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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는 없다
노숙인 커뮤니티케어는 가능할까 ②
등록일 [ 2019년12월21일 02시11분 ]

문재인 정부는 2026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돌봄이 필요해 거주시설에 들어간 사람도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6월부터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를 위한 선도사업을 시작했지만, 노숙인은 없었다. 노인이면서, 장애인이고, 정신질환자이면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노숙인. 시설에서 살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노숙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이유와 대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_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① 휠체어 탄 장애인이 왜 노숙하냐고요?
② 노숙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는 없다


- 지자체 공모했는데 ‘노숙인 지원하겠다’는 곳 한 군데도 없어

 

보건복지부는 2019년 1월 10일,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지자체 공모를 통해 노인(4개소), 장애인(2개소), 정신질환자(1개소), 노숙인(1개소) 선도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19년 6월부터 선도사업이 시작됐고 9월에는 추경예산으로 노인 8개소가 추가됐지만, 노숙인은 사라지고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계획(2019.1.10)에 담긴 노숙인 자립지원모델. 시설노숙인 대상 자립체험주택과 거리노숙인 대상 케어안심주택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시설 내 설치하는 자립체험주택은 자칫하면 또 하나의 시설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보건복지부


2019년 3월 시작된 지자체 공모 과정에서 총 29개 지자체가 신청했지만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신청한 지자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사회적 낙인이 심하다는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선도사업에도 각각 5개, 2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굳이 정치적인 영향력도 없고, 지역사회에서 기피하는 대상인 ‘노숙인’을 위해 50%나 매칭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숙인 선도사업에 관심을 보인 지자체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대전 대덕구(기초)에서 공모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대전시(광역)와 예산 부담 조율이 되지 않았다. 서울시에서도 공모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기초자치단체만 공모를 받아 신청할 수 없었다. 서울시에서는 2016년부터 이미 자체적으로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을 위한 지원주택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커뮤니티케어 사업까지 신청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다시 공모를 해도 신청할 지자체가 있겠느냐는 이유로 이후 선도사업 예산에서 노숙인을 배제해버렸다. 열악한 대상일수록 지원을 줄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단에 따르면, 기존 16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유지비용 등 177억 6천만 원 외에 약 32억의 2020년 신규 선도사업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그 안에 노숙인을 위한 예산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면, 신규 선도사업 예산마저 전액 삭감됐다.

 

- 노숙인시설 거주자 열 명 중 여덟 명 ‘주택 제공해주면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 

 

커뮤니티케어는 궁극적으로 사람에 서비스를 맞추는 것이지, 유형화된 틀에 사람을 집어넣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맞는 말이다. 특히, 노숙은 정체성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상황에 불과하다. 노숙인이면서 동시에 노인이고, 장애인이고, 정신질환자인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똑같은 장애가 있는데 장애인시설에서 나왔다고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받고, 노숙인시설에서 나왔다고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받는다면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 말대로 현재 보편적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다양한 모델을 찾는 과정이라면, 노숙인도 그 과정 중에 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13일, 윤소하·김승희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전국노숙인시설협회,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가 공동주관하여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복지부 선도사업에서 노숙인이 배제됐음에도,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노숙인 지원 현장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지난 11월 13일에야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정책 발전방안에 대한 첫 공개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아래 종민협)에서 ‘노숙인 등 지원 실무자들과 당사자들의 인식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케어 발전방안’(제도와사람연구소)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전국노숙인시설협회,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등 노숙인 지원현장과 보건복지부가 토론하는 자리였다.

 

종민협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숙인 생활시설에 입소해있는 조사참여자(자활·재활·요양시설 입소자 총 102명) 중 60.8%의 응답자가 시설 퇴소를 희망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2016년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서 생활시설 입소인 중 12.7%만이 ‘주택에서 자립생활을 할 욕구가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물론 표본 추출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중요한 응답은 그다음이다. 같은 응답자들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에서 주택을 제공하고 일정한 지역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경우 주택에 살아볼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86%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특히, 재활·요양시설 입소인 중에서 의향이 40%나 올랐다). 이는 탈시설 욕구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탈시설을 가로막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묻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11월 열린 토론회 중 제도와사람연구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숙인 지원 실무자 35명과 당사자 189명을 대상으로 양적 설문조사와 개별심층인터뷰를 병행했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2016년 노숙인 등 실태조사’를 보면 커뮤니티케어의 주 대상이 되는 재활·요양시설 입소인(7,726명) 중 51.1%(3,953명)가 시설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20년 이상 입소인도 전체의 25.7%(1,990명)에 달했다. 특히 여성은 10년 이상 거주율이 약 70%(1,830명)에 육박했다. 같은 조사에서 ‘현재 시설에 불편한 것이 없다’고 응답한 입소인은 절반에 미치지 않았음(44.5%)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다. 재활·요양시설에 입소한 분들은 대부분 고령이거나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 있다. 지역사회 돌봄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평생 탈시설을 꿈꾸기 어려운 구조다.

 

- 국토부, 지침의 1/7에 불과한 임대주택 물량만 공급… “더 확대해야” 

 

기초생활수급자도 시설에 살면 시설수급으로 전환된다.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기초노령연금 30만 원이나 하루에 1만 원이면 많이 버는 작업장 일자리 정도다. 주택 보증금과 기본적인 가구 구입비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종민협 연구 결과, 재활·요양시설 입소자 중 47.6%는 정부의 주택 지원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주택 지원을 알면서 신청하지 않은 경우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서(48%)’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LH공사는 올해 6월부터 주거급여 이하로 월세가 책정돼 ‘체납 위험이 없는’ 경우에 한해 보증금 없이 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신청 후 1~2년의 기간을 대기해야 한다.

