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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총선 인재 1호 ‘여성 장애인’ 최혜영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최혜영 교수에게 드리는 네 가지 질문
기성 정치인과 다른 정치를 꿈꾼다면, 누구와 함께 정치를 해나가실 겁니까?
등록일 [ 2020년01월06일 20시55분 ]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인재영입 1호’로 발탁한 최혜영 교수. 최 교수는 “장애를 희망으로 바꾼 발레리나 출신, 국내 최초 척수장애인 재활학 박사”로 소개되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안녕하세요. 최혜영 교수님.

 

더불어민주당 총선 인재영입 1호로 교수님께서 발탁된 것에 대하여 우선 축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기도 합니다. 여성 장애인이 제도 정치권 내에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광경은 사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매우 낯선 일이었습니다. 저는 장애인 당사자가 반드시 장애인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성 장애인 정체성을 가진 분께서 주류 정당의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참 반갑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많은 장애인들이 교수님의 이 결단에 큰 희망을 품게 되었을 것이라고도 감히 추측해 봅니다.

 

다만 저는 마음 한편이 불안하기도 합니다. 교수님께서 정치를 시작한다고 선언하신 후에 하신 말씀들 하나하나에 잠재된 작은 불안 요소들이 향후 교수님의 정치적 행보에 실제로 반영될까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이러한 제 태도가 단순히 말꼬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철이 다가오면 장애인들을 위하는 양 잔뜩 선전해 놓고선 결국 장애인들을 배신해 왔지 않습니까.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장애인들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교수님의 진심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마는, 그렇다고 해서 교수님의 선택에 마냥 환영 의사를 밝힐 수만도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태도는 지난 세월 장애인을 배제해 온 정치에 의해 고통받고 돌아가신 숱한 얼굴들에 대하여 무책임한 태도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용기 내 말을 꺼내 봅니다. 이 질문들 및 의견들이 교수님의 이후 정치 행보 과정에서 간혹 상기될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입니다.

 

- 질문① 장애 비하한 이해찬… 민주당의 낮은 장애인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첫째, 교수님께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니, 그 당에 갈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선택할 수 없다고 민주당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 외에도 정치적 선택지는 다양하게 주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의 선택은 민주당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시각들 덕에 혹자들에게는 위험한 입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까지 합니다. 일례로 교수님께서 자신의 결단을 처음 공표하던 바로 그 자리 곁에 앉아 있던 이해찬 대표님께서는 작년 이맘때쯤 이런 발언을 하여 자신의 낮은 장애 인식 수준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이 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지요.

 

교수님의 정치 데뷔 선언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이 대표님은 오직 ‘장애 극복’에 방점을 두었을 뿐, 교수님께서 가난한 자로서, 장애인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지는 않았습니다. 이 대표님의 말을 들으면서 교수님은 민주당에 ‘장애인으로 살아온 자’로서, 즉 ‘장애인을 온전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 땅 대다수 장애인들의 대변자’로서 발탁된 것이 아니라, 단지 ‘장애를 극복한 자’로서 발탁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언론들도 앞다투어 교수님을 장애 극복의 상징으로 묘사했던 것이겠지요. 물론 한 진보 성향의 언론이 교수님께선 ‘극복’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음에도, 여전히 불안한 것은 고난을 딛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장애인들이 사회적 조건 탓에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의 처지를, 그러므로 실은 자신이 과거 겪었던 차별의 현실을 자주 잊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여성 장애인으로서 그간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왔고, 도리어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온 민주당 정치인들의 낮은 장애인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요?

 

- 질문② 장애인 복지정책과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 노동권, 거주시설에 대한 입장은?

 

둘째, 제가 보기에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에도 큰 한계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이 나아지길 기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국민명령 1호’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말했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약속했으며, 무엇보다도 촛불의 힘으로 들어선 정권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빈민들이 1842일 동안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장애인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했을 때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철저히 이 외침을 외면했지만, 문재인 정권 후 첫 번째로 임명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농성장에 방문하여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또 이들과 여러 소통의 시도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장애등급제가 2019년 7월 1일부로 폐지된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경 단순화에 그쳤고, 실제 복지서비스 제공은 양질의 차원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장애인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 초창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활동지원사의 임금 상승에 의한 예산 증액만 이뤄졌을 뿐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의료적 기준에 따라 책정되던 기존 장애등급이 종합점수조사표에 의한 판정 체계로 바뀌었지만, 이 역시 장애인들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종합조사에 의해 중증장애인의 일상적 삶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는 축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여성 장애인이 임신·출산을 하는 데 제대로 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임신·출산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만 보장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거의 모든 의료 영역에서 장애인들은 진료받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 역시 큰 문제이지만, 임신·출산과 양육을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주체적 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들은 제대로 노동권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있으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52만 원(생계급여)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장애인 거주시설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과연 임신 및 출산, 육아를 꿈꿀 수나 있단 말입니까?

