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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애인연금 3급까지 확대? 기획재정부랑 협의 안 돼” 절레절레
장애계,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장애인연금 개편 방향 논의
장애인연금만으로 ‘최저소득보장’ 가능하도록 ‘최저임금 70%’까지로 상향해야
등록일 [ 2019년06월21일 22시34분 ]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장애인연금을 비롯한 소득·고용 영역은 2022년에 새로운 판정체계가 마련될 예정이다. 여기서 장애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장애3급도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는 1~중복3급까지만 받을 수 있다. 등급제 개편으로 1~3급 장애인이 ‘중증’으로 분류되는 방식의 통일성을 고려하면, 3급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로 예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취지엔 적극 동의하지만 대상자를 3급으로 확장할 경우 현재 장애인연금 예산의 두 배가 필요한 만큼 재정당국(기획재정부)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연금은 대상만이 문제는 아니다. 턱없이 낮은 지급액도 문제다. 결국 장애인연금제도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 중 장애인연금 개편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21일 오후 1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의 주최로 열렸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242만 1000원으로 전국 월평균 가구소득(361만 7000원)의 66.9%에 불과하다.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은 16.3%로 전체 국민의 수급자 비율 3.2%보다 무려 5.1배나 높다. 여기에 의료비, 교육비, 재활보조기기 구입 등 장애로 인한 평균 추가 비용은 월 16만 5000원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1.6배에 달한다. 그러나 GDP 대비 장애급여 지출은 2014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은 2.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인이 국가 및 사회에 바라는 욕구 중 첫 번째는 여전히 소득보장이다.

 

이날 논의는 장애인연금을 통한 장애인의 최저소득보장 방안에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발제자인 윤상용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장애급여의 체계화 △장애급여 지급액 준거 설정 △장애급여 수급자격심사 기준 평가를 쟁점으로 뽑아 발표했다.

 

윤상용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장애급여 체계, ‘소득보전급여=장애인연금’과 ‘추가비용급여=장애수당’으로 이원화해야

 

현재 장애인연금은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로 나누어져 있다. ‘기초급여’는 근로능력 상실로 줄어드는 소득 보전을 위한 소득 보장 성격의 연금이며, ‘부가급여’는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연금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현재 기초급여는 30만 원, 부가급여는 8만 원을 받는다.

 

이에 대해 윤상용 교수는 “장애인연금을 기초급여 중심으로 개편하고 부가급여는 경증장애수당과 통합하여, 장애인 소득보장체계를 ‘소득보전급여로서의 장애인연금’과 ‘추가비용급여로서의 장애수당’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면서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으로 최저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연금을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분리하여, 장애인연금이 일정 소득 이하의 장애인에 대한 최저소득보장으로서 제도적 완결성을 갖는 범주형 공공부조로 운용되어야 한다”면서 “이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다수 국가에서 장애인연금만으로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연금 수급자격을 ‘소득활동능력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소득활동능력을 완전 상실하면 지급 수준을 높이고, 부분 상실하면 장애급여를 일정 기간 지급하되 그 기간에 집중적으로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하여 취업을 유도하고, 소득활동이 가능하다면 수급 대상에서 배제해 보편적 고용서비스를 통한 취업 유도 및 근로장려세제 등의 연계로 자립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장애인연금 기초급여 기준, ‘최저임금 50%’에서 70%로 단계적 인상해야

 

현재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지급액과 연동되어 있어, 기초연금이 인상되면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도 인상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를 분리하여 장애인연금만의 새로운 지급액 준거가 필요하다”면서 이때 최저임금이 합리적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윤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장애인연금 기초급여 지급액을 최저임금의 50%로 설정하고 향후 70%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이미 이처럼 지급하고 있으며 일본은 최저임금의 50%, 네덜란드는 70%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급여 경우에는 장애인실태조사에 나온 장애추가비용을 지급액 준거로 활용할 수 있으나 이는 실제보다 과소 추계되는 경향이 있어서, 향후 국민생활실태조사에서 계측된 추가비용 활용 방향을 제시했다.

