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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친구들, 물음의 끝에는 정신장애 문제가 있었다
[인터뷰] 정신장애인 예술창작단 안티카 심명진 대표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2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등록일 [ 2019년10월25일 20시45분 ]

26일, 광화문광장에서 한국 최초의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열린다. 매드프라이드는 199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정신장애인들과 지지자들이 강제입원과 강제치료 등 정신장애인 인권침해 현실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후 매드프라이드는 ’미친(mad)‘, ’미치광이(nutter)‘, ’광인(crazy)‘ 등 정신장애인을 낙인찍는 단어의 의미를 전복하고, 정신장애인 차별에 맞서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매드프라이드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언론사들의 취재가 이어졌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예술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토록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은 처참한데 굳이 ‘즐거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어야 하느냐는 미심쩍은 눈빛도 오간다.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는 정신장애인 예술창작단 안티카 심명진 대표는 ‘비당사자’임을 이유로 ‘비당사자가 왜?’라는 물음을 받기도 한다. 지난 15일, 안티카가 상주하고 있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심 대표를 만나 매드프라이드의 의미를 짚고 이를 둘러싼 물음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정신장애인 예술창작한 안티카 심명진 대표. 사진 강혜민
 

# 사라진 친구들, 이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 ‘비당사자로서’ 어떠한 계기로 정신장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때부터 주변에 정신질환이 있는 친구들을 종종 봐왔다. 한 친구는 이젤이 아닌 벽면에 엄청나게 큰 콜라병을 그리고 점점 형태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을 그리더니 어느 날 사라졌다. 사회생활하면서 만난 친구 둘은 자살했다. 이 친구들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죽었는데 그 바탕엔 우울질환이 있었다. 이 친구들은 제대로 병원에도 가지 못한 상태에서 죽었다. 어떤 사람은 정신병원에 가면 사라지고, 또 어떤 사람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이걸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물음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방송국 피디와 기자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2017년 6월경,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게 됐다. 그때 알게 됐다. 항상 하는 이야기가 병원 입원시킬 때 먹는 약이 너무 강해서 모든 감각을 죽여버린다는 거다. 그걸 표현하면 감금시키고. 모든 감정선을 끊어버리는 상태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거다. 그러다 보니 원래 창작하던 사람들은 창작을 중단하게 되고, 그 무서운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이제 아파도 병원에 안 가게 된다고 했다. 나눌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아서 미디어교육이 끝난 후에도 계속 만나게 됐다.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티카를 만들게 된 건가.

 

그렇다. ‘어떤 거 하고 싶으세요?’ 물으니 ‘연극치료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사회에 설득력 있게 들릴지 고민하던 때였다. 그렇게 작년 1월, 안티카라는 단체명을 짓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5월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을 통해 지원받게 되면서 연극, 그림, 글쓰기 등 예술창작워크숍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연극이다. 서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길 넣어 공동창작형식으로 연극을 만들었다. 도드라지는 주인공 없이, 각자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만큼 배역을 맡았다. 그렇게 ‘약 먹어도 괜찮아’와 ‘하얀방’이 만들어졌다. 지난번에 공연한 ‘하얀방’을 수정한 ‘거리로 나온 하얀방’이 이번 매드프라이드의 오프닝이다. 매드프라이드는 안티카에서 하는 여러 예술창작워크샵 중 하나일 뿐이다.

 

- 매드프라이드는 어떻게 준비하게 된 건가.

 

작년 말부터 임세원 의사 피살 사건, 올해 진주 아파트 화재참사 등이 이어지면서 단원분들이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정신장애인 혐오가 그때부터 많이 올라가지 않았나. 위기감이 느껴졌다. 단원분들이 매일같이 “사람들이 저희보고 거리 돌아다니는 안인득(진주참사 피의자)이래요”라며 속상해했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대중적 말걸기의 하나로 올해 4월부터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게 됐다. 

 

지난 15일, ‘거리로 나온 하얀방’을 연습 중인 안티카 단원들. 사진 강혜민

 

# 수십 년간 표현이 억눌린 사람들이 표현하기 시작했다, 예술의 언어로

 

- 매드프라이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왜 이렇게 높을까, 생각했을 때 사회는 정신장애인에 대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는데 여기에 대해 매드프라이드는 ‘그래, 나 미쳤다’고 반응한다. 매드프라이드는 ‘그래 나 미쳤고, 바로 그걸 보여줄 거야’라고 하지만 이때 ‘미쳤다’는 기존의 ‘미쳤다’는 아니지 않은가. ‘기존의 미쳤다’가 말이 안 되는 방언을 하고, 세상의 규율과 맞지 않는 모습(때로 살인자 등 위험한 모습이기도 드러나기도 한다)이라면, 매드프라이드는 기획된 공연이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의도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계획인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거다. 한국에서 정신장애인은 혐오의 대상이고 공포의 대상이었지 우리가 우리 자체로 정의되어 본 적이 없다. 정신병자, 미친놈이라는 것은 혐오의 언어다. 광장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 그걸 보여주는 것을 올해 해야 하는 거로 생각했다. ‘정신장애인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보자, 그 안에서 우리의 언어를 같이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사실 이 작업이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번에는 우리가 사람으로서 여기 있다는 것, 결코 정신병자, 악마같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5월에 tvN 예능 ‘대탈출2’에서 정신장애인을 악마처럼 묘사했는데 내 동생이 정신질환이 있다면 그런 프로 못 만들 것이다. 사회가 정신적인 다양성을 인정하여 정신장애인을 ‘사람으로서’ 인식한다면 현재와 같은 보도는 없지 않을까.

