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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1건당 10만 원에 묶인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문제는 실적이 아니다 ②
장애인 공공일자리로 제기되었지만 어느덧 보험 판매처럼…
등록일 [ 2020년01월23일 20시21분 ]

2019년 4월,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공공일자리로 장애인 동료지원가(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설요한 씨는 과도한 업무와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2019년 12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업 점검을 닷새 앞둔 때였다.

 

동료지원가 사업은 시행 전부터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실적 위주의 사업”이라며 장애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시범사업이 끝나가는 12월, 설요한의 죽음으로 사업의 비극적 민낯은 드러났다. 비마이너는 앞으로 두 번에 걸쳐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 주목받았던 동료지원가와 장애인 인식개선강사 사업을 점검하며, 장애계가 요구하는 ‘권리 중심의 일자리’에 대해 탐색한다. _ 편집자 주

 

① 장애인 동료지원가 설요한의 죽음, 그 후
② 강의 1건당 10만 원에 묶인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들’


지난해 12월,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식에 참석한 한 장애인이 “근조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지원”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 강사들은 인터넷 동영상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로 인정받으니, 대면강의를 들으려는 곳이 적을 수밖에 없죠. 강의 1건당 10만 원으로, 한 달에 10건을 해야 겨우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어요. 이마저도 채우기 힘들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전념해야 할 강사와 중개기관들이 실적 채우려고 시간과 돈을 들여 영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보험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장애인 인식개선강사 ㄱ 씨)

 

지난 2018년 5월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의무가 전체 사업주와 근로자로 확대되면서, 인식개선교육 강사가 장애인의 새로운 일자리 영역이 될 거라는 기대가 높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아래 공단)은 2019년 3월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지원 사업(아래 강사지원사업)’을 시작하여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까지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 활성화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인터넷 동영상도 의무 교육으로 인정받으니 대면교육에 대한 수요는 부족하고, 그 부족한 시장에서마저 중증장애인은 비장애인강사와 또다시 경쟁해야 한다.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 강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도입된 강사지원사업마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동영상·팸플릿과 경쟁해야 하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들

 

이른바 ‘직장 내 5대 법정 교육’인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퇴직연금교육 등은 모든 기업에서 1년에 한 번 이상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의 경우, 교육을 받지 않거나 교육에 대한 증빙서류를 3년간 보관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공단 관계자는 “사업주가 공단에 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보고하는 체계는 없다”면서 “다만 지도점검을 통해 50인 이상의 기업이나 고용장려금을 받는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태료 부과’라는 법적 조항이 있지만 사실상 지도점검 등이 꼼꼼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법정교육 지정 효과는 미미하다.

 

문제는 또 있다. 1~50인 미만인 소규모 기업에서는 동영상으로 교육을 받거나, 팸플릿 비치만 해도 인식개선교육으로 인정하고 있어, 기업체에서 굳이 대면교육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 강사 ㄱ 씨가 지적한 대로 모든 인식개선 강사들이 동영상, 팸플릿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인식개선교육은 비장애인 강사에 비해 장애인 강사가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강사 ㄴ 씨는 “프로필에 장애 유무가 기재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장애인 강사의 학력이나 경력 등이 화려해 장애인 강사보다 유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에서는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닐 경우에는 비교적 화려한 이력을 겸비한 비장애인 강사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단 홈페이지에는 공단 강사양성 과정을 수료하거나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기관을 통해 교육을 받은 강사 1700여 명의 프로필을 게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강사 개인이 자신의 학력, 경력, 소속 기관 등을 기재한다. 간단하게 연락처만 적힌 강사들도 다수 존재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의 강사찾기 페이지 캡처
 

공단은 장애인 강사와 비장애인 강사의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2019년 공단 강사양성과정을 수료하거나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기관을 통해서 교육을 받은 강사는 총 2,022명이다. 이 중 장애인 강사는 750명으로 37%를 차지하며, 여기서 ‘중증’장애인 강사는 445명(추정)으로 59.3%를 차지하고 있다. 공단은 전체 강사 선발에서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장애인들이 인식개선교육 강사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이 장애인들의 일자리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면교육이 활성화되고, 장애인 당사자 강의가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의 준비 시간, 이동시간 등 다 포함해서 ‘강의 1건=10만 원’

 

이러한 장애계의 지적에 공단은 대면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강사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강사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에서 인식개선교육을 받으면 공단이 강사비를 강사지원사업 기관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중·소규모 기업(1~300인 미만)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66곳(1월 22일 기준)이다.

