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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장애인학대 피해 어떻게? 특례법 제정 vs 일반법 정비
22일 ‘장애인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토론회’ 열려
장애인학대 피해자 지원 한목소리…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 제정에서는 의견 엇갈려
등록일 [ 2019년07월23일 17시17분 ]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장애인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왼쪽)과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오른쪽)의 모습. 사진 허현덕

 

지난 4월, 대법원은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에 대해 국가와 완도군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2014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판결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 그 사이에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2017년부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체계가 구축되고, 장애인학대사건을 처벌하는 규정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정비됐다.

 

그러나 장애인학대 피해자의 어제와 오늘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도 발달장애인이 32년간 사찰 주지스님으로부터 지속적인 강제노동과 폭행, 명의도용을 당한 정황이 명백함에도 검찰은 가해자를 폭행으로만 기소했다. 교남학교에서 교사가 발달장애 학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남았지만, 불구속기소 됐다. 장애인학대는 알려지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해자는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모든 장애인학대 사건은 수사-기소-선고 단계에서 이러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장애인학대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현재 상황을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장애인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토론회’가 윤소하 정의당의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 계속되는 지적장애인 학대 피해 사례…노동력착취 범죄 상담 연평균 100건, 유죄확정은 15건 그쳐

 

형사정책연구원이 ‘2018 장애인실태조사(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거주시설인권실태조사보고서(보건복지부)’, ‘장애인인권상담분석보고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17년 장애인대상범죄 중 유죄판결에 대한 판결문, 장애인상담센터 상담 일지 등을 분석한 결과 장애인 피해자의 과반이 지적장애인이었다. 가해자는 이웃이나 지인, 기관종사자, 가족, 친척 등 주변인이 대부분이었다. 상담에서 고소·고발이나 소송, 경찰수사 등 형사사법절차로 진행되는 경우는 6.8%에 그친다. 이 중에서 노동력착취 범죄 상담센터 의뢰는 연평균 100건을 넘는다. 그러나 2017년 기준 노동착취로 유죄확정을 받은 사건은 15건밖에 없다. 장애인대상 범죄사건의 항소율은 32%(전체사건 항소 41.2%), 상고율은 8.8%(전체사건 상고 32.4%)에 그치는 수준이다.

 

김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의해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30%는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사법기관종사자의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8년 상반기에 접수한 장애인 학대 피해 사례 중 지적장애인 ‘학대-경제적 착취’는 218건, ‘노동력 착취’는 27건이다. 이 중에서 염전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2014년 이후부터 노동력 착취가 시작된 사례도 5건이다.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염전노예 사건으로 여러 제도가 보완됐지만 지적장애인의 노동력 착취 행위는 중단되지 않았다”며 “2014년 이후 가해자에 대한 분노 여론과 처벌이 논의되고 있었을 때조차 노동착취를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제도 개선이 무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장애인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토론회’에 참가한 토론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광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사진 허현덕

 

- “장애인학대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대로 지나친다면 개선 토론회 아무런 소용없어”

 

최정규 소장은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책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염전노예 사건에서 당시 신의파출서는 ‘염전 종사원 신상면담부’로 지적장애인 노동 착취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묵인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신상면담부’에는 염전 종사원을 1년에 5~6차례 면담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전산으로 관리한 자료다. 그러나 노동착취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가 일어나자 신의파출서는 처음에는 면담기록부의 존재를 부인하다 폐기했다는 비상식적인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은폐와 거짓진술, 노동착취 묵인 등에 대해서 15명이 서면경고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최 소장은 “염전노예 사건에서 있었던 노동기관, 검찰, 경찰의 충격적인 노동착취에 대한 수사방치 행위에 대해서 계속 수수방관한다면 제도 개선 토론회를 100번, 1000번 하더라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소장은 유사한 범죄행위에 대한 적용법률이 일관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선고가 확정된 4개의 유사한 ‘노동력착취’ 범죄의 적용법률이 △최저임금법 △준사기, 장애인복지법(부당영리행위)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부당한영리행위) 위반 등으로 일관성 없이 적용되고 있다. 또한 양형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법원의 형량이 미약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최 소장은 “수사기관에서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점을 복기하고 고통스럽겠지만 체계를 마련해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며 “장애인학대 피해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거나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형기준에 대해서 박광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국민은 ‘고작 1년’이라고 하지만 법관은 ‘1년이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양형기준이 매우 다르다”며 “현재의 양형기준은 법관이 그동안 같은 범죄 양형을 평균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애인학대 범죄의 양형이 낮은 이유는 그동안의 양형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짚으며 “장애인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국민의 양형기준에 접근하도록 장애단체 차원의 운동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장애인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는 모습. 사진 허현덕

-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 제정돼야” VS  “옥상옥이다, 현행법 정비부터 이뤄져야”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장애인학대에 대한 별도의 법체계를 소개하며, “마련된 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여전히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피해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 제정 △실질적인 의사소통 지원 △범죄피해 장애인을 위한 지원체계(생계비, 아동교육지원비, 아동양육비, 직업훈련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아래 특례법)은 장애인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를 ‘장애인학대범죄’로 규정해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각적인 수사기관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임시조치제도와 피해장애인보호명령 등을 법제화한다. 김 변호사는 “ 특례법 제정이 되면 장애인복지법상 ‘학대’에 들어가지 않아도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학대범죄로 지정할 수 있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법적 범주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국선변호사제도’와 ‘실질적 보조인제도’가 도입할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례법 제정에 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장애인학대는 매우 긴급하고 시급한 상황이기에 현재 발의조차 안 된 특례법보다는 현재 발의된 9건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장애인을 위한 방안에 무게를 두고, 쉼터를 늘리고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장애인학대 가해자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광민 교수는 형사사건에 관해서는 기본법인 형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나치게 처벌을 중심으로 한 특례법은 ‘중형주의’를 강화하고 ‘죄형법정주의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현행법의 문제점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정비하고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특례법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대’라는 이미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장애학대’라는 개념을 더해 의미의 모호성을 더욱 확장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며 “장애학대 처벌대상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다양한 성폭력범죄를 처벌할 수 있게 됐고, 처벌기준이 대폭 강화됐지만 성폭력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특례법 제정이 범죄를 막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례법 남발로 형법의 사문화 가능성을 제기하도 했다.

 

이에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인학대 피해 사건은 장애인의 진술에 의존하는 한, 스스로 신고할 수 있어야 하는 한 절대로 줄어들거나 바뀌지 않는다”며 “현재 기득권 중심의 장애인학대 피해 구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특례법 제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대’라는 개념을 ‘장애학대’로 처벌법상에서 추가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성요건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대라는 개념은 이미 오랜 시간 굳어져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인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현재 형법에서 학대 관련 범죄에 관대해, 대부분의 학대 사건이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기에 특례법을 제정해서라도 강력하게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형법에서 제대로 처벌이 가능했다면 장애계에서 이런 토론회를 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특례법 제정에 한 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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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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