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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실종, 오직 그의 장애 때문일까?
커뮤니티케어 시대, 발달장애인의 실종 문제에 관하여
‘미숙한 아이’로 간주되어 통제되는 삶이 ‘실종’에 준 영향은?
등록일 [ 2019년08월16일 15시02분 ]

실종된 지적장애인을 찾는 팸플렛.
 

대책 없는 발달장애인 실종 대책의 현주소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추진 발표에 따라 장애인이 안심할 수 있는 지역생활 보장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대다수의 시설 거주 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이거나, 발달장애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 가정에서 시설로 입소하는 최우선의 집단이 발달장애인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논의의 핵심에는 언제나 발달장애인이 있다. 실제로 탈시설화는 많은 나라들에서 발달장애인이 시설 보호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지원받으며 생활하는 형태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 당위에 비해 발달장애인의 지역생활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대표적인 사회불안 요소인 실종이 있다.

 

발달장애인은 시설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실종’의 위험으로부터 늘 자유롭지 못하다. 대구에서만 2017년 동구 모 시설에서 무단외출한 발달장애인이 두 달 만에 불과 3km 떨어진 산속 개울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으며, 2018년에는 발달장애인이 자립주택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3일 만에 대구와 경북의 경계지역에서 확인되는 일이 있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부모나 보호자, 사회복지시설, 관련 단체는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일상’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종은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을 불안하고 황폐하게 만들며, 나아가 개인의 생존, 생명과도 직접적으로 관계된다. 그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주의 깊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실종정책은 2005년에 제정된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률에서 규정하는 ‘실종아동 등’이라 함은, 18세 미만의 아동, ‘장애인복지법’ 상의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치매관리법’에 의한 치매환자를 말한다. 이중 장애인만이 유일하게 대상자의 연령이나 건강상태에 관계없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오히려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아동과 치매환자(치매인)에 비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구가 적어 실종신고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신고 대비 미발견 건수는 아동이나 치매환자에 비해 발달장애인이 약 2배 정도 높다.

 

실종문제에 있어 발달장애인은 아동도 성인도 아닌, 환자도 비환자도 아닌 어느 중간에서 서성이고 있다. 아동실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언제나 높았다. 최근 정부는 실종을 아동 권리 영역으로 간주하고 실종아동전문기관을 아동권리보장원 업무에 포함했다. 치매환자나 노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7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작으로 ‘치매노인 실종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한 실종 예방 및 대응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발달장애인지원사업을 비롯한 복지사업,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심지어는 장애인안전종합대책과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내에서도 실종에 관한 언급은 찾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실종을 생각하는 방식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의 실종 원인을 당사자의 장애 특성과 신체적 결함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건복지부 위탁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발달장애인이 실종에 취약한 이유를 “그 연령과 상관없이 언어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제약을 받기도 하며 경계의식이 부족하고 선악의 구별이 안 되거나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적장애인의 실종과 반복 가출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연구한 논문에서도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주의집중의 결함”, “의사소통 및 문제해결 기술의 발달 지체”, “학습능력의 부족”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모두 실종이 개인 문제임을 설파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팽배한 장애의 생의학모형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장애는 곧 개인에게 내재한 병리이며, 비정상적인 요소이다. 장애인이 겪는 사회에서의 불편부당함이나 위험함의 원인은 다름 아닌 애초 개인이 지니고 있는 결함 때문이다. 장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은 개인과 가족의 비극이자 책임이다. 장애를 퇴치하거나 치료하지 못할 때는 재활과 교정에 힘써야 하며, 그마저도 불가능할 때에는 기적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한 인간이 사회에서 겪는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 악습은 장애라는 한 사람의 일부 특징을 ‘사람 그 자체’보다 더 크게 부각시켜 결과적으로 인간 존재를 대상화하고 인격 침해를 정당화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발달장애인의 실종 문제가 아동과 치매환자 사이에서 모호하게 부유하고 있는 점은 어쩌면 당연하다. 발달장애인은 대체로 그 연령과는 무관하게 ‘미숙한 아이’로 간주되어 왔으며, 실제 건강상태가 어떠하든 간에 ‘결함을 지닌 병자’로 여겨진다.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은 성인이 되어도 아동기, 청소년기와 다를 바 없이 발전 없는 생활을 한다는 뜻이며, 학교나 가정과 같은 합의된 장소를 벗어나면 위험한 상태가 되거나,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태도는 발달장애인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정형화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이들을 돌본다는 명분으로 분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통제된 생활과 제한된 범위의 활동 안에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거의 대다수의 경험이 차단당하고 허락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기꺼이 허락된 영역은 무엇이었는지 되물어보아야 한다. 실종의 원인을 한 사람의 장애로만 돌린다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평생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명확한 시스템이나 강한 통제권 안에 놓여야만 하는 삶으로 귀결될 뿐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조은누리 양이 실종신고 열흘만인 8월 2일 구조됐다. 당시 이를 보도한 KBS 뉴스 영상 캡처