 

이는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공급물량이 워낙 적은 탓이다. 국토교통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매입·전세임대주택 전체 공급물량의 15% 범위 내에서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를 공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행 실공급량은 매년 1천호 정도로 전체 공급물량의 2.2%에 불과하다(2017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

 

국토부는 지난 10월 24일 발표한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에서 ‘2평 이하 면적에 3년 이상 거주하는 비주택 가구 1만 3천여 명’에게 3년에 걸쳐 무보증‧빌트인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020년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 공급 계획은 연 4천호로 전체 물량의 6%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의 이 ‘야심 찬’ 계획은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온다. 거리노숙을 하면 현재 지침상 ‘주거취약계층’에 해당되지 않는다. 임대주택 신청 자격을 얻으려면, 월 25만 원의 임시주거 지원을 받아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3개월 이상 생활해야 한다. 국토부의 새 계획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2평 이하 쪽방에 들어가 3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셈이다. 노숙인시설 거주자는 지침상 ‘주거취약계층’에 해당되지만 새 계획에서는 아예 고려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2016년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거리노숙인은 2,015명, 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인은 9,325명으로 총 11,340명에 ‘불과하다’.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 공급 계획을 겨우 6% 수준으로 하면서 3년간 비주택가구 1만 3천여 명을 입주시킬 수 있다면, 거리와 노숙인 시설에 거주하는 1만 1천여 명이 탈노숙·탈시설하는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세우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국토교통부 지침대로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물량을 전체의 15%(2020년 기준 연 9,975호)로만 늘려도 가능한 일이다.


커뮤니티케어에 임대주택은 필수적이다. 종민협 연구에서 시설 퇴소 후 주거경험을 물었을 때 ‘월세 집을 구해서 지냈다’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다. 대부분 쪽방·고시원·여인숙 등 비주택 염가숙소에서 지내거나(34.8%), PC방·만화방·찜질방 등을 전전하거나(16.1%), 거리에서 다시 노숙생활을 했다(16.9%). 퇴소 후 다시 시설에 입소하게 된 이유도 ‘주거를 마련하거나 유지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22.3%)이 가장 높았다.


탈노숙 지원주택 행복하우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는 201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탈노숙 지원주택(행복하우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28호를 운영하고 있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 자립해야 주거와 서비스 제공? NO, 집과 서비스를 먼저 지원하면 자립 가능!

 

불안정한 주거환경에서 알코올중독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은 악화되기 쉽다. 연구에 참여한 당사자 A씨는 4차례나 시설에서 나와 고시원에 살면서 3개월을 버틴 적이 없다.

 

“돈도 어느 정도 저축했으니까 시설 도움 안 받고 혼자 자립하고 싶어서 나온 거죠. 그런데 3개월을 버틴 적이 없어요. 나가서 주로 고시원에 있었는데 일주일이나 2주 정도는 일도 나가고 잘 생활해요. 어느 정도 지나면 방 안에서 술 사다 먹고 밖에 안 나가죠. 돈 떨어질 때까지 살다가 고시원비 낼 돈도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설을 찾고. 네 번 다 비슷했어요.”

 

A씨는 2017년, 임대주택에 사회복지서비스가 결합된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그 후 2년 넘게 문제없이 주거를 유지하고 있다. 지원주택의 사회복지사는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엔 집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하세요. 그런 분들이 몇 달 살다 보면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건 생각도 못하게 되죠. 이 집에서 살아야겠다. 이 집에서 살려면 술 적게 먹고 망가지지 말아야겠다. 직장에 가서 돈을 벌어야겠다. 이런 이유가 생겨요. 스스로 술과 관련한 자제력 같은 것들을 만드는 거죠. (중략) 집이 그런 계기가 됩니다.”

 

집을 먼저 지원했더니 알코올중독도 나아지더라는 것이다. 기존 노숙인 현장의 패러다임은 이른바 자활 패러다임이다. 술을 끊고 자립을 할 준비가 되면 임대주택을 지원한다. ‘준비가 될 때까지’ 병원과 시설을 전전한다. 시설과 병원을 거부하면 남는 건 거리노숙뿐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주거우선(Housing first) 패러다임은 정반대다. 집을 먼저 지원하면 자립을 할 수 있다. 아니,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집에서 제공받는 것이 자립이다. 어느 누구도 서로의 돌봄 없이 혼자 설 수는 없다.


정신질환 여성노숙인을 위한 서울시 지원주택 ‘씨드하우스’ 내부 공간. 주방과 화장실을 갖춘 원룸 형태다. ⓒ씨드하우스

 

서울시에서는 이미 2016년 12월부터 2년 동안 정신장애, 알코올중독 노숙인을 위한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사업 평가 보고서(2019년)에 따르면 지원주택 입주자들 중 약 90%가 주거 안정성을 확보했고, 과반수(61%)가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정신건강이 좋아졌고(91.7%) 끊어졌던 가족과의 관계가 회복됐다(60%). 노숙인 커뮤니티케어의 실증 사례다.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근거로 지원주택 조례가 만들어져 올해 노숙인 지원주택 100호를 추가 공급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겠다. 문제는 노숙인 커뮤니티케어가 가능한가가 아니다. 방법도 있고, 모델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정부는 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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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간사 wbga4438@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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