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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벧엘의 집, 시스템은 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③
등록일 [ 2019년12월13일 20시42분 ]

[편집자 주] 지난 7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방안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21386, 윤소하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장애인이 집단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보편적 주거공간에서 통합되어 사는 삶이라고 규정하면서, 탈시설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에 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은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탈시설은 단순 거주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20대 국회의 끝자락에 발의되어 이번 국회에서 제정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탈시설 법안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에 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이번 논의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진전된 논의와 성과를 바라봅니다.


장수벧엘장애인의집 대책위원회가 지난 8월 전라북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장수군의 독단적인 강제 전원조치 중단과 종합적인 탈시설 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 장수벧엘장애인의집 대책위원회

 

2019년 장수 벧엘장애인의 집 폭행, 강제노동, 성추행 사건은 전라북도 시설장애인의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다. 2015년 전북에서 벌어진 자림원 사건의 충격이 채가시기도 전에 지역에서 또다시 벌어진 이 사건은 우리에게 심각한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광주인화학교 사건 이후 ‘도가니법’ 등 시설장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었으나 이번 벧엘의 집 사건으로 제도의 한계와 허술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1년 광주인화학교 피해자 재수사와 2015년 전주자림원 사건 이후 전북에서는 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인권센터가 만들어지고 인권옹호관제도가 도입되어 매년 장애인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도 실시되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장수 벧엘의 집 거주장애인에 대한 장기간의 범죄행위가 내부고발자에 의해 알려지기 전까지 지역사회는 몰랐거나 침묵하고 있었다. 매년 소중한 세금과 인력을 들여 조사한 인권실태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무용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장수 벧엘의집에는 인권지킴이 제도도, 인권신고 부스도 있었지만 학대를 당하고 있던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장수 벧엘의집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장수군이 대책 없이 시설을 폐쇄하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전원조치를 시킬 때 전원조치에 적극 협조한 사람이 벧엘의 집 인권지킴이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벧엘의집에서 장애인들이 무임금 강제노동과 폭행을 당하는 시기, 이 시설을 관리·감독할 장수군의 군수는 벧엘의 집 등기이사였다. 작은 지역사회에서 수단 좋은 사람이 시설을 만들고 인맥을 동원해 명망 있는 사회복지관계자를 끌어들여 이사진을 꾸리고 지역사회 유지들이 참여하며 사회복지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주인 강제전원 조치과정에서 지역사회 인권기관의 문제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장수군은 전북 인권옹호관실의 공식적인 피해장애인에 대한 인권조사와 탈시설 욕구조사 결과를 외면한 채, 벧엘의집 장애인들을 다른 시설로 강제 전원조치 했다. 그런데 이를 시행하는 근거에 동원된 곳이 다름 아닌 장애인의 인권과 권익을 최우선시해야 할 전라북도 권익옹호기관과 전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였다. 이 두 기관은 공식적인 조사결과를 무시하고 2시간 만에 형식적인 조사를 거쳐 ‘피해자 전원이 다른 시설로 전원을 희망한다’는 조사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를 보면 자립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피해자 모두가 전원조치를 원한다고 왜곡해 담았다.

 

그렇게 시설 내 인권침해를 방지할 각종 시스템은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장애인거주시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까지 무력함과 울분을 딛고 장애인의 실질적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장애인권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 방안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이 제도 개선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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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한국심리운동연구소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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