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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의사 표시 가능한 뇌병변장애인 인감증명 발급 거부… 인권위 ‘차별’
주먹을 쥐고, 손 세워 의사표시 가능한 뇌병변장애인 인감증명 발급 거부당해
인권위, “행안부 장관에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 개정” 권고
등록일 [ 2019년12월26일 11시50분 ]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뇌병변장애 등 장애유형과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에 행정안전부장관(아래 행안부장관)에게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아래 사무편람)’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뇌병변장애인 이아무개 씨는 지난 6월 활동지원사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해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이 씨는 말은 할 수 없으나 손으로 의사표시가 가능하다. 그는 주먹을 쥐고 손을 세우는 손짓으로 ‘맞다, 아니다’를 표현할 수 있고, 힘이 들긴 해도 ‘예, 아니요’로 짧게 대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민센터 담당자는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해서는 말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담당자는 사무편람의 ‘뇌병변장애인 등은 통상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에서 피성년후견제도 판결을 받아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이 씨는 주민센터 담당자 김아무개 씨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사무편람 담당 부처인 행안부 측에서도 인감증명서 발급 시 ‘정상적인 사고’의 기준을 ‘구술 또는 필기’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 등을 제시하며 구술과 필기로 한정한 근거를 들었다. 단, “구술과 필기가 안 되는 경우라도 본인의사 표현여부가 확인될 때 발급 담당자가 의사표현을 확인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며 “인정 범위는 발급기관에서 판단할 수 있으나 타인과의 의사소통이나 정상적인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의사소견서 등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구술과 필기를 못 한다고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정상적인 사고의 판단 기준을 구술과 필기로 한정할 경우, 자신의 이름과 살고 있는 주소지 등을 알고 있어도 글로 적거나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등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본인이 원치 않아도 성년후견제를 이용하지 않으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수화언어, 필담, 손짓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표현이 가능한 장애인이 있음에도 주민센터 담당자가 이 씨의 장애 정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사소통의 노력도 없었고,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라고 권유한 것은 장애인을 차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행안부장관에게 사무편람을 개정함으로써 구술과 필기 이외에 필담, 천천히 말하기, 비언어적 의사소통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적극적인 고려와 안내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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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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