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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희망원 거주인들은 탈시설을 원한다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②
등록일 [ 2019년12월11일 14시06분 ]

[편집자 주] 지난 7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방안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21386, 윤소하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장애인이 집단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보편적 주거공간에서 통합되어 사는 삶이라고 규정하면서, 탈시설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에 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은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탈시설은 단순 거주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20대 국회의 끝자락에 발의되어 이번 국회에서 제정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탈시설 법안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에 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이번 논의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진전된 논의와 성과를 바라봅니다.

 

대구 희망원 거주인에 대한 인권침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3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희망원은 지역사회 장애계의 관심과 노력으로 2018년 12월로 장애인거주시설(시민마을)이 폐쇄됐다. 또한, 희망원 내에 탈시설지원팀이 생겼고, 거주인 35명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희망원은 이제 노숙인 재활시설(희망마을), 노숙인 요양시설(보석마을), 정신요양시설(아름마을), 이렇게 3개 시설이 남아 8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욕구 및 자립지원 조사연구’를 수행하였다. 2018년에도 희망원 생활인의 탈시설·자립지원에 관한 조사가 있었고, 지적장애 127명과 지체장애 57명, 뇌병변장애 4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올해는 정신장애 220명, 장애미등록 166명 등 주로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을 가진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대구시립희망원 전경. 빨간색으로 테두리 친 곳까지가 시립희망원 건물이다. 사진 박승원

 

조사 결과, 낮 시간동안 주로 TV시청(라디오 청취)이나 특별히 하는 일 없는 경우가 다수였으며 외출 및 외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낮에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외출이나 외박할 곳도 없이 정해진 생활공간 속에서 생활인들끼리 2~30년을 살아가는 곳이 바로 장애인거주시설이다. 두 차례의 조사에서 이들의 탈시설 욕구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설문참여자(지적, 지체, 뇌병변 등)는 향후 자신의 집에서 서비스를 받으며 혼자(24.1%) 또는 동료(22.3%)와 같이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21.8%(48명)로 낮았고, 절반가량(43.2%, 95명)이 ‘자립체험 프로그램 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정기적인 상담으로 자립생활 관련 정보 얻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49.1%(108명)에 이르렀다.
 
2019년 설문참여자(정신장애, 정신질환, 비장애) 중에 희망원 퇴소 욕구가 있는 경우는 43.4%(141명)로, 이 중 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경우는 94.3%(133명)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은 이유는 단체생활이 아닌 개인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50.0%, 63명), 가족들 때문에/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어서(20.6%, 26명)로 확인됐다. 지역사회에 나가서 살고 싶은 시기는 ‘당장’이 36.0%(41명), 3개월 이내 15.8%(18명)의 순으로 나타나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시설을 나가고 싶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분기별 1회 이상으로 자립생활에 관한 정보제공과 교육에 참여할 의향을 표현하였다. 또한 탈시설 체험 프로그램 참여 희망자도 103명으로 확인되었다.

 

탈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중 하나는 ‘시설생활이 좋다고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경우를 위해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퇴소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이 있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시설에서 나가 사는 것이 두렵거나 자신이 없어서(23.8%, 44명), 시설생활이 더 좋아서(22.7%, 41명), 만성질병 등으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13.3%, 24명), 돈이 없거나 돈벌이를 할 수가 없어서(12.2%, 22명) 등으로 확인됐다. 즉, 시설생활 그 자체가 만족스러워 계속 머물고 싶기보다는 시설을 나가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문제, 질환 관리 등 외부적 요인이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희망원 거주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탈시설 후 받을 수 있는 지원서비스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을 마친 후 70세 가까운 분이 ‘이 나이에도 탈시설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당연히 가능하며 아직 늦지 않았다.

 

모든 장애인은 장애정도·유형 및 자산 정도 등과 관계없이 지역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받아야 한다. 또한 희망원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탈시설에 관한 교육과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각 지역마다 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가 설치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시설에서 살았기에 자립정착금 유무가 결정되고, 활동지원시간을 비롯한 지원서비스의 종류와 유형이 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조건과 관계없이 탈시설하여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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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숙민 대구시사회서비스원 박사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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