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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이 인권침해?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⑤
등록일 [ 2019년12월31일 18시58분 ]

[편집자 주] 지난 7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방안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21386, 윤소하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장애인이 집단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보편적 주거공간에서 통합되어 사는 삶이라고 규정하면서, 탈시설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에 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은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탈시설은 단순 거주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20대 국회의 끝자락에 발의되어 이번 국회에서 제정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탈시설 법안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에 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이번 논의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진전된 논의와 성과를 바라봅니다.

 

지난 12월 2일부터 발달장애인 32명이 수십 년간 머물렀던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형 시설에 의존하던 장애인들의 주거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서울시가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장애인들의 독립생활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범 기간을 거친 끝에 나온 첫 입주 사례이다. 참 고무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이들에 대한 기대도 잠시, 당황스러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무연고·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은 인권침해이고 부당한 결정이라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시청 등에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이 연고가 없는 경우, 탈시설 결정이 타당한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번에 지원주택에 입주한 이들 중 무연고·발달장애인 다섯 명의 탈시설에 대한 법률 자문 요청을 받았다. 검토 결과를 종합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4월, 서울시에 ‘2차 탈시설 계획’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에서 20일간 농성을 했다. 사진은 ‘감옥 같은 시설’에 있다가 죽어서 나오는 퍼포먼스를 하는 서울장차연 소속 활동가들. 왼쪽에 수용시설을 의미하는 쇠창살에 장애인이 갇혀 있고, 오른쪽에는 모조관이 있다. 사진 박승원

 

첫째,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시군구는 장애인의 시설 이용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데, 장애인이 거주시설에 계속 입소하기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본인 의사와 달리 퇴소를 결정할 수 있다.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자는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4에 따라 시설 이용자의 지역사회 생활 지원 등을 위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계속해서 시설에 입소할 필요가 없는 거주인은 퇴소시켜 지역사회에 기반한 서비스를 지원·연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퇴소하여 지원주택에 입주한 이번 사안의 경우, 퇴소 및 지원주택 입주 과정에서 법률 행위의 상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시설 운영자, 시군구 담당자, SH 공사 어느 곳에서도 당사자의 의사능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따라서 성년후견인 등의 선임이 사전에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셋째, 이 사건 무연고·발달장애인 다섯 명에 대한 탈시설 자립 지원은 장애인 당사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므로, 탈시설 자립에 대한 당사자 의사가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안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시설에 그대로 거주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를 위반하는 것으로, 탈시설 자립생활권리를 기초로 지원주택에 살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 오히려 정책 방향에 부합하고 적절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무연고·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에 대한 진정 이면에는 복잡한 속사정이 담겨있다.  탈시설 정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회적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기존 시설 법인과 종사자들의 거취 문제도 결부돼 있다. 법률 근거, 보조금·인력 지원 체계들이 유연하지 못한 상황에서 탈시설을 둘러싼 일부 우려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만일, 21세기 한국에 그런 법이 있다면 그 법의 위헌성과 인권 침해적 요소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법 제도 아래 이제 구현되기 시작한 장애인의 탈시설-자립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몰입하게 된다면,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배제해온 기존 체제에 대한 무언의 동조와 다를 바 없다.

 

정신요양병원, 장애인거주시설 등을 비롯한 10만 명이 넘는 시설 거주 장애인 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위법함을 법에 근거하여 다툴 수 있게 되었듯, 지금 우리에게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이번 겨울 탈시설지원법 통과가 더욱 절실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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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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