 

-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조단체인 ‘피플퍼스트’도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쓰는데, 어떤 의도로 사용하는지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 물음이 드는 부분이 있다. 발달장애, 정신장애의 경우, 바로 그 ‘장애 특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차별받는 건데 그런 특성을 지우고 ‘사람’이라는 보편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쟁 지점을 비켜나가는 것 아닐까. 현재 조건에서 그게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도 든다.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하는 것인데 여기서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떠한 간극이 느껴진다.

 

간극이 있을 수 있다. (침묵) 우리가 예술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그러한 이유도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의 폭과 깊이는 비당사자를 뛰어넘는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틀어서 생각해보면 이들은 엄청나게 큰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그래서 예술을 택했다. 당사자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매드프라이드는 대중예술의 형식이지 투쟁 형식은 아니다. 안티카는 예술창작집단이다. 예술로 사람이 변할 수 있고, 세상을,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 방식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이 축제를 만들고 있다. 그 속에서 의료시스템에 대해 창의적으로 저항하는 거다. 그런데 사회가 지금까지 우리를 가둬놓고 창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놨는데 그 상태의 우리는 이정도야, 그러면 우리는 이 정도만 보여줄게, 그래서 이 정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신장애가 예술 창작의 원천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정신장애를 너무 낭만화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예술창작을 하는 단체니깐 창작에 대해 생각하는 거지 모든 정신장애인이 창작할 필요는 없다. 정신장애인 모두가 예술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다. 창작하고 싶은데 창작에 가로막혀 있던 사람들이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환영’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어떤 것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있다. 만약 어린 시절 내 친구들이 폐쇄병동에 갇히지 않았다면 어떤 창작을 했을까. 또 하나는, 현재 당사자들은 ‘의료시스템 생존자들’인데, 생존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예술 창작했을 때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나는 그들에게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고 싶다. 그들이 판을 벌일 수 있게, 멍석을 까는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단원분들이 엄청난 예술작품을 안 해도 상관없다. 3~40년간 표현이 억제된 사람들이 이제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게 숙련되고 아름다워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는가. 사람들이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창작물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야길 하고 싶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예술이 여기 존재해’가 아니라 감정을 그대로 내보였을 때 어떤 창작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당사자들의 시, 그림을 보면 매료된다. 그들의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사람 마음을 울리는 표현,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단원들과 함께 대중들에게 들릴 수 있는 언어로 같이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물론 한국은 극도의 효능감을 가진 사람, 작품만을 인정하니 쉽지 않다. 다양한 감정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처럼 다양한 당사자 창작물들이 인정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원들의 창작을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30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매드프라이드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열렸다. 심명진 대표가 매드프라이드를 소개하자 옆에서 안티카 단원들이 행진에 쓰일 병원 침대를 들여오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우리는 함께한다’ 그 기억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 일각에서는 ‘정신장애인 현실이 얼마나 비참한데 그걸 축제로 풀어내느냐’며 매드프라이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의 비참함만 드러내면 관음증 속에서만 노출될 것이다. 사람에겐 다면성이 있는데 ‘정신장애인은 비참한 현실만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타자화해버리는 것 아닐까. 그들이 향유하는 다양한 지점들을 같이 얘기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진짜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얼마나 재밌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그날 광화문광장 옆에서는 혐오 세력이 돌아다닐 텐데 그럼에도 우리는 즐겁고 안전하게 놀 것이다. 그렇게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서 1년을 살고, 1년 뒤에 또다시 만나서 놀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퀴어들도 퀴어퍼레이드의 경험으로 1년을 살지 않나. 네트워킹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떨어져 있어도 연결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단원들이 그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우리 단원들이 급성기 왔을 때, 우리가 여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견디는 것처럼.

 

- 당사자분들과 함께하다 보면 급성기 등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단원들의 경우, 자기가 정말 좋아했던 일이라도 급성기가 와서 잠시 쉬고 돌아가려고 보니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가 사라지는 등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구조 속에 더 힘들어졌던 경험이 있다. 안티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당사자들이 몇 번씩 급성기 지나고 돌아왔을 때 계속 있었다. 처음에 단원들에게 그걸 심어주는 게 어려웠다. 여기 계속 있을 테니 돌아오라는 이야기 말이다. 여기 계속 존재하면서 응원하고 기다리고, 돌아오면 환영해주고. 사람들과 주기를 맞춰나가면서 급성기를 겪을 때도 여기 있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한 단원은 최근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쉴게요’ 했는데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같이 있을 때 견디는 게 더 쉽다는 걸 이제 알아버린 거다. 그동안 혼자 견디니깐 급성기가 너무 오랫동안 유지됐다.

 

-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대표로서 매드프라이드 준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안에서도 ‘당사자’라는 말을 쓰지만 내가 ‘비당사자’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지난 프로그램에서 나는 강사였고 단원분들은 수강생이었는데 현재 우리는 동료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모든 결정은 느리지만 토론을 거쳐 선택한다. 우리는 당사자를 어떤 식으로 지지하며 지속성, 안정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가를 증명해낼 것이다. 그렇게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굉장히 잘 해냈다’는 사례가 생기면 그것만으로도 확장이 일어나지 않을까. 안티카는 이 사회에서 당사자, 비당사자가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운동은 지지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 매드프라이드를 통해 어떠한 것을 기대하는가.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의학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창작예술로 풀어서 이야기하는 축제다. 내 삶을 영위하고 내 감정을 긍정할 수 있는 계기가 매드프라이드로 마련되면 좋겠다. 매드프라이드는 사람이 절벽까지 가는 길에 멈춰서게 만드는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9 ‘매드프라이드 서울’ 홍보포스터. 제공 매드프라이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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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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