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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 피폐해진 마음을 돌보다
사회운동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 ⑤
오현정 와락치유단 상담전문가
등록일 [ 2019년08월02일 19시48분 ]

고 박종필 감독 2주기를 맞아 박종필 추모사업회(준)는 지난 7월 24일 활동가들의 건강권을 고민하는 추모포럼 '사회운동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를 열었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활동비와 과로한 노동, 불투명한 전망 등은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겪는 현실이나 이제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국가폭력 등 고통의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피해당사자와 함께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며 활동하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는 꿈꾸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마이너는 ‘활동가 건강권’에 관한 논의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며, 추모포럼에서 발표된 글들을 기획 연재합니다.


또한, 비마이너에서는 8월 31일까지 ‘활동가 건강권’에 관한 자유기고를 받습니다. 게재되는 글에 한 해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며, 필요시에는 익명 투고도 가능합니다. 글은 비마이너 메일(beminor@bemino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_ 편집자 주


-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네트워크 통통톡(通統talk)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를 위한 심리치유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건강권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를 위한 심리치유네트워크 통통톡(通統talk, 이하 통통톡) 활동을 소개하면서 사회활동가들의 마음돌봄에 대한 제언을 간략히 하고 싶습니다. 


통통톡은 2016년 7월 1일 출범한 개인, 단체 네트워크로 마산창원산재추방연합, 마음의숲치유센터, 민주노총노동안전보건위원회, 길목협동조합의 ‘심심’프로젝트팀, 심리치유공간 ‘와락’, 영등포산업선교회 쉼힐링센터, 전북일하는사람을위한심리상담센터 마음쉼,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교구노동사목,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 폭신폭신협동조합(가나다순)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 단체들은 오랜 시간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와 심리사회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통통톡은 노동자와 사회활동가의 개인 상담과 장기투쟁, 파산으로 인한 실업 등 노동자들의 심리적 위기에 개입하는 다양한 치유 활동을 진행해왔으며 2018년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상근활동가들의 마음건강검진과 청년 사회활동가 마음돌봄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상당한 공감과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난 6월 24일 박종필 추모포럼에서 발언하는 오현정 와락치유단 상담전문가. 사진 강혜민
 

- 상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의 피폐해진 마음 


한 실태조사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80%가 활동가 충원이 쉽지 않다고 밝혔는데 낮은 임금(86.2%)과 열악한 근무조건(42.5%), 비전의 부재(19.5%), 낮은 인지도(18.4%) 등이 그 이유였다고 합니다(김동춘, 2014). 또, 규모가 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상근자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근자로 어느 곳에 속하지 않고 개인활동가로 활동하는 경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감과 소속감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움이 더 가중되기도 합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우울증, 공황장애, 무기력함은 ‘동지’라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빼곡히 채워져 있는 온갖 집회, 문화제에 내가 몇 명을 조직해서 데려갈 수 있는지가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었죠. 병든 몸과 마음을 이겨내는 건 내 몫이고, 얼른 나아서 행사에 ‘동원’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동지라는 사람들이었어요….” (사회활동가를 위한 대나무숲에서 옮김)


상담실에서 만난 활동가들은 지쳐 있었고 불안과 우울, 무기력감과 분노가 높았습니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과 헌신으로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느낄 새 없이, 사회활동가로서 스스로의 결의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책을 하거나 그래도 동지들과 잘 이겨내자며 자신을 다독이다가 몸과 마음이 지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떠날 것을 고민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막막함을 호소하며 활동가로서 계속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도 무겁습니다. 엄정한 기준으로 자기 헌신을 강제하면서 짧은 쉼을 누릴 때도 동료나 투쟁하는 이들에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경우도 많아 긴장이 끝없이 지속하면서 수면장애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통의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절규에 찬 이야기를 보고 듣는 사회활동가들의 정서감염과 대리외상은 심각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조차 알 수 없어서 탈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청년활동가의 경우, 10년 안팎으로 활동을 한 이들은 세상과 부대끼며 부식되듯이 몸과 마음에 피로감이 쌓여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거나 염려되었습니다. 특히 같은 뜻을 펼치는 동료나 선배, 위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실망감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 마음돌봄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사회활동가들의 소감


