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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애를 이유로 생명보험 가입 거부는 명백한 차별”
법원, ‘보험 가입 거부하려면 의학적·통계적 기반의 구체적 증거 마련해야’
원고 측 소송대리인 “장애를 이유로 보험 가입 기피했던 보험사 관행에 경종”
등록일 [ 2019년06월13일 16시45분 ]

법원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한 보험사에 ‘합리적인 통계 원칙과 수긍할 의학적·과학적 진단 결과 없이 가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제3부(재판장 신헌석)는 항소심에서 장애를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 소송(2017나77468)을 제기한 뇌병변장애인 A 씨에게 원고 패소 판결을 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어린 시절 뇌성마비로 다리에 장애가 있었던 A 씨는 뇌병변장애가 장애유형으로 분류되기 전인 1988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40대 남성으로 대기업에 근무하고 배우자와 세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가장이다.

 

A 씨는 10년 만기 생명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거절당하자 이의 신청을 했다. 보험사가 파견한 간호사에게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 제출도 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보험사는 뇌성마비 지체장애 2급으로 다리를 절뚝거리고, 고도장애 발생자의 사망률이 미발생자보다 18배 높다는 통계를 들어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자문의사의 소견을 들어 ‘뇌병변 2급 장애는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이에 A 씨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를 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서울특별시장애인인권센터(아래 인권센터)가 나섰다. 인권센터는 항소심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보험사 측이 증명하도록 요구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차별행위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증장애인 사망률이 18배 높다는 증거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뇌병변장애인의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에 대해도 원고와 무관한 뇌혈관질환과 고령층에 대한 비중이 커서 아동기 이전 발생하는 뇌성마비가 보험에서 보장하는 40~50대 중년 남성의 사망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건강검진 결과로 파생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뇌성마비는 비진행성이므로 보행에 불편함이 있는 것 이외에는 특이사항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장애등급판정기준을 일률적으로 대입한 것은 합리적인 의학적·과학적 자료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김동현 인권센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보험사가 장애인 보험 청약을 거절하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으려면 보험의 보장 내용에 따른 의학적·통계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장애를 이유로 보험 가입을 기피하던 보험사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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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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