강요받는다. 주민 반발에 따라 아동 입소자의 진학은 유예될 수 있고, 법무부 규탄 시위에 참여할 경우 퇴소 조치를 받는다. 퇴소 전 지역 사회 내 정착을 위한 조치는 없다. 시설은 국격 유지를 위한 홍보 수단을 채우는 공간으로써만 기능한다.

 

“난민은 국내에서 난민 지위만 인정받으면 언제든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국제적인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모범을 보임으로써 국격(國格)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시설인 만큼 ‘혐오 시설’이 아니란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방침입니다”

-영종도 주민 설명회 중 법무부 관계자

 

시설에 입소하는 주요 대상자에는 재정착 난민5)이 있다. 인도주의의 가면을 쓰고 국가 간 정치 교환물로 거래되고 있는 재정착 난민은 시설 입소 대상 1순위이다. ‘정상 가족’으로 분류될 수 없거나 장애인, 노인, 무슬림 또는 다른 인종, 국적인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사회통합에 최적화된 재정착 난민’으로 선별될 수 없다.6)

 

“입국한 재정착 난민은 (중략) 국내정착 가능성과 사회통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된 안전하고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 특히 온화한 성품과 비슷한 외모,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 등 한국의 여느 부모와 다를 바가 없는 우리 곁의 소중한 이웃임”

-법무부 재정착 난민 설명문, ‘미얀마 재정착 난민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다’ 중

 

‘사회통합’에 부합하는 ‘선량하고 안전한 사람들’로 검증된 이들은 퇴소 이후에도 행정편의와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일률적인 직업군과 지역으로 배치된다. 시설 입소에서 퇴소까지 전 과정에서 ‘코리안드림’과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한 법치 실천’의 수단으로써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이들로 홍보된다.7)

 

한편 국가가 수용시설을 통해 난민을 이용했던 역사는 44년 전에도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 난민에 대한 시설이 최초로 건립된 1975년의 일이다. 부산에 상륙한 2,000여 명의 베트남 난민은 ‘난민보호소’에 20여년간 수용되며, 언제나 시설과 함께 공산화의 비극과 짝하여 다루어지면서 반공 의식 등을 고무시키는 소재로 이용됐다. 70년대 중반부터 시설 폐쇄 시기에 이르기까지 전국 지역에서는 안보 궐기대회가 연일 조직되었고 이에 베트남 난민은 동원됐다. 각종 언론, 대회 등에서 이들은 남베트남 패망의 배경과 원인을 설명했고, ‘자국의 보위는 자국의 힘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함께 표현되었다. 이를 통해 자유, 민주, 인도주의 실현의 주체로서의 한국과 자주국방이나 안보체제의 강화 내지는 사회질서의 확보 필요성이 강조되었다.8)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즉 타국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조율할 수 있는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써, 국내적으로는 치안 유지와 ‘국민’ 항의를 잠재우는 차원에서 난민 정책은 운용된다. 시설은 이 두 가지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고, 국가 정체성 구현 수단을 양성/유지하는 거점으로써 등장하고 운영된다. 즉, 난민은 국가의 정체성을 재현하기 위해 일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난민들의 피를 빨며 자신의 피난처를 찾고 있다”.9)

 

북수단 인권활동가 Omar Dafalla의 삽화 중 일부를 수정함 *원본링크:https://nancen.org/1663

 

‘가짜 난민’ 낙인과 공모하는 감시체제: 시설 밖 시설화를 점철하는 일상적 감시와 권리 박탈

 

법무부는 오랜 기간 동안 난민에 대한 심사 절차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 결과 법무부가 정해둔 ‘정상적인’ 심사절차를 밟지 못하는 난민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런데 오히려 법무부는 이들에 ‘제도 남용’과 ‘가짜’의 프레임을 씌워왔다. 난민법 44조는 언제든 난민신청자를 ‘제도를 악용하는 허위 난민’으로 만들어 권리를 박탈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써 정부의 행정편의나 치안 유지를 위한 도구가 되어왔다. 법 44조의 판단과 집행은 대부분 공무원 기분에 따라 재량으로 이행되어 왔으며, 난민은 언제, 어디서 ‘허위신청’으로 분류되어 신분증을 압수당하고 송환, 구금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2015년 11월, 국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관련 예산 1,000억 원 증액과 테러방지법 제정의 필요를 이야기했다. 유사한 시기에 시리아 난민을 포함한 다른 국적의 난민에 대한 추적과 감시가 강화됐다. ‘대한민국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송환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 62조등에 따라 이민특수조사대는 적법한 절차 없이 이들 중 일부를 송환시켰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낙인과 권리 박탈은 2018년 제주 예멘 이슈를 통과하며 더욱 강화된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큰 책무라는 점 잊지 않겠습니다. (중략) 난민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나 인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경 관리, 국민 안전 및 우리 사회의 미래와도 관련된 특수하고도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겠습니다. (중략)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반영하여 난민 신청자의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이 강화됩니다."