“상담하면서 스트레스받을 때 몸으로 나타났던 증상들이 없어졌습니다. 또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대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상담의 목표였던 마음의 힘 기르기가 미력하나마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내 마음이 어떤지’ 스스로 물어봐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상담받기 전에는 잘한 일,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음에도 스스로 칭찬하거나 응원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으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나는 나에게 참 못되게 굴었다’라는 점입니다. 내 마음이 어떤지 스스로 물어봐 주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혼자 답을 찾기 어려울 땐, 친구, 가족, 동료들에게 내 부족함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첫걸음을 뗀 것 같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활동과 쉼의 균형, 도전과 좌절의 균형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때로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니 성장한 시간이었지요. 사회활동가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 상담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환대의 경험이 부족한 시대에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갈등 상황에서 되풀이되는 괴로움을 다른 방식으로 어려움을 해소하고 접근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마음의 해우소가 필요했는데 이제야 살 것 같아요. 주변에도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요즘의 내가 보입니다. 이런 기회가 없었으면 아직도 난 계속 같은 어려움 속에서 쩔쩔맸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노동을 하는 사회활동가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노동, 스트레스, 2차 트라우마 등에 노출되며 소진과 폭력 상황에 노출되는데 이를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가져가 어려움을 겪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습니다. 진단되지는 않지만 신체적·정서적 고통에 노출되어 있으나 어떻게 이를 직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은 전혀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모든 활동가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익히면 좋겠습니다.” (2018년 서울시 청년 마음돌봄프로젝트 참가 후기에서 옮김)

 


- 마음돌봄의 의의


마음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은 심리적인 안전감을 경험하면서 내면의 힘을 회복하고 성장을 돕습니다. 또, 스트레스 감내력과 대응력을 높이고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자기돌봄을 안내받고 훈습할 수 있어 심리적 소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각 단체에 자기돌봄과 건강한 치유 문화를 형성하고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회활동가는 열악한 처우로 인한 어려움만이 아니라 위계적인 조직문화, 조직 내 민주주의, 관계에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이 상당합니다. 정서전염이 만연한 노동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사회활동가는 정서감염과 공감피로도가 높은데 일, 성취 지향적인 조직문화에서 소진되면서 존재로서 존중되는 경험보다 대상으로 착취된다는 상처를 안고 활동을 그만두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마음돌봄은 상호 연결감을 회복하고 조직에 대한 신뢰감을 확인하면서 건강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네트워크 통통톡(通統talk) 로고

 

-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단체에서 적극 지원해야


사회활동가들이 스스로 마음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돌봄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마음건강검진을 제안드립니다.

 

통통톡은 2018년도에 이어 2019년에도 마음건강검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검사와 전문가와의 깊이 있는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마음건강검진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현재 내 몸과 마음이 어떤지 안부를 묻고 일상에서 몸마음 돌봄을 하는데 필요한 자원이나 기술 등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마음건강검진 결과,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심리적 개입, 심리기술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하면서 연습모임, 자조모임 등 마음돌봄의 연결망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또한, 활동가들의 역량강화나 성장을 지원할 때 마음돌봄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가들에게는 맹목적인 이타주의보다는 건강한 심리적 경계를 세우고 자신과 타인을 함께 돌볼 수 있는 훈련, 정서전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훈련, 착취 앞에서 건강하게 ‘NO’라고 할 수 있는 자기주장 훈련, 건강한 소통을 위한 훈련들이 필요합니다. 활동가들의 역량강화교육에 이와 같은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면 좋겠습니다.


활동가들의 쉼과 재충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때 기분 전환만이 아닌 심리적 요인을 목표로 한 개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집단 공감의 힘과 상호 지지의 문화를 경험하며 자신의 심리적 자원을 발견하고 집단원들과 지지와 연대로 심리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경험을 통해 소진을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각 단체나 조직에서 치유나 마음돌봄을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누구나 그래’, ‘마음을 좀 굳게 해’, ‘시간이 가면 나아질 거야’, ‘의지로 할 수 있어’ 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방치하지 않고 특히 활동가들의 정서감염과 대리외상, 소진 등으로 인한 마음건강은 우리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아픔과 괴로움을 있는 그대로 수용, 존중하는 분위기와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억압과 고통의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 그리고 가장 나중까지 함께 하는 사회활동가는 우리 사회의 치유자입니다. 그렇기에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처우에도 소명감을 가지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회활동가들을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합니다. 아픈 것은 아프다 말하고 힘든 것은 힘들다, 속마음을 나누며 건강한 마음돌봄과 치유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의 마음건강이 지켜지고 지속적인 활동도 할 수 있겠지요. 통통톡은 사회활동가들의 대나무숲을 치유의 숲으로 만들어가는 길에 따뜻한 동행이 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 ]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탈진, 고갈되어 분노에 가득 차거나, 무기력해지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다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이라고 해서 연소 증후군, 탈진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자기돌봄으로 번아웃을 예방하세요.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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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정 와락치유단 상담전문가 imhealing@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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