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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독일 나치의 장애인 학살을 허락했을까
독일 나치의 Aktion T4 작전 ①
등록일 [ 2019년11월13일 12시24분 ]

1939년 9월1일, 히틀러가 서명한 문서. ⓒwikimedia commons

 

1939년 9월 1일 독일 제3 제국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한 문서에 서명한다. 그 문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국지도자 보울러와 의사 브란트에게
치료에 가망이 없을 만큼 병세가 무겁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환자에게 병세에 관해 엄격한 감정을 실시한 뒤에, 특별 지명한 의사에게 자비로운 죽음의 처치에 대한 허가 권한을 부여한다.
_ A 히틀러

 

Reichsleiter Bouhler und Dr. med. Brandt
sind unter Verantwortung beauftragt, die Befugnisse namentlich zu bestimmender Ärzte so zu erweitern, dass nach menschlichem Ermessen unheilbar Kranken bei kritischster Beurteilung ihres Krankheitszustandes der Gnadentod gewährt werden kann.
_ A hittler

 

T4 작전의 시작과 참혹한 결과

 

이 문서를 비롯한 관련 자료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1980년대 독일과 전 세계는 경악한다. 이는 독일 제3 제국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자행했던 의료범죄, 이른바 Aktion T4 작전(아래 T4 작전)에 따라 독일 내 장애인들을 ‘안락사’라는 미명 하에 학살한 사건이었다. 올해로 딱 80년이 되었다.

 

나 자신이 장애인이라 그런지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T4 작전에 관해 될 수 있는 대로 자세히 쓸 예정이다.

 

히틀러의 서명으로 시작된 T4 작전의 결과는 참혹했다. 먼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과 로버트 프록터(Robert N. Proctor) 교수의 저서 『Racial Hygiene: Medicine under the Nazis (인종 위생학 : 나치의 의학)』(Massachusetts: Harvard University Press, 1988)에 따라 결과만 간략하게 언급해 보면, 1939년부터 1941년 8월까지 살해된 장애인만 7만 273명에 이른다. (191쪽, 괄호 안의 숫자는 이 책의 쪽수)

 

또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밝혀진 나치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작전 중단 발표 한 달 후인 1941년 10월부터 독일과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들은 27만 5,000여 명의 장애인을 안락 시켰다고 한다. 그 방법도 다양한데 모르핀 주사, 약, 그리고 청산가리 가스나 화학무기 등에 의해 살해하였다고 한다. (187쪽)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나치는 T4 작전의 규모를 1,000:10:5:1로 규정했다고 한다. 즉, 독일 인구 1,000명당 10명은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고, 그중 5명은 계속 치료가 필요하지만 1명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그 당시 6500만~7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독일 인구 중에서 6만 5,000~7만 명이 반드시 제거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191쪽)

 

우생학, 장애인 학살의 배후

 

이러한 T4 작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학자들은 우생학이 그 뒤에 있다고 한다. 먼저 이번 글에서는 우생학에 대해 살펴본다.

 

우생학이란 용어는 1883년 프란시스 갈튼(Francis Galton, 1822~1911, 영국)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진화론과 함께 발전되었으며 우생학은 진화론을 사회에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갈튼은 찰스 다윈의 사촌이었고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은 후 ‘새로운 지식세계’에 들어온 것에 대한 기쁨을 전하며, 그것을 사회 전반적으로 적용하기 원했다.

 

우생학(Eugenics)에서 Eu는 ‘좋다’는 뜻이고, Genics는 ‘태어남’을 의미한다. 따라서 Eugenics는 쉽게 말하자면 ‘좋게 태어났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좋다’의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것, 우생학을 어떻게 사회에 적용하려 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 심각성을 알게 된다. 대부분 사람에게 ‘좋게 태어난다’는 것은 기형이나 질병 없이 태어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우생학을 적용하려 했던 나치에게 좋게 태어난다는 것은 푸른 눈과 금발을 의미했다.

 

우생학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만을 보전함으로써 인류의 진화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프란시스 갈튼의 우생학적 사상에 영향을 받아, 찰스 다윈은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이렇게 문명화된 사회에서 약자들은 그들의 종류를 번식시킨다. 가축들을 교배 시켜 본 사람 중 그 누구도 이러한 것이 인류에게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의심치 않을 것이다. 부주의, 혹은 잘못된 방향의 보살핌이 얼마나 빨리 한 가축 종의 약화를 가져오는지 매우 놀랍다. 그러나 인간 자신의 경우를 제외하면, 최악의 동물들이 교배하도록 허용할 정도로 어리석은 경우는 거의 없다.” [Charles Darwin,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1st edition (London: John Murray, 1871), 168~169쪽]

 

이는 가축을 교배할 때, 원하는 품종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을 서로 교배시키면서 동시에 필요한 형질을 갖지 못한 개체들은 제거하거나 더 이상 교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화론자들은 인간이 동물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에, 가축의 품종 개량과 같은 원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프란시스 갈튼 또한 그랬다.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들은 제거되고 바람직한 사람들은 번식해야 하지 않을까?” [Francis Galton, Quoted from Karl Pearson, Letter, and Labours of Francis Galton(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30), v. 3A, 348쪽]

 

나치는 바로 그것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푸른 눈과 금발을 가진 북유럽인들은 가장 ‘진화한’ 인종이었고, 동양인들과 흑인, 유대인들은 ‘진화되지’ 못한, 원숭이에 가까운 인종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덜 진화된 사람들을 제거하고 더 진화된 사람들만 남겨 진화의 속도를 촉진함으로써 이 땅에 유토피아를 실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치는 우생학을 바탕으로 열등하다고 평가한 장애인이나 유대인 등에 대한 인종 학살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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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typology@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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