 

발달장애인 실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요인들

 

많진 않지만 몇 가지의 자료를 비교해보면 그 사실은 좀 더 분명해진다. 실종아동 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아동의 일반적인 실종 발생 원인은 ‘길을 잃음(20.1%)’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가정문제(12.9%), 교우관계(7.8%)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실종 발생 및 보호 실태조사(2006)에 의하면, 응답자인 보호자가 생각하는 실종 발생원인은 ‘장애인 스스로 집을 나가서’가 70.3%로 압도적으로 많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경우는 16.5%에 불과하고 다른 경우의 수는 더더욱 없다. 대다수의 보호자가 실종 발생의 원인이 발달장애인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호자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 일반의 관점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건 발생의 연령도 차이가 난다. 보통 실종이 발생하는 연령은 중고등학생이 41.3%로 가장 많으며, 성인(27.5%), 미취학 아동(24.2%), 초등학생(7.0%) 순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실종 당시 연령이 21세~30세가 전체의 30.7%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는 31세~40세가 23.9%, 10대와 40대가 16%대로 나타난다. 이는 영국의 실종전문 대응기관인 미씽 피플(Missing People)에서도 유사하게 보고한다. 비장애인은 31세~35세 사이의 실종이 7%인데 반해, 발달장애인은 21%에 달한다며 실종 연령의 패턴이 다르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실종 발생 연령은 비교적 뚜렷한 패턴의 학령기보다 졸업 이후 지역사회로 전환이 요구되는 20대와 30대 성인기에 두드러진다.

 

또한, 실종아동전문기관은 실종 발생 당시 장애유형이 지적장애가 67.8%로 가장 많고, 정신장애가 18.7%, 중복인 경우가 9.5%, 자폐성 장애의 경우가 4.0%로 나타났다고 보고한다. 미씽 피플(Missing People)은 실종 발달장애인의 1/3에 가까운 사례가 정신건강에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하는데 그 이유는 다소 의외이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이유 중 하나로 그들이 처한 과소 자극의 악순환을 꼽는다. 가족이 아니면 사회복지사, 교사, 의사 등 전문가들과만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활동이 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미이다. 발달장애의 유전적 특성으로 인한 조기 치매 가능성과 의학 발전으로 인한 평균 연령의 향상 요인도 지적한다.

 

실종에도 타인의 지원 정도와 경제적 요인이 숨어있다. 실종 경험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 시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68.4%, 필요 없는 경우는 31.6%로 나타나 실종 장애인의 2/3 이상이 일상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 이들은 51.6%가 부모이며, 보호시설이나 병원직원이 18.8%, 형제자매가 9.7%, 배우자가 5.9%로 나타나 사적 지원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종 장애인의 가정 경제 사정은 36.1%가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에 해당하였으며, 대체적으로 가정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응답한 경우가 전체의 72.5%에 달했다.