 

그러나 강의비가 1시간당 1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인식개선교육을 안정적 일자리로 보기는 힘들다. 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한 ㄷ 기관 관계자는 “1시간 강의에 10만 원이라고 하면 언뜻 좋은 일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강의 준비 시간과 강의를 위한 이동시간,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사 식대까지 포함되니 사실상 매우 적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10만 원 전액이 강사에게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10만 원에는 기관 운영비도 포함된다. 공단의 ‘사업 수행기관 강사 운영 및 지원금 집행 가이드’에 따르면 ‘지원금은 강사 임금으로 80% 이상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관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1건당 10만 원으로 정해진 강사비에서 2만 원까지는 운영비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관 입장에서 보자면 강사비에 비례해 운영비가 결정되는 형식이다. 운영비에는 사회보험료, 활동여비, 홍보비, 교재비, 회의비, 업무 관리비, 관리직원 인건비 등 강사지원사업과 직접 연관된 항목이 포함된다.

 

지원금은 공단에서 분기별로 미리 받는데, 실적을 채우지 못한 기관은 후에 이를 반납해야 한다. 가령 지원금 5,000만 원을 받고, 목표했던 강의를 75%밖에 채우지 못했다면 1,250만 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처럼 강의 수는 운영비와 직결되기에 실적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한 기관과 강사에게 돌아간다. ㄷ 기관 관계자는 “사업비 반납을 줄이기 위해 강사와 기관은 보험 영업을 하는 것처럼 지인들에게 강의를 소개하고 유치해야 한다”며 “지난해에는 연초에 채우지 못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연말에 강의를 몰아서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강의비 10만 원은 강사지원사업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모든 장애인 강사의 강의비를 결정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강사지원사업 기관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강사 ㄹ 씨는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의비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비장애인 강사들은 20~30만 원의 강의비를 받는데, 장애인 강사들은 경력이 오래되더라도 ‘10만 원 강의’라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나 공단 관계자는 “사업비 책정과 운영 자체에는 문제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목표 강의를 채우지 못한 사업비 반환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다만 강의 1건당 10만 원 책정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데는 동의했다. 관계자는 “내외적으로 강의 1건당 10만 원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많아서 올해 예산에 20만 원까지 올린 예산안을 작성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사지원사업에 대한 올해 예산은 22억 5000만 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올해도 여전히 ‘1건당 10만 원’으로 물가인상률조차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강사지원사업에서 중증장애인 강사 교육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현재 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장애인 강사가 50% 이상(장애인 중 중증장애인 60% 비율) 교육을 시행해야 하고, 전체 강의의 30%를 중증장애인이 수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최초 지침에 ‘중증장애인 강사 50% 보유, 중증장애인 강의 비율 50% 이상’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공단 측에 확인한 결과, 올해도 강사지원사업의 운영 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도 기업 매칭을 위해 노력했지만 인식개선사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며 “그러나 대면교육을 받은 기업에서는 대면교육의 효용을 크게 느끼고 있는 만큼, 다양한 홍보를 통해 대면교육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고용노동청을 기습 점거했다.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박경석 대표. 사진 허현덕
 

-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차별없는 사회 위한 공공일자리로 국가가 보장해야”  

 

하지만 장애계는 공단이 주장한 것처럼 홍보와 자연스러운 대면교육 유도로는 현재의 인식개선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와 공단 등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중증장애인 강사의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공공기관, 교육기관(학교 등), 고용장려금 수령 사업체에 대한 대면교육 의무화와 협업강사 개념 법제화를 고용노동부와 공단에 제안했다.

 

특히 대면교육 의무화를 위해 전장연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아래 장애인고용법)과 같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잇따른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언급하며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은 국회의원도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대표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짝을 이루어 강의하는 협업강사 개념을 장애인고용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강사지원사업의 지침에만 명시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협업강사는 중증장애인 강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반드시 법으로 정해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중증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는 중증장애인이 당사자로 직접 나섬으로써 그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노동을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하고 있어요. 그 권리와 의무를 장애인이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말하고 있고요. 장애인의 권리는 돈 버는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져야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통해서만 풀 수 있어요.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은 그러한 일에 장애인이 앞장서겠다는 거예요. 이러한 차원에서 ‘지역사회 변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장애인 노동권을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장애인 공공일자리로 인식개선교육 직무가 중요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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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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