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0월22일tue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기고ㆍ칼럼 > 기고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두 살에 와서 서른아홉까지 시설에서 살고 있어요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⑦ 최준섭
등록일 [ 2019년09월20일 12시39분 ]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19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를 했습니다. 시설에서 나와 탈시설하며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 여덟분의 이야기를 글로 전합니다.

 

구술자 최준섭 씨와 기록자 홍세미 씨.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어릴 때 생각하면 그냥… 엄마가 생각나요. 엄마가 예뻤거든요. 그리고 콜라 먹었던 기억도 나고요. 제가 콜라를 좋아하거든요. 시설에는 세 살인가 두 살 때 왔어요. 고향이 어딘지 몰라요. 아주 어릴 때 대구은행 짓는 거 본 기억이 있어요.


누가 데려온 기억은 없어요. 일어나서 눈 뜨니까 시설이었고 선생님들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많고 애들도 많았어요. 작은 창문이 있고 침대가 있었어요. 두세 살 때 와서 지금 서른아홉 살인데 아직도 여기에 살아요. 아주 옛날이 생각나요. 여섯 살 때는 시설에서 공사를 했어요. 시멘트 차랑 클리닝 차가 왔는데 신기해서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일주일 동안 굶었어요

 

여덟 살 때 선생님한테 맞은 적 있어요. 밥도 적게 주고 간식도 안 줘서 제가 선생님 과자를 훔쳐 먹었거든요. 여덟 살인데 죽이랑 분유만 줬어요. 밥은 아홉 살 때부터 먹었어요. 배고파도 밥을 많이 못 먹었어요. 밥을 작은 식판에 조금 줬어요. 잘못을 하면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어요. 제가 얼굴이 못나서 그랬는지 저를 미워하고 차별하는 것 같았어요. 열다섯 살 땐가 생활교사 선생님이 누가 자기 돈을 훔쳐 갔다며 우리를 마구 때린 적도 있어요. 80대 정도 맞았어요. 일주일 동안 밥도 안 줬어요. 굶겼어요. 그게 시설 규칙이라고 했어요. 선생님 말 안 들으면 군대처럼 몽둥이로 때리고 머리 박으라고도 했어요. 화장실에서 머리 처박고 있으라고 하고 잠도 안 재우고요. 학교는 다녔어요. 원장님 오셔가지고 학교 가라고 해서요. 16살에 유치부에 들어갔어요. 나이가 많아서 부끄러워서 안 좋았어요. 나이가 같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H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안 좋은 기억이 대부분인데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 우리한테 음악 많이 틀어줬어요. 김건모, 드라마 노래 같은 거요. 노래 들으면 불쌍했어요. 마음이 슬펐어요. 배고프니까 마음이랑 배랑 같이 쑥 가라앉았어요. 제가 지금은 눈물이 안 나와요. 어릴 때 하도 많이 울어가지고요. 뱅크 노래를 제일 좋아했어요. 마법의 성도 좋았고요.


또 좋아하는 거 있어요. 봉사자가 오는 거요. 봉사자들이 과자 사 들고 매주 왔어요. 제가 과자 몇 개 먹었는지 몰라요. 많이 먹었어요. 다섯 개, 여섯 개 연달아 먹었어요. 토하고 난리 났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선생님이 남기면 안 된다고 했어요. 똥 싸고 토하면 생활교사가 여자선생님이었는데 그분이 목욕시켜줬어요. 바자회할 때도 좋았어요. 먹을 거 많이 생기고 공짜로 많이 먹고 잠도 늦게 잘 수 있거든요. 일찍 일어나는 거 싫어요.


일도 했어요. 시설 거주인들이랑 종이 재단해서 자르는 일을 했어요. 원래 퇴근이 5시인데  밤 9시까지 잔업까지 했어요. 월급은 70만 원밖에 안 줬어요. 지금은 회사 안 다녀요. 용돈은 시설에서 조금 받아요. 사고 싶은 건 그 안에서 사야 해요. 시설에서는 안 사줘요. 시설에 내 개인 공간이 있긴 한데 작은 사물함이에요. 개인물건 많으면 버리래요. 안 된대요. 사물함이 너무 작아요. 많이 못 넣어요.