 

사회적 대응의 강도와 발견 이후의 삶 역시 다르다. 아동의 경우 수사와 탐문 수색을 통한 발견이 전체 사건의 55.6%를 차지하고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발견된 경우가 16.3%로 나타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경찰 등에서 연락이 와 찾은 경우는 44.8%이고, 과반인 52.1%는 보호자가 직접 찾거나, 이웃에게 연락이 오거나, 스스로 복귀하는 등 사적 경로를 통해 발견된다. 그뿐만 아니라, 실종이 있은 뒤 발달장애인의 27.8%가 사는 곳이 바뀌었다. 37.2%는 가정에서 병원으로 갔고, 17.4%는 가정에서 시설로 갔다. 실종은 현재 가족 돌봄의 한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계기이자, 당사자의 삶의 영역이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복지계 역시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전달체계임에도 실종에 관한 역할이 소극적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인 사회복지시설(장애인거주시설 등)의 경우, 실종발생 시 신고와 해당자의 신상카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정도가 역할의 전부이다. 그 때문에 사회복지계와 경찰이 상호 협업을 강화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실종아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시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경찰의 수색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령, 개인정보보호나 인권침해를 이유로 기관장들이 수색을 허락하지 않음)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실종 발달장애인이 정신병원이나 무허가 시설로 유입되는 위험과도 연결된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

 

얼마 전, 충북 청주에서 길을 잃었던 한 지적장애여성이 11일 만에 발견됐다. 수천의 병력과 전문 탐지견, 드론이 투입되었다. 이례적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구조 소식은 극적이었다. 언론은 ‘기적 생환’이라 말했고, 최초 발견자와 탐지견을 ‘영웅’이라 칭했다. 이낙연 총리는 즉각 당사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일분일초가 안타까웠을 부모님과 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위로와 축하를 건넸던 그 누구도 이후 재발방지대책과 국가적 책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뿐이었다. SNS에는 오늘도 부모와 지인, 관련 단체들이 실종소식을 전하는 애타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커뮤니티케어 시대에 맞게 발달장애인 실종 예방과 대처에 대한 관점과 시스템의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 당사자 중심성, 지역사회 중심성, 공적 책임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근간하여 커뮤니티케어 시대에 조응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실종 지원체계를 갖추어 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발달장애인의 장애특성이 아니라 당사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관계, 당사자의 일상에서의 경험, 당사자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의 결여 등이 실종이라는 현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고, 발견 또는 복귀, 때로는 미발견 등에 어떤 해석의 맥락을 제공하는지 폭넓은 데이터와 경험치가 축적되어야 한다.

 

더불어 시설과 같은 국한된 공간이나 기존의 복지 전달체계를 기본적인 발달장애인의 거주지로 한정(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라는 광범위하고 역동적인 공간,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재편될 보건복지 체계를 기준으로 발달장애인 실종이 초기부터 접근되어야 한다. 시설 밖 지역사회에서의 통합적인 삶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환경과 개인적 경험 등으로 인해 실종 위기에 놓이는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갖추지 못한다면, 기초적인 안전을 이유로 보호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시설화가 등장할 수 있다. 실종이라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예방‧감소‧보완할 수 있도록 당사자와 당사자 주변의 역량을 갖추어가는 형태가 고민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케어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지역생활 보장을 위한 공적  기반이 중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실종에 대한 접근 역시 기존의 경찰 중심의 체계를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심의 체계로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경우에도 법률에 규정된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역사회 활동에 관계된 교육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의 공통된 접근이 필요하며, 지방정부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정하여 행정과 경찰 간, 행정과 공공기관(교통, 주택, 복지 관련 공공기관) 간, 행정과 민간기관 간의 공조가 시스템화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다. 개인의 결함이 발현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영향받은 개인이 드러낸 모습이다. 커뮤니티케어 시대에 발달장애인 실종은 줄어들기보다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정적이기보다 동적일 수밖에 없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보장한다면서 실종 현상이 줄어드는 것은 오히려 모순적인 일이다. 진정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실종이 얼마나 커뮤니티의 공통된 이슈로 인식되고, 적절한 지원을 통해 충분히 대처 가능해지는가, 그리고 그 결과가 당사자에게도 얼마나 유익한가이다.


* 이 글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식지 글 「커뮤니티케어 시대 발달장애인의 실종문제에 관한 고찰」(클릭)을 일부 수정하고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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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re-left@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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