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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사 대안학교①] 농교육 현장에서 농학생이 설 곳은 어디인가?
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청각장애 진단받으면 인공와우 수술 권유하고, 학교에서는 구화교육 강요당해
등록일 [ 2019년08월19일 16시36분 ]

김주희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아래 소보사) 대표교사는 2006년부터 수어 공부방을 열어 농학생들을 가르쳤다. 농학생들은 농학교를 다니면서도 소보사를 찾아왔다. 소보사 공부방은 주택 반지하, 교회 골방, 심지어 패스트푸드점 한켠을 전전하면서도 명맥을 유지했다. 소보사 공부방에서 공부했던 농학생들은 어느덧 소보사 대안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김 대표교사는 공부방 시절 어느 곳을 가든 ‘수어가 제1언어인 농학생에게 수어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설파했다. 그런데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느냐?’의 물음에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7년 직접 대안학교 ‘소보사’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어로 소통이 이뤄지고 수업을 하는 곳, 서울 북쪽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소보사에 다녀왔다. 소보사 방문기를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이 글에서는 농인과 청각장애인, 청인 개념을 분리하여 사용했다. 농인(聾人)은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다. 청각장애인은 의학적 관점을 내포한 정의로, 병리학적으로 청력에 손상이 있는 사람들을 칭한다. 청인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 기사 ]

① 농교육 현장에서 농학생이 설 곳은 어디인가?
② ‘농인은 수어로 소통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곳

 

대안학교 ‘소보사(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나무 팻말. 사진 허현덕

 

7월 4일 소보사(서울 강북구 삼양로159길 107)를 찾았을 때, 일부 교사들은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소보사는 대안학교 학생 세 명, 어린이집 원생 세 명으로 전교생이 6명이다. 그리고 7명의 교사가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세 명의 대안학교 학생 현준(가명)이, 준영(가명)이, 카체인(가명)은 교사와의 일대일 연구과제를 하고 있었다. 세 명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반짝반짝어린이집’ 아이들은 산책 중이었다. 산책에 따라 나서봤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소보사는 나가자마자 바로 숲속 산책길과 만난다. 이날은 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았고, 햇볕이 무척 뜨거웠다. 세 명의 아이 중 한 명이 인솔 교사에게 개울에 들어가자고 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갈 시간이었기에 5분만 들어갔다 나오기로 약속했다. 수연이(가명, 6)와 혜은이(가명, 7)는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노는데, 수빈이(가명, 6)는 바위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수빈이가 물에 들어가고 싶을 때쯤 물놀이는 끝났고, 우리는 소보사로 함께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에 누가 앞에 설 것인가에 대해서 한참 논쟁이 붙었다. 수어로 가위바위보를 했고, 순서는 수빈, 혜은, 수연이로 정해졌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수빈이와 수연이는 쌍둥이다. 수빈이는 농인이고 수연이는 청인이다. ‘반짝반짝어린이집’에서는 농인이든 청인이든 함께 수어로 공부하고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김주희 소보사 대표교사의 자녀도 함께 공부했다.

 

반짝반짝 어린이집 아이들과 교사가 개울에 5분간만 들어갔다 나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즐겁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 수빈이는 물놀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청각장애라고 진단이 내려지는 순간, 인공와우를 권유하는 사회

 

수빈이의 부모님은 수빈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절망했었다고 했다. 의사는 인공와우 수술을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수빈 어머니의 물음에 ‘글쎄요’라는 대답을 한 게 전부였다. 병원에서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농인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어머니는 수어를 배우려고 농인들을 만났다. 농아인협회도 찾았다. 농학교에 수십 번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빈이가 어디서 어떻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농인들에게 수빈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그냥 힘들게 살았다는 이야기만 많이 하시더라고요. 농아인협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농인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했고요. 농학교에서는 ‘인공와우 수술을 안 했으면 도와줄 수 없다, 농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심지어 ‘듣고 말하는 게 학교의 목표’라는 곳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나라에서 수빈이와 함께 살 수 없겠다 생각하고, 이민을 가려고 했었죠.” (수빈·수연 어머니 황유경 씨)

