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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사망한 쪽방 주민, 공영장례 대상이나 중구청 ‘돈 없다’ 화장 처리
쪽방 주민들 “사망지 어디든 지원대상에 공영장례 보장해야” 규탄
중구청 “시신 운구 예산 따로 없어… 유골 이송 논의는 아직”
등록일 [ 2020년01월15일 16시38분 ]

홈리스야학 고양이(별칭) 씨가 ‘빈곤 죽음 회피한 중구청 사죄하라’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많은 동료를 떠나보냈지만, 형님만큼은 제 손으로 직접 따뜻한 밥에 술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중구청과 서울시가 공영장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마지막 가는 길 배웅조차 못했습니다. 그 점이 너무 허무하고 가슴 아픕니다.” (고 김정원 씨 동료 이태헌 씨)
 
강원도에서 사망한 중구 쪽방 주민이 무연고·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을 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14일, 2020홈리스추모팀은 서울 중구청 앞에서 ‘중구청 무연고 장사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청이 애도할 권리를 빼앗았다”면서 공영장례 보장을 촉구했다.

 

고 김정원 씨의 동료 이태헌 씨가 발언하는 모습. 그 옆에는 홈리스야학 난초(별칭) 씨가 ‘동료의 애도 속에 떠날 권리 모두가 누려야 할 마지막 권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 씨를 향해 보고 있다. 사진 박승원


중구 쪽방 주민인 고 김정원 씨는 작년 7월 11일, 당뇨 합병증세로 수술을 받고 강원도 춘천 소재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가운데 사망했다. 서울시 공영장례조례는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둔 무연고자나 장제급여 대상자를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김 씨는 무연고자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장제급여 대상자이지만,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중구청이 ‘사망지가 서울·경기 지역일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인은 아무 연고 없는 춘천에서 장례조차 없이 화장됐다. 현재 김 씨 유골은 춘천 안식원에 안치되어 있으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사법)’에 따라 10년 동안 봉안된다.
 
김 씨와 함께 오랜시간 노숙하며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이날 장례식장이 아닌 기자회견에 나와 고인을 추모하며 묵상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태헌 쪽방 주민도 김 씨와 막역한 사이였다. 1998년 서울역에서 만나 20여 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둘은 형과 아우처럼 지냈다.
 
김 씨와 소식이 끊기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김 씨가 당뇨 합병증세로 건강이 악화하면서부터다. 홈리스추모팀에 따르면 김 씨는 2018년 6월쯤 적십자병원에 입원해 3개월 정도 치료를 받다가 사라졌다. 이 씨는 과거 함께 노숙한 동료들이 모이는 서울역에 찾아가 김 씨를 수소문하다가 춘천 소재 요양병원으로 옮겨 간 소식을 알게 됐다. 이 씨에게 김 씨는 춘천 병원까지 찾아가 만날 만큼 많이 따랐던 형님이다.

 

이 씨는 “정원이 형님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추운 겨울 잘 때 서로 이불을 덮어주고, 식사하지 못할 때는 서로 빵을 사주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씨는 “많은 동료를 떠나보냈지만, 형님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따뜻한 밥에 술을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중구청과 서울시가 공영장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라면서 “여기 나온 동료들도 가는 길조차 배웅하지 못해 너무나 허무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심지어 돌아가신 뒤로 연고지역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라고 전했다.

 

14일 오전 2020홈리스추모팀이 서울 중구청 앞에서 ‘중구청 무연고 장사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 홈리스추모행동 “중구청, 장사법에 따른 행정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장사법에 따라 이행해야 할 행정처리를 중구청이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먼저, 장사법은 무연고 시신 등을 처리한 때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 없이 공고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구청은 김 씨가 화장된 지 5개월 지난 12월 27일에야 공고했다. 중구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무연고(행려자) 사망자 공고가 화장일로부터 평균 4~50여 일 후인 것과 대비된다.
 
이에 이 상임활동가는 “김정원 님이 돌아가신 소식을 12월 11일에 알게 됐다”면서 “‘사람이 7월에 돌아갔는데 왜 지금까지 공고가 없느냐’고 물으니 중구청이 ‘법이 바뀌어서 수급자는 공고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결국, 뒤늦게서야 중구청이 사망 공고를 낸 것”이라고 전했다.
 
장사법은 무연고 사망자를 공고할 때, 둘 이상의 일간신문과 장사정보시스템에 공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구청은 중구청 홈페이지에만 게시했을 뿐 장사정보시스템에는 공고하지 않았다. 이 상임활동가는 “그렇기에 김정원 님 사망 소식을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정보접근성을 저해하는 문제로 이어진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김 씨의 사망 날짜도 잘못 표기됐다. 김 씨의 사망일은 사망진단서에 따라 11일로 표기해야 하나, 하루 뒤인 12일로 표기해 공고가 난 것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이와 같은 중구청의 태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라면서 “이런 행정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면 병간호비 등 비용 문제로 지역 요양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공영장례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홈리스추모팀은 중구청에 △고 김정원 님의 유골을 서울 무연고 추모의집으로 이송 △서울·경기지역으로 공영장례 적용지역을 제한하는 행정방침을 폐기하고 서울시에 주소를 둔 지원 대상자 모두에게 공영장례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서울시에는 사망지가 어디든 지원대상에게는 공영장례를 시행하도록 한다는 지침 명시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하는 내내 그 앞에는 7명가량의 중구청 관련 공무원이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 박승원

- 중구청 “원칙상 공영장례 지원 대상자 맞지만 운구 예산 없어”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홈리스추모팀의 요구서를 전달받은 정승재 중구청 사회복지과 자활주거팀 담당자는 사망지를 서울과 경기 지역에만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예산이 편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 담당자는 “원칙으로는 주민등록상 서울시로 등록된 무연고 사망자에게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자치구에는 서울·경기지역 바깥에서 시신을 운구하는 예산이 따로 편성돼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김 씨 사망공고가 다섯 달이나 밀린 것에 대해서는 “춘천에서는 공영장례를 지원하지 않기에 춘천 요양병원과 협의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다른 업무도 있다 보니 소식 접하는 걸 놓쳤다”라면서 “홈리스추모제로부터 연락이 와서 뒤늦게나마 공고 절차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씨의 사망 날짜가 틀린 부분에 관해서는 “작년 7월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또한, ‘김 씨 유골을 서울 무연고 추모의집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질의해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2013년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빈민열사희생자 합동 추모제’에 고 김정원 씨도 함께했다. 이날 김 씨는 가난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뜻을 담아 함께 검은 옷을 입었다. 사진 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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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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