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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로 이해찬 대표가 말한 ‘선천적 장애인’입니다” 인권위에 진정
끊임없는 정치인 장애인 비하발언, 인권위 이번엔 응답할까
전장연, 이 대표에게 ‘반성문’ 요구도… ‘차별 발언 퇴치’ 서명 운동 예고
등록일 [ 2020년01월18일 07시09분 ]

17일 오후 15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가 국가인권위원회 1층 로비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과 관련해 긴급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긴급 진정을 냈다.
 
17일 오후 3시 인권위 1층 로비에 모인 15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찬 당대표는 설 연휴까지 장애인 비하 발언에 관해 반성문을 제출하고, 인권위는 긴급진정을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조치하라”고 촉구에 나섰다.
 

17일 오후 150여 명 장애인 활동가가 국가인권위원회 1층 로비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애인 비하’ 발언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이 대표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 TV에서 ‘영입 인재 1호’인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오니 의지가 좀 약하다.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거에 대한 꿈이 있으니 의지가 더 강하다는 말을 심리학자한테 들었다”면서 “(최 교수와) 대화를 해보니 의지도 강하면서 선하기도 하다. 역경을 이겨내서 장애인을 위한 활동으로 전환시킨 거 아니냐. 보통내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다음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장애인분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발언에 관해 기자들이 되묻자, “장애인 문제는 거듭 사과드렸다. 무의식중에 한 말이기 때문에 더는 얘기할 거리가 아닌 것 같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5일 저녁 발표한 논평에서 이 대표에게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계를 떠나라”면서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장애계 분노를 샀다. 이 또한 논란이 일자 해당 발언만 논평에서 조용히 삭제됐다.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말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민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말한다”라고 말하며 이 대표를 꾸짖었다. 이 둘은 이듬해 초 장애계로부터 인권위에 장애인차별로 진정됐다.
 
이를 시작으로 작년 한 해에 정치권에는 장애인 비하 발언은 유독 잇따랐다.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의원,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며 ‘정신병’이 있다고 표현한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병신 같은 게’라고 쏘아붙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 예다. 이에 장애계는 혐오·차별 표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지만, 인권위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모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전장연은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장애인 비하 발언이 서슴없이 쏟아져 왔다. 이에 전장연은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근절하기 위해 인권위에 긴급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연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가 “내가 바로 이해찬 대표가 말한 선천적 장애인이다”라며 “장애인에 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진 박승원

- “제가 바로 이해찬 대표가 말한 ‘선천적 장애인’입니다”
 
이날 진정인으로 나선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내가 바로 이해찬 대표가 말한 ‘의지가 없는 선천적 장애인’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박 활동가는 “태어나면서부터 지체장애인인 나는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지 못했으며 일자리도 제때 구하지 못했다”라면서 “18살에 집 밖을 나서서 잠시 시설에 있다가 1994년, 스무 살부터 자립하기 시작했다. 2년 뒤 장애인 당사자들과 인쇄업 기획사를 차려서 벌이를 했지만, 1997년 아이엠에프(IMF)가 터지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그 뒤로 2년 동안 직장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1999년 서울에 올라왔고 야학에 들어가 검정고시를 쳐서 겨우 고등학교 학력을 얻었다. 이후 지금까지 장애인운동을 쭉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 활동가는 “내가 의지가 없어서 공부하지 않았겠나? 의지가 없어서 일하지 않았겠나? 이제는 어엿한 한 아이의 아빠다. 나는 아이에게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이 대표는 장애인의 삶에 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또 인권위가 이번만큼은 정치인의 장애인 차별 발언을 명확히 하고 권고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장애인 활동가들은 인권위 10층으로 이동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가 ‘국가인권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장애인차별발언 긴급진정에 대하여 즉각 시정 권고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 인권위, “이 대표 발언, 조사 빠르게 진행할 것”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인권위는 6명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관한 진정을 1년간 끌다가 결국 모두 각하 처리했다”라면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여전한 이유는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인권위 책임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 회장은 기자회견 전인 두 시 반부터 진행한 최영애 인권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인권위원장은 ‘인권위가 장애인 문제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도적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라면서 “차별문제를 해결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왜 한계에 관한 이야기를 운운하나. 너무나 답답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인권위는 장애인 차별 문제를 가장 많이 접수하는 곳이다. 차별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인권위는 왜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이해찬 대표와 관련한 문제는 총선을 앞두는 상황이기에 빠르게 조사한다고 밝혔다”라면서도 “하지만 조사만 하고 침묵하고 말 것인지, 적극적인 조치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계속해서 지켜보겠다”라고 경고했다.
 
- 전염병처럼 퍼지는 정치인 장애인 차별발언, 이번에 반드시 끊어내야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전염병처럼 퍼져가는 정치인 비하와 차별발언을 이번에야말로 끊어내야 한다”라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설날까지 한 명 한 명씩 조직해서 인권위에 진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난번에 인권위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한 것을 노린 것이다. 
 
이어 “21일 민주당사 앞에서는 이해찬 대표에게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다”라면서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23일부터 서울역에서 정치인 장애인 비하 혐오 차별발언 퇴치서명운동을 할 것이다. 그때에도 당 대표가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차별 발언한 정치인 모두를 겨냥한 사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박현 활동가가 진정서를 제출하는 모습. 박 활동가 뒤로는 함께 연대하러 온 청년광장 학생들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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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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