시설이 너무 어두워요. 친구가 마음이 아파서 불 끄면 안 되는데 계속 불을 꺼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밤에 불을 안 껐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말을 해도 계속 꺼요. 제가 시설 사진을 찍었어요. 보세요. 이렇게 깜깜해요. 방은 꺼도 복도만이라도 켜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생님들 다 무서워요. 지금 시설에서 남자 선생님을 뽑고 있어요. 남자 선생님 뽑으면 우리를 힘으로 눌러서 꼼짝 못 하게 해요. 우리보고 가만 앉아 있으라고 하고 선생님 할 일 해요. 우리를 관리해요. 빨리 자립하고 싶어요.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고 싶어요


가끔 스포츠센터에서 배드민턴을 쳐요. 축구도 하고 탁구도 하고 실내조정도 해봤어요. 배드민턴하고 탁구가 제일 재밌었어요. 탁구는 돈이 없어서 못 쳐요. 1시간에 만원이거든요. 매일 하려면 회비가 20만 원인데 시설에서 안 내줘요. 배드민턴은 싸니까 쳐요. 2만 원이에요.


매일매일 똑같아요. 24시간이 반복적으로 똑같아요. 밤 10시에 자고 아침에 7시에 일어나요. 일어나서 이불 개고 30분 쉬다가 8시 되면 밥 먹어요. 이제는 아침밥 더 먹고 싶으면 더 먹어도 돼요. 희망원 때문에 바뀌었어요. 설거지하고 청소도 하고 샤워도 하고 11시까지 자유예요. 12시에 점심밥 먹고 설거지하면 끝이에요. 오후 5시까지 휴식이에요. 오후에는 컴퓨터 하거나 게임하고 어떤 땐 시내도 가고요. 나가도 무조건 9시까지 들어와야 해요. 그래도 희망원 때문에 바뀐 게 많아요. 희망원 전에는 선생님이 때렸는데 지금은 안 때려요.


왜 탈시설해야 하냐고요? 마음대로 못 하니까요. 물건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고  차별하는 것도 싫어요.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사고 놀러도 가고 싶어요. 어떻게 살고 싶냐면 그거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방 혼자 쓰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요. 그냥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작년에 대구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단기체험 했어요. 밖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 좋았어요. 그렇게 한 달을 시설 밖에서 살았는데 재밌었어요. 밤에 나가는 거 좋고 늦잠 자는 게 너무 좋았어요. 첫날엔 12시까지 잤어요. 늦게 자고 싶을 날은 밤을 새기도 했어요. 듣고 싶은 음악도 맘껏 들었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자립하면 사기 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무서워요. 모르는 사람인데 돈 빌려달라고 하고 휴대폰도 빌려달라고 그러고 신분증도 빌려달라고 하잖아요. 저는 티비를 많이 봐가지고 머리에 다 있어요. 범죄자 나오는 거 많이 봤거든요. 모자 쓴 사람이랑 눈을 피하는 사람은 피해야 해요. 제가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은…… 없어요. 제가 혼자 다 피해야 해요.


요즘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요. 자립시켜달라고 이야기하면서 선생님한테 소리를 지른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먹게 됐어요. 말을 안 듣는다고요. 제가 선생님을 공격했다면서요. 말을 안 들으면 약을 늘릴 거라고 했어요. 요즘은 폭력을 안 하는 대신에 약을 먹여요. 그런데 이 약 먹으면 심장이 좀 아파요. 자립하고 싶은데 시설에서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약을 먹어서 힘이 한 개도 없어요. 약 먹으면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마음이 가려고 해도 몸이 안 따라가요. 눈이 막 감겨요. 배드민턴 대회 나갔는데 약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졌어요. 약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으라고 해요. 힘들어요. 얼른 자립하고 싶어요.

올려 0 내려 0
구술 최준섭·기록 홍세미 saramcil@empas.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길을 찾았어요
“시설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 없어요”
선택권도, 미래도 없던 시설의 삶
사라진 한 덩어리 시간
외로움에 부딪혀 시설로, 그러나 다시 바깥으로
금지와 반대를 뚫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삶’으로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나의 괴물 장애아들, 게르하르트 크레취마르가 잠들게 허락해 주세요” (2019-09-20 13:08:50)
“시설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 없어요” (2019-09-18 17:19:54)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더보기
신간소개기사보기 도서 구매하기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길을 찾았어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19 사회복지의 날...

“나의 괴물 장애아들, 게르하르트 크레...
두 살에 와서 서른아홉까지 시설에서 살...
“시설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 없어요”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