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2월06일fri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탈시설ㆍ자립생활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문재인 정부 3년 차, 여전히 탈시설 추진할 법적 근거 없어
탈시설 관련 법안, 발의되었지만 통과 못 한 채 국회 계류 중
탈시설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 시설노동자, 부모 등 이해당사자 입장 달라
등록일 [ 2019년10월24일 18시02분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주최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이가연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초로 ‘탈시설’을 정부 정책 과제로 선정하였다. 하지만 임기 3년 차인 현재까지도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나갈 구체적인 법적 규정이 마련조차 되지 않아 미완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을 묻고 탈시설에 관한 법적 쟁점을 검토하는 정책토론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렸다.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 원장(오른쪽)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해외에서는 일찍이 탈시설 정책 추진, 탈시설에 중·경증 구분 없어
 
발제를 맡은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 원장은 스웨덴, 미국, 영국, 캐나다 온타리오 주, 크로아티아 등 해외 탈시설 사례를 소개했다. 스웨덴의 경우, 법제화를 통한 지역 내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국가 의무로 규정하였다. 1997년에는 ‘특수병원 및 요양시설 폐쇄법’을 제정하여 장애인 수용시설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하거나, 국가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폐쇄하였다. 영국의 경우, 서비스의 다양화 및 시설 소규모화 등을 담은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지방정부가 지역서비스 대신 현금을 당사자에게 지급하는 직접지불제와 개인예산제를 시행하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법률에서 허용하는 주거유형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탈시설 정책을 실행하였다.

 

한편 크로아티아의 경우 탈시설에 대한 목소리가 1997년 시민사회에 의하여 시작되었지만,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이후 국가 주도의 탈시설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국가 주도로 단기간에 민영시설을 대상으로 탈시설을 추진해야 할 국내 상황에 크로아티아의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해외의 탈시설 흐름과 반대로 장애인 거주시설 및 거주자의 수는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오히려 지속해서 증가해왔다. 2017년 기준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의 입소자 중 78.1%는 발달장애인이다.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문제와 관련해 유 원장은 “‘경증 먼저, 중증은 나중에’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외국의 경우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복지서비스를 점검하고 탈시설 욕구 및 다양한 요소들을 감안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조정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족의 반대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탈시설 관련 정보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탈시설 계획만 세워놓고 추진 안 해
 
유 원장은 한국의 탈시설 정책이 다른 국가보다 늦게 시작한 점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탈시설 용어를 정부 정책의 아젠다로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0)에서 △탈시설 자립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 △탈시설 지원센터 설치 △자립정착금 지원 등 탈시설 관련 정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획만 수립되어 있을 뿐, 중앙 차원의 어떠한 정책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발 앞서 탈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정부에서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장애계의 요구로 서울, 전주, 대구, 광주 등에서는 탈시설 정착금, 중간형주택, 탈시설 추진 전담 기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지원 수준 및 정책 내용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탈시설 명시한 법 제정 필요하지만…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을 위해선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 이날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탈시설 정책을 구체화할 법률안에 대해 검토했다. 그는 “현재 국내법에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명시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며 “장애인복지법 제4장에 자립생활 지원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탈시설 정책의 근거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탈시설 관련 법률안들이 계류 중에 있다. 그중 주목할만한 법안은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는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법안인 만큼 방대한 양을 담고 있으며 탈시설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탈시설 지원 대상자를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탈시설을 희망하지 않거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거주시설의 신규 설치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탈시설 대상자에 정신장애인을 포함하지 못한 점,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프리웰 사례로 바라본 ‘탈시설’ 현장의 갈등 

 

이날 토론회에서는 탈시설을 추진 중인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현실적인 고민 지점들을 선명히 짚어볼 수 있었다.

프리웰은 과거 석암재단 산하 베데스다요양원에서 인권침해 및 시설 비리 문제가 폭로되고 이후 임시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재단 이름을 바꿔 현재는 법인 차원의 탈시설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탈시설을 둘러싼 장애인 당사자, 시설 노동자, 장애 부모 간에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프리웰 산하 시설인 향유의 집(구 베데스다요양원)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 중 일부는 시설 폐쇄에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시설 노동자 또한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노동조합을 통한 조직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시설에 장애인을 맡긴 가족들은 탈시설 후 가족의 부담이 가중될까 두려워 탈시설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설 거주 발달장애인의 가족은 탈시설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탈시설 문제에 대하여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탈시설에 대해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며 “지역사회의 삶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안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이를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의 절차로 만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박 대표는 탈시설을 둘러싼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기결정을 확인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에 대한 판단은 탈시설 환경의 안정적 지원 및 인권적 환경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신규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사무관은 “향후 부모의 동의규정과 같이 선택권 보장에 필요한 지침이나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려 0 내려 0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인권위 “정부, 장애인 탈시설 정책 주도해야… 로드맵 수립 권고”
탈시설 지원 체계, 무게 중심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옮겨야
석암재단 탈시설 투쟁 10주년,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 촉구
커뮤니티 케어와 장애인 탈시설,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자립의지’ 있어야 탈시설 한다고? “우리의 삶을 보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한 시민들 “매드프라이드, 변화의 시작 되어야” (2019-10-28 12:51:22)
“건물주 기재부 나와라” 장애인들이 인권위 건물 점거한 이유는? (2019-10-22 17:55:02)
(사)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지원사모집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더보기
신간소개기사보기 도서 구매하기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탈시설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9명, 어떻게 살고 있을...
[편집자 주] 지난 7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방안을 ...

우생학, 우리 시대에는 사라졌을까
무엇이 독일 나치의 장애인 학살을 허락...
다가오는 ‘디지털 복지 디스토피아’의...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