-청와대 청원 법무부 장관 답변

 

치안 기계로서의 국가가 가장 큰 관심과 공력을 기울이 는 것은 더 이상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10) 2018년 제주로 입국한 예멘 난민이 세간의 주목을 받자, 정부는 이들을 소란의 진원으로 표적화 했다. 이제 법무부는 ‘국민의 안전’과 ‘국경관리’를 위해 더욱 ‘가짜 난민’ 소탕 작전을 필요로 하게 됐다. 정부는 곧바로 ‘허위 난민을 신속히 가려내’어 ‘치안질서’를 바로 잡겠다 홍보했고, 난민법 개악과 함께 난민에 대한 더욱 강력한 통제와 감시를 예고했다. ‘국민 안전’을 명분으로 공인된 난민에 대한 폭력은, 시설 안에서뿐만 아니라 시설 밖에서조차도 난민을 더욱 일상적인 감시의 대상으로 위치시켰다.

 

정부는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을 대상으로 SNS를 사찰했다. 총기를 소지한 사람의 사진을 공유한 이들에 한해 추가 심문이 발생했고 이들 모두는 난민 지위를 불인정 받았다. 본국송환 여부는 몇 번 클릭의 결과인 SNS 담벼락의 포스팅에 따라 좌우됐다. 곧 감시의 범위는 확장됐다. 예멘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 출신의 난민이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감시의 대상이 됐다. 집회 등을 통해 법무부를 규탄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신원을 파악하거나 개별적인 추적이 발생했고, 신분증 압수와 지위 박탈뿐만 아니라 거주지 무단침입과 불심검문도 자행됐다. 난민에 대한 일상적 감시는 경찰과 출입국뿐만 아니라 관련 단체와 난민당사자, 비난민, 혐오세력 등까지 다양한 주체가 함께 협조하며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경찰은 특정 난민을 감시하고 추적하기 위해 당사자 주변의 인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당사자와 갈등 관계에 있는 기타 국적의 인물들을 경쟁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거리를 산책하던 예멘 난민은 비난민에 의해 거듭 경찰에 신고당했고, 경찰은 이들에 ‘가급적 집 밖을 나서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훈계했다. 혐오세력은 신상털기와 위치추적, 공격을 감행하며 끊임없이 이들이 가짜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조작했다.

 

이미 ‘가짜’로 예단 되는 이들은 최종 심사가 끝날 때까지 의심과 감시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를 마치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외관상 가짜’에 해당되면 언제든 감시와 검증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짜’ 낙인과 함께 굴러가는 감시의 톱니바퀴는 기존의 관계를 깨트리고, 새로운 동료를 만들지 못하게 하며, 일상적 대화를 함구시키고, 안정적인 주거지를 확보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록을 불가능하게 하며, 자기 자신조차 신뢰할 수 없게 한다. ‘난민 신청자는 진짜 난민이 아니다’라는 소문은 난민과 난민, 난민과 비난민, 비난민과 비난민 사이를 횡단하며 난민의 권리를 삭제시킨다. 도처에 존재하는 감시와 권리 박탈은 난민을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사라지게 하고 있다.

 

‘법치 한국 공동체’ 실현과 유지를 위한 항문11), 구금 시설

 

일상적인 감시체제에서 다시 시설로 이탈되는 사람들이 있다. 주소지나 체류, 노동 사실을 등록하지 못해 ‘외국인 보호시설’12)에 구금되는 사람들이다. 난민에 대한 구금은 한국만이 아닌, 전 지구적인 현상이며 예외가 아닌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13) 한국 정부는 사실상 모든 행정절차에서 난민의 권리를 제외하며 일정 정도의 ‘불법’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14) 이를 통해 연간 600억 원15)에 달하는 수수료를 확보하고, 구금 시설에 유입될 사람을 꾸준히 모집한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된 관계로 CCTV 촬영에 대한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시설에 해당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4항)”

- ‘스트레스, 우울... 보호소 맞나요’ 보도 중 ‘보호 외국인들에게 CCTV 촬영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부분’ 관련 법무부 해명자료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4항에 따르면 ‘외국인 보호시설’은 ‘적에 의하여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국가안전보장에 연쇄적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시설로 분류된다. 감옥이 범죄자를 격리시킴으로써 ‘법에 의해 폭력이 다스려지는 사회’라는 가상을 만들어낸다면, 수용소는 인종(민족)․노동․정치․이념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인자를 격리․배제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보호되는 동일한 공동체’라는 가상을 만들어낸다.16) ‘외국인보호시설’은 사실상 ‘감옥’과 ‘수용소’ 기능이 혼재된 ‘예외적’ 장소다.

