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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 채우기에 휘청이는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사업
1년에 48명, 5번 이상 상담해야. 실적 못 채운 수행기관 예산 거둬가
“안정적 취업활동 위해 수당제 아닌 월급제 돼야, 수행기관 운영비도 별도 편성해야”
등록일 [ 2019년10월14일 22시49분 ]

‘흔들리지 않는 장애인의 노동권’ 토론회가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주최로 열렸다. 사진 박승원
 

시행 6개월째 접어든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사업’이 건수 채우기에 발목 잡혀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증장애인이 사실상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사업구조 속에서 실적 미달성 시 사업 수행기관은 예산을 환수당하기까지 하여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 공공일자리 동료지원가 중간 평가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흔들리지 않는 장애인의 노동권’ 토론회가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주최로 열렸다.

 

2017년 11월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계는 85일간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했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이라는 이름의 동료지원가 직무를 공공일자리로 얻어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4월부터 연말까지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동료지원가는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비경제활동인구이거나 장기 실직 등의 상태에 있는 중증(재가)장애인을 발굴해 동료장애인을 지원, 조력, 옹호하는 일자리다. 동료지원가는 같은 유형의 장애인(발달, 정신, 기타장애로만 구분)을 만나 한 달에 4명씩, 1년에 총 48명의 참여자를 만나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각 참여자에게 5회이상 상담하거나 일자리 연결에 성공하면 한 명당 20만 원의 기본운영비를 지급받는다.

 

한자협이 8월 기준으로 살펴본 동료지원가 사업 현황을 보면 협의회 소속 11개 센터에서 41명이 고용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기타장애인이 86%, 발달장애인이 12%, 정신장애인이 2%를 차지했다.

 

조은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 실적 채우기에 매몰되는 동료지원가, 예산 환수에 전전긍긍하는 수행기관

 

조은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먼저, 참여자 1명당 5회 이상 동료지원 활동을 해야 기본운영비를 받을 수 있다 보니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조 사무국장은 “참여자 1명당 동료지원 활동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실제 연계와 취업이 원활하다”라며 “참여를 5회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1명당 지급하는 기본 사업비가 같다면 건수를 채우느라 동료지원사업이 잘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수행기관에 대해서도 일단 목표에 따른 예산을 지급한 뒤에, 실적 달성을 하지 못한 나머지 예산은 환수할 예정이다. 이에 조 사무국장은 “수행기관은 일을 한 동료지원가에게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고 급여를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로 인해 집행된 예산은 기관의 예산으로 물기까지 해야 한다”라며 “이런 사업을 어떤 기관이 수행하겠느냐”라고 힐난했다. 따라서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인 취업활동을 위해 급여는 수당제가 아닌 월급제가 되어야 하며, 수행기관 운영비 역시 동료지원 활동 참여 인원 실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참여자 발굴도 어려운데 사업이 요구하는 실적 채우기도 버거워

 

그렇다고 이들이 실적을 채울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먼저, 참여자 발굴의 한계에 관한 지적이 잇따랐다. 조 사무국장은 “취업 의욕이 있는 장애인을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없다. 개별기관의 정보만을 이용해서 기존 이용인을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으로는 참여자 발굴에 한계가 있다”라며 “사업이 제대로 홍보될 수 있으려면, 수행기관이 발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이 나서서 사업을 홍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효정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사무국장은 참여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격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사업에서는 참여자 기준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장애인으로 하고 있다. 이에 송 사무국장은 “참여자 대부분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 ‘보호고용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거나 훈련받고 있어 참여 자격을 갖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동료지원가에 관한 자격요건에서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중증장애인이어야 하고, 모집 신청일 기준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라고 하고 있어 동료지원가가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참여자를 발굴한다고 해도 중증장애인인 동료지원가가 실적을 채우기 어렵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동료지원가 역시 참여자와 동일한 중증장애인인데, 중증장애인 업무 속도와 작업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동료지원사업이 요구하는 실적을 따라가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2019년 현재 진행되는 사업내용은 활동지원가가 한 달에 참여자 네 명을 5회씩 총 20회 만나야 한다. 동료상담가가 월 60시간에 20회씩 만나기 위해서는 1명당 평균 3시간 안에 사람을 만나야 한다”라며 “3시간 안에 왕복 이동, 상담, 일지정리 등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중증장애인의 속도로 너무 벅찬 활동이다. 활동지원가에게는 적어도 참여자 1명당 5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선호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선호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은 “고용노동부도 지금의 수당체계, 건수 위주의 사업 체계로는 실업상태에 있는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사회참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내년에는 올해 지적받은 부분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 사무관은 “올해는 200명의 동료지원가가 9600명을 만나야 했으나, 내년에는 동료지원가 500명이 1년간 1만 명의 참여자를 만나 지원하게 된다”면서 “지금 받는 수당을 유지한 채 동료지원가 한 사람이 1년 동안 참여자 20명을, 매월 1.6명 정도를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행기관이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회수되는 사업비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예산 성격이 사업 실적에 따른 보조급 지급 방식이기 때문에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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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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