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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당사자 배제한 채 ‘정신질환자 범죄’ 국회 입법 공청회 개최… 당사자들 분노
정신장애인들 “마녀사냥 멈추고,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달라” 국회 앞에 모여
“정신장애인도 한 사람의 국민, 언론과 입법자들 편 가르기 멈춰야”
등록일 [ 2019년06월13일 15시29분 ]

13일, 오전 11시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아래 파도손) 등 10여 개 단체가 모여 ‘정신장애인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인 각성 촉구 및 사회적 혐오를 조장하는 반인권적 입법공청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최근 국회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한 채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며 감금을 정당화하는 법안 공청회를 연 것에 대해 정신장애계가 분노하며 국회 앞에 모였다.

 

13일, 오전 11시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아래 파도손) 등 10여 개 단체가 모여 ‘정신장애인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인 각성 촉구 및 사회적 혐오를 조장하는 반인권적 입법공청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뿐 아니라 범죄자의 정신병력을 부각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정신장애인=범죄자 또는 예비 범죄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다시 정신장애인 ‘격리’와 ‘보호’를 골자로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5일,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정신질환범죄 방지와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입법공청회’에서는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를 배제한 채 정신장애인을 격리감호의 대상자로 설정하고 감금을 정당화하려는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정하 파도손 대표는 “언론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줘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음에도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살인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입법자들도 제대로 정신장애인에 대해 모르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기자회견 이유를 밝혔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에 비해 낮다. 또한 정신질환과 범죄의 관련성에 대해서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기자회견에서는 ‘정신장애인의 범죄’가 아닌 ‘정신장애인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촉구했다.

 

2016년 기준으로 정신장애인의 조사망률(사망수준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지표)은 인구 10만 명당 1613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조사망률 549명보다 3배가량 높다. 정신장애인의 평균 수명은 59.3세로 우리나라 평균 수명 82세보다 14.9세가 적다.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자살률의 8.1배로 나타나고 있다.

 

이정하 대표는 “특정 인구 집단의 자살률이 높고, 다른 집단과의 사망연령도 차이가 극심한데 어느 곳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정신장애인은 유령처럼 감춰져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고, 지역에 거주할 공간도 없어 사회에서 그저 부유하고 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정신장애인 범죄가 나타나면 그때서야 보도를 하고, 입법자들은 여기에 편승해 편견만 강화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당사자의 죽음은 언론보도 되지 않는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주상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정신장애인에 대한 일제조사를 했는데, 그보다 정신장애인이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몇 개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언론에서 정신장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위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들이 병원에 가면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재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2008년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과 강제치료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지역사회에서의 요양, 재활, 직업 활동, 일상 활동, 사회생활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나, 현재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회복할 수 있는 사회복지 인프라는 없다. 파도손은 “우리나라는 오히려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5일 열린 국회 공청회에 정신장애 당사자를 배제한 채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에 분노했다. 공청회 구성원도 평소 정신장애인 범죄에 주목하며, 정신장애인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에도 의구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법안을 만들고 통과가 되면 정신장애인은 소리 없이 제거되고 더욱 보이지 않는 곳에 갇히게 될 것”이라며 입법 공청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미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국가가 나서서 편 가르기를 하고, 특정 계층을 소외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특정 국민을 격리하고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참가자들은 정신장애인이 한 사람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취지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정하 대표는 “치매환자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5명 중 1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정신장애인도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할 평범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입법자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추고, 정신건강복지법의 취지에 걸맞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질 좋은 사회서비스’를 고민할 때”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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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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