 

“소수의 외국인들이 출국을 거부하거나 난민인정신청 또는 소송 진행 등 개인 민원 해결을 위해 출국이 지연되어 보호 기간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있으나, 본인이 조속한 출국을 원하면 보호 상태를 벗어나 바로 출국할 수 있습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수용자들의 열악한 인권실태’ 보도 중 ’단지 체류기간이 초과되었다는 이유만으로 1년 10개월간 갇혀 지냈다‘는 부분 관련 법무부 해명자료

 

본국 출국을 통한 석방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아있는 상황17)에서 구금의 상한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63조등의 법은 난민을 사실상 무기한 구금의 상황에 놓이게 한다. 구금시설 운용규칙은 구금의 징벌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며, 자유를 쟁투하기 위한 단식 투쟁과 자해, 자살 시도를 누적시킨다. 입국 전 난민심사 접수를 거부당해 추방을 위한 대기 공간인 송환대기실이나 환승 구역 등에서 수개월 머물게 되는 사람들도 사실상 기약을 알 수 없는 구금의 상황에 처해있다.

 

“저는 돌아가서 차라리 살해당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점차적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집으로 돌려 보내주세요. 저는 존엄하게 우리나라에서 죽고 싶습니다.”

-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A의 호소

 

많은 이들은 무기한 구금의 상황에서 결국 본국 송환을 선택하게 된다. 특히 난민 인권 활동을 하며 방문했던 시설에는 여성 난민의 수가 적었는데, 역사적으로 교도소 운영과 관련 규정이 거의 전적으로 남성 수감자들을 위해 개발되었다18)는 사실에 근거하여 여성들의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19) 많은 시설이 난민심사 관련 서류를 접수받지 않는 등 절차적 구멍을 만들며 장기 구금자를 정기적으로 추방한다. 국가는 추방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범죄자, 비국민 또는 ‘불법’ 이주민을 ‘자국 영토’에서 실제로 제거할 수 있다는 신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추방은 국가의 무능을 신랄히 비판하는 국내 여론을 진정시키고20), 구금시설은 추방을 모집하고 회유하며 추진하는 거점으로써 운영/발전된다. 여러 연구는 가장 엄격한 구금 시설조차도 정부의 보안, 공공질서, 난민 신청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21) 그럼에도 시설은 왜 유지 되는가? 과연 구금 시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결론: 시설화에 도전하기 위한 질문들

 

‘가짜’ 낙인과 감시, 구금 등의 시설화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난민 인정자는 신청자에 비해 ‘탈시설’에 가깝다 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났던 많은 인정자는 지위 인정 이후에도 발생하는 권리 박탈에서 자유로워 지고자 귀화를 고려하곤 했다. 그러나 난민이 귀화한다고 해서 시설화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난민의 상황에 처한 이들 또한 장애, 젠더, 계급, 인종, 국적, 종교 등의 다양한 정체성이 유동하는 몸이기 때문이다. 또, 모든 난민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국민의 지위로 이동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설화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무엇으로부터 ‘탈(脫)’ 할 것인가?22) 시설화에 도전하기 위해 던진, 정리되지 않는 질문들을 남긴 채 글을 마무리한다.

 

난민은 어떤 상황과 위치, 구조와 맥락 속에서 분류되고 있는가? 장애인이며 난민인 이들의 자립과 정착 가능성을 가로막는 구조/이야기들은 무엇이 있는가? 난민을 통해 발현되는 두려움은 누구의 것인가. 그 두려움은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권리의 언어는 ‘위험’과 ‘안전’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어떤 맥락에서 감시가 제안되고 실제로 실행되는가. 그 감시의 효과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난민에 대한 통제가 왜 부상하고 있는가? 인도주의는 시설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으며, 대량학살을 어떻게 감추고 있는가? 국경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탈락시키며 만들어지고 있는가? 왜 국가는 치안기계가 되었는가? 국가는 난민을 통해 어떻게 비난민을 규율하는가? 법무부 공무원들의 언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행정재량의 범위를 줄이면, 시설화의 양상도 함께 줄어들 수 있는가? ‘국민’ 또는 ‘난민’이 분류되는 상황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국민(민족)국가가 자신의 존재와 적법성을 내부 소수집단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 의존하는 정치적 구성체라는 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국가 없는 자가 포박된 곳은 정치 공간이 구성되기 위해 필수적인 외부, 즉 내부에 존재하는 외부다.23)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      *      *

