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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기재부 나와라” 장애인들이 인권위 건물 점거한 이유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 위한 예산 요구하며 농성 시작
기재부 압박 위해 기재부 소유 나라키움저동빌딩 점거
등록일 [ 2019년10월22일 17시55분 ]

22일, 장애인들이 오전 나라키움저동빌딩(서울 중구 삼일대로 340) 국가인권위원회 1층에 농성장을 꾸리고 내년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전장연 활동가가 엘리베이터 앞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글귀를 붙이고 있다. 사진 허현덕

 

장애인들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예산 문제라고 판단하고, 복지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고 있는 홍남기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 장관 면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2일, 오전 나라키움저동빌딩(서울 중구 삼일대로 340) 국가인권위원회 1층에 농성장을 꾸리고 내년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나라키움저동빌딩은 기재부 소유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들은 “기재부에 아무리 면담을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기재부 소유 건물이라도 점거해야 했다”고 절박한 취지를 설명했다.

 

오후 2시부터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2020년 예산쟁취를 위한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0년 정부 예산안은 500조 원에 다다르는데, 복지 예산은 OECD 평균의 1/4에 불과하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기재부가 복지 예산을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재부가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에 의한,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예산에만 힘쓰고 정작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은 위협하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장연이 제시한 ‘2020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예산 요구안’. 전장연 보도자료 갈무리
 

전장연은 2020년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주요부처의 장애인 예산이 현재 예산안보다 7조 2573억 원(14조 1926억 원→21조 4499억 원)이 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나라의 예산을 주관하는 기재부의 역할이 크다.

 

그중에서 특히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 예산(장애인연금, 장애인활동지원, 주간활동)은 1조 1586억 원(2조 1366억 원→3조 2952억 원)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수요자 중심의 지원’, 맞춤형 지원정책을 위한 장애인연금, 활동지원, 주간활동 등의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예산을 우선순위에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에 969억, 장애인공공일자리 확대 등에 208억 원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공약 불이행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주거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완화조치만 이뤄졌다. 복지부는 제2차 기초생활종합계획(2021~23)에도 의료급여를 제외한 생계급여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17일부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관련 기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공약 이행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 돌입) 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서 2020년 예산안에서 5조 9808억 원(11조 9753억 원→17조 9562억 원)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청와대 농성 사실을 알고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서 의료급여 제외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별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성철 빈곤철폐연대 조직국장은 “박능후 장관은 공약 파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의료급여를 대상자별로 고려하는 게 바로 공약 파기를 뜻하는 것”이라며 “제2차 기초생활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며 ‘포용국가’, ‘복지국가’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박명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박명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복지 정책의 단계적 시행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농성장에 오기 위해 명동역을 20년 만에 찾았는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올라야 했다. 정부가 말하는 ‘단계적’으로 바꿔나간다는 게 고작 이런 상황”이라며 “정부는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든 우리 앞에서 ‘단계적으로 바꾸겠다, 기다려라’라는 말만 반복하는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만 하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11번째 잘사는 나라라던데 장애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6·25 때 구호품을 받고 살던 그때와 다름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그러나 정부의 거짓말에 속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들은 홍남기 기재부 장관 면담 성사 및 장애인 복지 예산 증액이 확실시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22일, 오후 2시부터 나라키움저동빌딩 국가인권위원회 1층에 농성장을 꾸리고 내년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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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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