 

즉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여성 장애인들의 임신 및 육아의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인들의 삶의 질 자체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전반적으로 완비되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이 진짜 폐지되어야 하며, 장애인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수용시설이 폐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 그러면서도 사실은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러한 정책들에 대한 입장들을 아직 발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의 장애인 복지정책과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 노동권과 거주시설의 문제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지요? 그리고 민주당에서 이와 관련된 정책들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이 문제들은 장애인을 정체성으로 내건 정치인으로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임을 확신하기에, 교수님께서 꼭 이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2019년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인재영입 1호’로 발탁한 최혜영 교수. 옆에는 1년 전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해찬 의원이 앉아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 질문③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면 ‘주류 세계에 맞서 싸우는 자’여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교수님께서는 ‘휠체어에 앉는 제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문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이 좀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교수님의 이 말씀에서 ‘남들’은 누구입니까? 당연히 휠체어를 타지 않는 비장애인을 상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제게는 이 ‘남들’이 곧 ‘국민’인 것처럼 읽혔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씀하신 동시에,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을 위한 정치를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저는 이런 말을 내놓을 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교수님의 본 의도는 아니겠지만, 이런 부류의 말은 장애인들을 애초에 논의에서 배제된 존재로 느끼게끔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정말로 ‘장애인처럼 낮은 위치에서’ 국민을 대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겪는 ‘물리적’으로 낮은 위치를 비장애인들과의 ‘관계상에서의 위계적 낮은 위치’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타당한 비유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비유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다른 이들보다 애초에 ‘낮은 이들’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데,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평등한 관계 형성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는 ‘낮은 위치’에 있는 자로서가 아니라, ‘약자들이 평등한 정치적 주체임을 부각하는 자’로서 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가 아니라, 오히려 제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다수자 중심의 주류 세계에 맞서 세우는 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태도로 향후 정치를 해나가실 건가요? 만약 다수자들이 국민들에 대한 봉사를 요구하며 소수자들의 권리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에도 교수님께서는 비장애인들보다 ‘낮은 위치’에서 국민들 다수의 입장을 대변하실 것인지, 아니라면 다수자들과 평등한 위치에 서서 당당하게 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 질문④ 기성 정치인과 다른 정치를 꿈꾼다면, 누구와 함께 정치를 해나가실 겁니까?

 

넷째, 저는 교수님께서 ‘정치에 문외한인 이’로서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표현 역시 조금 불편합니다. 그간 제도권 정치의 여러 행태들에 혐오감을 느낄 수밖에 없던 시민들에게 이러한 교수님의 입장은 물론 그 자체로 충분히 ‘순수’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에 문외한인 분’께서 정말로 ‘기성 정치로부터의 순수함’만을 가지고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물론 이제부터 활동을 해나가시면서 정치를 차근차근 익혀나가셔도 될 것입니다. 교수님의 진정성을 믿기에 교수님께서 기성 정치인들과 다르게 정치를 해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이후 누구를 만나가며, 누구와 함께 정치를 해나가실 것인지에 따라, 향후 교수님께서 나아가실 방향 역시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누구와 함께, 누구와 만나가며 정치를 하시겠습니까?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그간 많은 이들이 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하여, 제도권 안팎에서 정치적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억압받는 현장 곳곳에서, 거리와 관공서 곳곳에서,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워 온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거리 곳곳의 3센치 턱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들도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저상버스를 만들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싸워 왔으며, 장애인을 억압하던 수많은 법과 제도들을 바꾸는 데에도 늘 앞장서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수님께서 이들을 만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이들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수용시설 폐쇄 등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하여 기획재정부가 건물주로 있는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효율성과 실적 위주로 짜인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노동자로 살아가다 실적을 채우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증장애인 설요한 씨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교수님께서 이 장소에 찾아오셔서 지지 의사를 밝혀 주시고, 설요한 씨에게 분향을 해 주신다면 많은 장애인들에게 새 정치의 큰 희망을 안겨다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이 요청에 응해주신다면 너무나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무례한 질문들과 요구들을 하는 것도 같아 이 편지를 쓰기 전까지 많이 주저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있겠습니까. 그리고 교수님의 좋은 의도를 고작 말꼬리를 잡아 함부로 폄하할 수 있겠습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고, 이와 같은 의견을 가진 국민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앞으로 훌륭한 정치인으로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  익명의 비마이너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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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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