 

- 장애인연금 누구에게 줄까? “근로능력손상 25% 이상에만 지급해야”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인연금 수급자격 심사에 대해 현재 1~중복3급까지 주고 있는데 의학적 손상(장애등급)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체계가 아닌, 장애가 개인의 노동시장 경쟁력에 미치는 소득활동능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의학적 손상, 기능적 근로능력 및 상황적 요인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소득활동능력평가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근로능력손상 25% 이상에만 장애인연금을 주어야 하며, 근로능력손상 정도에 따라 더 많이 지급하고, 손상이 덜한 사람에겐 차감하여 지급하는 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 중 장애인연금 개편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21일 오후 1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의 주최로 열렸다. 사진 강혜민
 

- “소득과 고용 연계? 근로연계복지 방식으로 ‘필요한만큼의 소득 보장’ 이어질지 의문” 

 

이날 토론자로 나선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정책조직실장은 우선 장애인복지법상의 중증장애인과 장애인연금법상의 중증장애인 정의가 불일치하는 부분을 지적하며, 3급까지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장애인연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보면 장애인복지법상의 중증장애인을 현재의 ‘1~중복3급으로 별도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부가 오는 7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중증장애인은 기존의 1~3급, 경증장애인은 4~6급으로 이원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맞지 않는다. 등급제 폐지로 ‘중증’ 개념이 달라지지만 예산 때문에 장애인연금 수급자를 현재 기준에 묶어둘 수밖에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 실책이다.

 

조 실장은 “현재 장애인연금 대상인 1~중복3급이라는 기준도 어떠한 합리적 근거 없이 단지 예산 때문에 이렇게 잘린 것”이라면서 “이는 장애인연금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한 복지부 회신에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실제 전장연이 행정예고 때 제출한 의견에 대해 복지부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대상자 확대 시 상당한 재정이 소요되며 이에 대해 재정당국과 공감대가 없어 당분간 현행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 실장은 장애급여 수급자격심사 기준에 소득활동능력평가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발제자의 의견에도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는 “2022년에 소득과 고용이 같이 개편된다는 것에서 보듯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의 조건부수급, 근로연계복지 같은 것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런데 소득과 고용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제기했다.

 

조 실장은 “근로연계복지는 많은 OECD 국가가 채택하는 방안이긴 하나 한국처럼 대상선정 자체를 억제하는 곳에서 이러한 선정 방식이 정말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소득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능력이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지역사회의 고용 환경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직업을 갖지 못하는 장애인의 소득 상실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따라서 “2022년에 도입될 소득·고용 기준은 일정 소득 기준에 미달하는 모든 장애인에 대해 충분한 소득 보장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한다”면서 “설령 소득활동능력평가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수급자보다 대상자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상황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여 최대한 유연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소속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 지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남 교수는 “한국, 미국, 일본의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25~26%로 서로 간에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 정작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미국·일본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나머지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정부가 부처별 지출을 뜯어보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직실장, (오른쪽) 김승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장. 사진 강혜민
 

- 복지부 “장애인연금 3급까지 확대? 기획재정부랑 협의 안 돼” 절레절레

 

이날 김승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장은 “3급까지 장애인연금 지급을 확대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예산 때문에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3급 장애인의 빈곤율은 1, 2급 장애인보다 더 높은 상태다.

 

김 과장은 “그러나 이 문제는 복지부 자체 판단만으로는 어려우며 기획재정부와의 협의와 법 개정 시 국회 토론이 있어야 하기에 녹록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작년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36만 명인데, 3급까지 포함하면 여기에 28만 명이 추가된다. 예산으로 환산하면, 현재 장애인연금 1년 예산 7000억 원에 5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즉, 현재 장애인연금보다 두 배가량이 증액되어야 한다.

 

김 과장은 이러한 상황을 토로하며 “시간을 두고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소득 하위 70%까지 단계적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득·고용 영역에서 새로운 판정체계가 마련되는 2022년에 대상자를 어디까지 열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근로능력평가 도입에 대해서는 행정비용 발생에 대한 부담과 함께 “이에 따라 장애인연금 수급 여부가 결정되기에 평가에 대한 불복이 많아지고, 공정성 시비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존 수급자가 탈락할 경우 정부로서는 우려되기도 한다”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장애등급제에서 장애인연금 제도가 출발해서 이를 도입할 경우 전면적인 소득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며 이를 도입하고 있는 해외와 토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윤상용 교수에게 “장애급여 수급 기준으로 제시한 ‘근로능력손상 25%’면 대상자 수가 얼마나 되는가. 근로능력손상 25%를 측정하기 위한 복잡한 선별 과정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정확한 인원 추계를 위해선 근로능력손상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고 이를 통해 등록장애인 중 표본을 추출해서 파악해야 하는데 현재 그러한 정보가 없다”면서 “다만 외국 사례에서 25%가 가장 낮은 기준의 손상률이어서 이를 가져왔다”고 답했다.

이어 “기술적 난제와 행정비용 등으로 의학적 손상, 기능적 근로능력 및 상황적 요인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소득활동능력평가 시스템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소득 기준으로만 하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적인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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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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