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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투표용지 도입하라”, 한국피플퍼스트 전 국민 서명운동 돌입
발달장애인들 ‘그림투표용지 도입’ 수년째 요구했지만 응답 없는 선관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 보장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등록일 [ 2019년10월01일 21시58분 ]

한국피플퍼스트 회원이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한국피플퍼스트 회원이 그림투표용지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왜 공직선거법은 우리 발달장애인을 위한 투표용지는 만들지 않도록 되어 있는 걸까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고려한 투표가 되어야 하는데, 글을 자유자재로 이해하는 비장애인 중심으로만 법을 만든 거 같아요.” (김대범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소장)

 

2020년 4월 총선까지 이제 197일(10월 1일 기준) 남았다. 내년 총선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어렵다. 발달장애인들은 매년 선거철이면 그림투표용지 도입 등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에 요구해왔으나 여전히 이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를 비롯한 6개 장애인권단체가 다시 나섰다. 이들은 1일 오후 1시, 서울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위한 국민서명운동 돌입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만, 영국, 터키 등 이미 해외에선 투표용지 안에 후보자 사진이나 정당 로고를 넣어 글자를 알지 못하는 이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투표용지는 후보자 이름과 정당 이름만 쓰여있다.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선거 홍보 과정에서 후보자 얼굴이나 정당 마크를 확인했다 할지라도 투표용지에는 글자만 쓰여있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발달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러 사정으로 글자를 읽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선거 과정에서 배제되는 문제와도 이어진다.

 

김대범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 옆에는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의 유권자이다”라고 적힌 피켓이 있다. 사진 강혜민
 

이날 김대범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소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바꾸고 싶다”고 외쳤다.

 

김 소장은 “그런데 선관위나 국회의원은 우리의 권리보다 ‘사진이 들어간 투표용지가 공정한 선거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먼저 했다”면서 “외모가 잘생긴 사람에게 표가 몰리지 않겠냐는 것이다”라는 선관위 측의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그러나 이미 우리는 후보자들의 많은 사진을 접하고 있다”면서 “그림 투표용지는 없었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거로부터 소외되었던 소수자 유권자의 권리를 세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를 비롯한 6개 장애인권단체가 1일 오후 1시, 서울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위한 국민서명운동 돌입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사진 강혜민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27조에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참정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이 있어도 발달장애인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선관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김 상임대표는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를, 지체장애인에게는 편의시설을,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림 투표용지를 제공해야 한다. 누구도 참정권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되며, 선관위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장애인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모든 시민이 평등한 한 표를. 그림 투표용지 제작하라”고 적힌 피켓. 사진 강혜민
 

한글을 읽기 어려운 노인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그림투표용지 도입은 발달장애인들만의 필요는 아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먹고 살기가 바빠 한글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어르신들이 있다”면서 “글자 모르는 노인에게 표지판은 표지판의 기능을 못 한다. 그림 없이 ‘화장실’이라는 글자만 적혀 있으면 화장실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하고, 아이가 많이 아파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 동의서를 쓸 때 본인 이름 석 자를 적지 못했다는 어르신도 있다”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어르신들은 사진 보면 누가 누군지 아는데 투표용지에 글자만 쓰여 있어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어르신들에게 무턱대고 ‘몇 번째 칸에 찍어라’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면서 “어르신들의 제대로 된 참정권 보장을 위해 그림으로 된 투표용지를 제공하라. 이것은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 보장을 위해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유권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도입’ 외에도 △선거 전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등의 유권자를 위한 알기 쉬운 정보 제공 △선거 전 과정에 수어통역과 자막 제공 의무화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선정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선관위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기자회견 후,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을 선관위에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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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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