 

각주

 

1) 김지혜, 탈시설 운동은 '없애는 것' 넘어 '만드는 것', 비마이너, 2019

2) 조미경, 장애인 탈시설운동에서 이뤄질 ‘불구의 정치’간 연대를 기대하며, 비마이너, 2019

3) Margaret S. Malloch and Elizabeth Stanley, The detention of asylum seekers in the UK, Representing risk, managing the dangerous, 2005

4) 활동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법무부 및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특정 단체가 연결한 사람만 입소대상자로 선정되고 있다”는 증언을 확인했다. 

5) 특정국가에 비호를 요청한 난민에 대한 지위를 인정하여, 영구적인 정착을 제공하는데 동의한 제3국이 이들을 선별하고 자신들의 국가로 재이주 시키는 정책

6) 재정착난민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국가는 일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재정착난민을 선별한다. 국제기구는 인권보호의 필요성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많은 국가들은 ‘정착가능성’이나 ‘정치 외교적 이해관계’ 등의 기준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정착(생산)가능성이 부족하다고 구분되는’ 장애인, 노인 등은 재정착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난민캠프에서 영구적인 구금상태에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한국정부는 시리아나 로힝야 등이 아닌 미얀마 카렌족을 가족단위로 선택한 기준에 대해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덜한 아시아 난민, 그중에서도 외모와 성품이 우리와 유사한 이들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7) 작은따옴표 안의 내용은 법무부 인용. 출처: 법무부, 미얀마 재정착 난민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다, 2015

8) 노영순, 부산입항 1975년 베트남난민과 한국사회, 2014

9) Aiesha(가명)의 비판을 인용.

10) 진태원, 을의 민주주의 - 세월호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 2017

11) 차승기는 ‘수용소라는 안전장치 - 오무라수용소, 폴리스, 그리고 잉여 -’에서 “오무라[大村]수용소로 상징되는 조선인 입국자 수용소는 패전후 일본의 법-토-국민을 재창출하기 위해 이질적인 존재들을 방출하는 장치, 즉 ‘단일민족 국민-국가’ 일본이라는 신체의 항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차승기의 비유를 인용했다.

12) ‘외국인보호시설’은 법 위반으로 강제퇴거의 대상이 된 이주민들을 특정 장소에 머물게 하여 국내에 체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금시설이다.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이주민을 구금하기 위한 시설이 30여개가 있다.

13) 전 세계적으로 구금이 되고 있는 난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통계는 확보하기 어려우나, 국제기구의 모니터링 대상 8개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간 25만 건의 난민 구금이 자행됐다. 글로벌 구금 프로젝트는 지난 10년 동안 약 100개의 나라에서 이민 통제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금 시설이 2,000개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 구금 시설 지도 링크(대한민국 포함): https://www.globaldetentionproject.org/detention-centres/map-view 출처: Global Detention Project 및 UNHCR, Beyond Detention, ANNEX: QUANTITATIVE TRENDS, 2018

14) 자세한 내용 ”국가주도 난민범죄자 만들기“ 참고. 링크:https://nancen.org/1798

15) 다른 지위의 이주민을 포함한 금액. 57,659,813천원. 출처: 기획재정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정보공개 청구

16) 차승기, 같은 글.

17) 그 외에도 심각한 질병 등을 사유로 2,000만원가량의 보증금을 납입하여 일시적으로 구금에서 벗어나는 방법, 기적적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처분 취소 소송 또는 난민 소송에서 승소하여 구금상태를 종료할 수 있는 방법, 제3국과 본국 대사관 등의 협조를 받아 제3국으로 출국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만 해당된다.

18) Global Detention Project, International Women’s Day: Focusing Attention on the Abuses Women Suffer in Immigration Detention

19)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구금 또한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구금시설 내부에서의 인권침해를 발생시켜 비교적 빠른 송환을 회유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20) Matthew J. Gibney, Randall Hansen, Deportation and the liberal state: the forcible return of asylum seekers and unlawful migrants in Canada, Germany and the United Kingdom, 2003

21) UNHCR, Beyond Detention, 2018

22) 조미경, 같은 글.

23) 앞 질문까지 포함 인용. 주디스버틀러·가야트리스피박,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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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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