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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과 팀장은 ‘전문가만’ 가능하다?
서울시 용역으로 장애인개발원,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개발’ 연구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동료상담가’만 가능해… 정신장애계 반발
등록일 [ 2019년10월31일 18시18분 ]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은 3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연구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개발’ 폐기를 촉구하며 당사자 중심의 자립생활지원 확립을 촉구했다. 사진 강혜민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연구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개발’에서 ‘자립생활센터 센터장과 팀장 등 주요인력을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로 제한한 것’에 대해 정신장애인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은 3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무시한 서울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개발 연구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6월,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서울시의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안은 지난 15일 열린 최종보고회에서 공개됐으며,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가 공개한 모형개발안 자료에 따르면, 센터장과 팀장을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동료상담가만 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구조의 문제점은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을 위해 일반적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당사자를 내세우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개발’ 중 조직구성원 자격요건 및 역할. 제공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해당 모형개발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은 ‘중증정신질환자가 있는 정신보건 영역에서의 경력이 있는 자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보유한 자’여야 하며, 팀장 또한 ‘사회복지학·심리학·정신과 재활의학 또는 임상분야에서의 석사학위와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인중증정신질환자가 있는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3년 이상 있는 자’여야 한다. 이 모형개발안에는 일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는 없는 직업전문가도 포함하고 있다. 직업전문가는 ‘고용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1년 이상’ 있어야 한다. 동료상담가는 △현재 또는 이전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로써 정신건강서비스의 수혜를 받은 적이 있는 자 △회복과정에 있는 자 △건강 및 회복 중재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자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정신장애인은 동료상담가로만 활동할 수 있다.

 

반면 일반적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경우, 센터장(소장)은 ‘장애인 당사자만 가능하며 장애인복지 또는 사회복지분야에서 실무 또는 활동경력’이 있으면 가능하다. 팀장(사무국장)은 당사자·비당사자 구분 없이 자체 규정에 따르며, 동료상담가는 장애인 당사자로 하고, 기존 활동 중인 자는 연 10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짚으며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는 “서울시의 모형개발안은 ‘자립생활센터’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면서 “핵심은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당사자 권익옹호”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는 모형개발안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아닌 가칭으로 ‘라이프 디자인센터(Life Design Center)’라고 이를 명명하며 ‘고용, 주거, 교육 등을 위한 코칭’을 주된 내용으로 담았다.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는 현재 연구내용은 당사자조직에서 비판해왔던 전문가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이는 전문가가 당사자를 지배하는 의료모델의 잔재”라고 꼬집으며 “동료상담가는 ‘경험전문가로서’ 자립생활지원 모형안의 핵심인력으로 전문가 밑에서 일하는 하위인력이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조직구성원 중 직업전문가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립생활센터를 직업재활시설로 오인하고 있다”면서 “자립생활센터는 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자조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임을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의 연구안을 폐기하고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한 모형개발을 촉구했다.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은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모형(안)의 운영기관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로 할 것 △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정신장애인당사자로 규정할 것 △조직구성원 자격요건, 동료상담가 교육 및 양성, 자격요건 등은 당사자 단체 자체 규정으로 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서 논의하지 마라”, “당사자 자립생활지원은 경험전문가인 당사자가 해야 한다”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러한 목소리에 서울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정신보건팀 담당자는 31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는 지난 3년간 정신장애인자립생활에 대해 지원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자립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능이 필요한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이번 모형개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시재활시설협회 산하 시설에서 운영하는 리더양성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센터 인력구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지난 3년간 지원사업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230명 대상으로 의견수렴한 결과”라면서 “정신장애인분들이 ‘정신장애는 특수성이 있어 자립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시 입장에서는 다수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가장 우선적이며, 그에 근거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무조건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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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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