 

반면 혜은이는 유아 때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인공와우 수술을 해도 혜은이가 소리의 유무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수어를 가르쳐야 되냐고 물으니 의사는 화를 냈다. ‘아이가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엄마가 돼서 수화 이야기를 하냐’는 것이었다. 혜은 어머니는 그때부터 ‘멍멍, 야옹야옹’을 4년 동안 가르쳤다. 마침내 혜은이가 멍멍과 야옹야옹을 구분했다. 그런데 기쁘지 않았다. 혜은이가 소리를 변별해서가 아니라 입을 가려도 보이는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읽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빈이와 혜은이의 경우처럼 청각장애라는 사실을 알고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것은 의사의 인공와우 수술 권유다. 우리나라에 인공와우 수술이 도입된 것은 1988년이다. 2005년부터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수술비의 20%만 부담하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인공와우 수술은 청각장애 영유아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공와우 수술 이후 집중적인 언어치료를 받아야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개인마다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5~6년간의 언어치료기간 동안 혜은이처럼 아무런 효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부모도 아이도 절망하게 된다.

 

제주도에 살던 혜은이는 일반 어린이집을 다녔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혜은이는 그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사람들은 인지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쉽게 오해했다. 혜은 어머니도 이민을 생각했다. 그러다 소보사를 알게 됐고, 혜은이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다른 곳에서는 우리 아이가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어요. 선생님과 혜은이가 소통이 안 되니까. 그냥 ‘장애가 심한 아이’가 된 거죠. 그런데 여기 와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수어를 익히고 아이들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노는 모습을 보니까. 하루라도 더 빨리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2살부터 언어를 가지고 있는데, 혜은이는 7살부터 자신의 언어를 찾게 된 거니까요.” (혜은 어머니 김유경 씨)

 

어린이집 아이들의 부모는 지금도 수어를 배우고 있었다. 수빈이와 혜은이가 가족과 수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서툴지만 아이들과 수어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보사에서는 반짝반짝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농학교에서도 통합학교에서도 구화교육 강요당하는 농학생들

 

인공와우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농학교에서도 청능훈련을 통해 구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중심이 되었다. 소보사 교사 7명 중 5명은 농인인데, 이들 대부분은 농학교에서 구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어와 수어, 그 어떤 언어도 제대로 습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이 체계적으로 쌓일 리 없었다. 앎이 일반적으로 그 의미를 통해 추리하고 사고하는 능력까지를 의미한다면, 농학교에서 농교육은 언어 습득도, 정보 습득도, 사유하기도 불가능했다.

 

유현주 소보사 교사는 농학교에서의 교육은 일종의 ‘앵무새되기’였다고 말한다. 학생이 말의 내용을 이해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교사는 ‘소리 따라하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유 교사는 농학교에서는 교사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교사가 말한 대로 따라 말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가령 영어 시간에 ‘하우스(House)’라는 단어를 배울 경우, 학생들은 ‘House’를 쓰고, ‘하우스’라는 발음을 할 수 있다. 하우스가 우리말로 ‘집’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집’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청인들은 ‘집’이라는 단어와 의미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지만, 농인들은 ‘집’이라는 단어와 ‘집’이라는 실체가 자연스럽게 매칭이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제대로 의미를 모른 채, 한국어의 외국어 발음과 표기부터 외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암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우리는 일종의 앵무새 같았어요. 교사들이 하는 말을 따라서 외우고 그대로 말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 머릿속은 텅 비어 있는 거예요. 지식은 습득했지만, 그게 정말 나의 지식이었냐고 하면 그렇지 않았어요. 그 지식이라는 것은 그저 머리를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것일 뿐이었죠.” (유현주 소보사 교사)

 

수어로 의사를 전달할 수 없고, 구화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농학교와 통합학교를 전전하는 농학생도 있다. 소보사 대안학교 학생들도 그랬다.

 

카체인(14)은 어머니가 우즈베키스탄 농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수어를 잘 몰랐고, 한글도 잘 몰랐다. 우즈베키스탄 수어를 썼다. 처음에는 소보사 교사들도 카체인의 수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카체인은 이렇게 의사소통이 하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농학교와 일반학교를 전전했다.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란 불가능했다. 소보사로 와서 이제는 한국수어로 소통하며 공부하고 있다.

 

준영이(18)도 여러 학교를 전전했다. 잠깐씩 머문 학교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소보사에 와서 모든 것이 처음처럼 신기한 것 투성이라고 한다. 배움의 즐거움이 폭발하고, 호기심으로 질문이 부쩍 많아져 교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활발하고 활동력이 넘치는 현준이(14)는 수어를 사용할 줄 알았지만, 농학교 교사와는 수어로 소통할 수 없었다. 교사는 한국어 어순을 그대로 수어로 표현하는 ‘한국어 대응 수어(수지한국어)’를 사용했다. 현준이는 교사의 수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의사소통이 안 될 때, 현준이는 거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교사는 그런 현준이를 ‘주의력결핍장애’라고 진단하고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소보사에서는 친구들과 소통하고, 토마토에 물을 주고, 고양이를 예뻐하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카체인, 현준이, 준영이는 소보사에서는 수어로 공부하고 대화를 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다. 그러나 다른 교육기관에서는 이방인, 주의력결핍장애,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으로 낙인이 찍혔다. 김주희 대표교사는 특수교육이 무조건 통합교육에 휩쓸리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언어자체가 다른 농인의 경우 분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어를 충분히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한 후, 청사회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 김주희 대표교사의 지론이다.

 

“어릴 때부터 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교육은 반대해요. 모든 교육 과정에서 분리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취학부터 사춘기까지 이 사회에서 내가 누군지,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이 시기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분리교육이 필요해요. 성인이 됐을 때, 청사회에 섞여 살아야 하죠. 그러나 언어가 다른 사람끼리 학교에 섞여 있는 것 자체를 사회통합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어요.” (김주희 소보사 대표교사)

 

현준이가 토마토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 허현덕

 

우리나라 통합교육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일반학교 내에 특수학급 설치가 되면서 시작됐다.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통합교육’ 규정을 명문화했고, 200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폐지되고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일반학교에 장애학생의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명시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의 ‘2018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청각장애 학생은 3,268명 중 농학교에 762명, 일반학교 특수학급에는 687명, 일반학교 전일제 통합학급 1,801명, 특수교육지원센터에 18명이 배치돼 있다.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은 2,488명으로 전체의 76%, 농학교에는 전체의 약 23%만 다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어를 모어로 쓰는 농학생의 수는 매우 적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지향하지만, 농교육 만큼은 ‘수화 학습 및 청각장애인 집단의 언어 정체성 증진을 촉진할 것’, ‘개인의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적절한 언어, 의사소통 방식 및 수단으로 학업과 사회성 발달을 극대화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도록 보장할 것’ 등으로 명시해 분리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분리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농학교에서조차 수어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농학생의 학습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한국수화언어법 제11조 3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학교로 하여금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교수·학습언어로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농학교는 없다. 수어과목이 있다고 해도 단어 위주로 가르치는 것이 전부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15개 농학교 교사 391명 가운데 24명인 6%만이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지니고 있었다. 3개 농학교에서는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아예 없다고 나왔다. 수어를 못하는 교사 아래에서 수어로 교육이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주희 대표교사는 청각장애인과 농인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 가르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원하는 욕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고, 필요한 교육도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는 분명히 농인의 정의를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돼 있는데, 우리는 그냥 청각장애인까지 묶어서 ‘농인’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서로의 욕구와 필요가 다른 만큼 용어를 구분해서 적용해야 해요. 농인이라는 단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욕구와 필요를 구분하자는 의미로요. 수어로 대화해보지 않으면 실제로 농인이 가지고 있는 인지능력과 이해력 사고력을 알 수 없어요. 농학생을 교육하려면 반드시 농인과 100%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김주희 소보사 대표교사)

 

> [소보사 대안학교②] ‘농인은 수어로 소통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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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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