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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에서 소수자 감수성 구조화하는 데 ‘내가 적임자’
4·15 총선 정의당 장애인 비례대표 예비후보 점검 인터뷰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등록일 [ 2020년02월15일 17시38분 ]

4·15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장애인 비례대표 경선이 치열하다. 이번 경선에 출마 선언을 한 예비후보는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장, 이영석 정의당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박종균·이영석 후보는 정의당에서 토대를 닦아온 인물인 반면, 배복주 후보는 외부 영입 인재로 셋 중 유일한 장애여성이다.

 

당내 비례대표 경선 최종 후보만이 4·15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 나갈 수 있다. 정의당은 장애인 후보에게 여성의 경우 7·17번, 남성의 경우 8·18번을 배정할 예정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앞서 비마이너는 후보 검증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비마이너는 개인별 질문과 함께 공통질문으로 △장애인 노동권 △탈시설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정치인 장애인 비하 발언 대책 △주요 법안 △나의 강점에 대해 질의한다. 현재 모든 예비후보들이 지체장애인인 점을 고려해 다른 장애유형에 대한 정책 입장도 물었다.

 

①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②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장
③ 이영석
정의당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비마이너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박승원
 

배복주는 자신이 걷는 모습을 남들이 보는 게 싫었다. 세 살에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다리를 절며 걷는다. 요즘은 걷는 게 점점 더 힘들어져 휠체어 타는 시간이 조금 더 늘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예쁘게 걷고 싶었던 그는 “돌아가는 다리가 원망스럽고 걷고 싶지도 않던” 시기를 거쳐 성인이 되었다. 장애인이고 여성인 그는 남성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자신이 “차별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대학 진학 후 장애인 동아리를 하면서부터다. 장애인 차별 문제를 깨닫고,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연결로 사회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그러다 장애여성 선배들이 겪는 성차별 문제를 보며 자극받고, 장애여성으로서 자기 몸에 매겨지는 사회적 등급이 분명해졌을 때 각성했다. 그리고 98년, 장애여성공감(아래 공감)을 창립했다. 그의 나이 만 스물여섯 살이었다.
 
공감은 젠더와 장애가 교차되는 ‘장애가 있는 여성’이 겪는 차별과 배제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진보적 담론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단체다. 공감의 역사가 장애여성운동의 역사라면, 배복주는 그 역사의 주요한 축을 형성한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이기도 한 그는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운동에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안희정·이윤택 등의 성폭력사건공대위에서도 앞장서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최근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경선에 출마 선언을 했다. 정의당 입당식 다음 날인 11일, 대학로에서 그를 만났다. 장애여성운동의 제도화를 끊임없이 경계했던 그가 제도정치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두 시간 동안 특유의 유쾌함과 유머러스함을 유지하면서도, 치열한 현장에서 다져진 견고한 언어를 촘촘히 내뱉었다. 그는 이제 사람들 앞에서 앞장서 걷는 게 자연스럽다.

 

# 정상성이 만든 제도와 법,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맞지 않는 옷’

 

- 대표로 있던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운동의 제도화를 경계하며 운동과 법·제도 사이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단체이다. 어떠한 이유로 국회의원이 되기로 결심하였나.

 

제도와 법을 어떤 감각과 감수성, 인식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데, 우리사회 제도와 법은 ‘정상성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냈다.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안 맞는 옷’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불화하고 제도를 비판할 수밖에 없다.

 

사실 차별금지법, 미투운동으로 말하는 강간죄 문제, 탈시설과 관련한 거주시설폐쇄법, 이런 것들은 기존 질서와 제도에 반하고 사회적 토론이 많이 안 된 과제들이다. 이런 과제를 가지고 국회에 가면 굉장한 충돌과 저항이 있겠지만, 그 안에서 불화하면서 소수자 정치를 해보는 것도 조금 흥분되는 지점이다. 비정상의 경험을 가진 내가 정상 범주가 만들어놓은 제도 안에서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 나에게도 도전이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기존 질서에 순응하며 ‘이미지 정치’에 진입한다면 나의 행보와 배치될 것이다. 그런데 제도와 법의 시각이 정상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고 권력 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의 장애와 다양한 연대의 경험들로 약간의 균열을 낼 수 있다면 진보 정치의 발전이기도 하지 않을까.

 

- 그 제도 안으로 진입하는 통로로 정의당을 택했다. 이유는?

 

정의당은 거대 양당보다는 노선적으로 진보정치를 지향한다. 당론으로는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내겠다’고 했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끈 곳이 정의당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지역구 체제를 넘어서서 다양한 의제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비례대표에 많이 포진시킨다면, 정의당을 조금 더 역동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비례대표가 가져온 과제가 정의당의 지향, 가치, 중심과제가 된다면 누구나 ‘정의당에서 내 문제가 다뤄진다’는 인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즉, 진보에 대한 지향,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성을 갖고 토론할 수 있는 정당, 선거를 통한 확장 가능성, 이 세 가지를 봤다. 진보적 색채를 가진 다른 소수 정당도 있지만 포용성과 확장성에 있어서는 정의당이 더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다.

 

# “이미지 정치 거부… 나의 경험과 감각이 아주 진지하게 활용되길”

 

- 10일 입당식에서 “이미지 정치에 활용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장애여성 비례로 추천했어요’라고 상징화되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거다. 구색 맞추기의 일원으로 오케이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나를 전시하거나 소비해서는 안 된다. 나의 경험과 감각이 아주 진지하게 활용되길 바란다.

 

국회에는 ‘자기 정체성만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경험을 넘어서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활동했으며, 그 과정에서 내게 과제가 생겼고, 그 과제가 장애여성운동이나 소수자운동의 요구로 나타났다. 그게 내 포지션이었다. 나에게는 많은 소수자들의 삶이 나의 감각으로, 경험으로, 머리와 마음에 있다. 나는 이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역동적인 정치인이 되어야 하고, 내 의견이 무언가를 만드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길 원한다.
 
정의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에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인은 꽃처럼 전시된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변화를 추진하고 발언권을 가진 주체로서 평등하게 토론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국회에 간다면, 장애 감수성이 충분히 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가야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정의당이 ‘판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내실 있게 판을 바꾸고 싶다면 나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청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만약 당선된다면, 진보정당에서 장애여성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18대 국회 고 곽정숙(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 공천) 의원 이후로 처음이다. 장애여성으로서 현재 정치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남성 비장애인 중심, 법조인 출신, 높은 학력, 엘리트라고 말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들 목소리가 국민의 대표 기구 안에 주류화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을 사람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휠체어 탄 장애여성이 민주당 대변인으로 브리핑하는 걸 기자들이 받아 적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상상이 잘 안 되지 않나. 그렇게 상상되지 않게 하는 게 지금의 정치다. 그런 게 상상되어야만 바뀐다.

 

지금 정치권은 누굴 위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거대 양당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싸우나? 그 질문의 답을 잘못 찾겠더라. 미투운동이나 탈시설운동, 비정규직 문제가 산재해있는데.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제발, 국회에서 우리의 치열한 현장 투쟁이 입법 근처까지 만이라도 갈 수 있게 누군가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힘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너무 필요해. 장애인 투쟁은 맨날 무시당하고 천대받고 아무도 안 들어주는 국회의원회관 돌면서… 그러니깐 언니가 가서 좀 해줘.” (침묵)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차별 현장에 노출된 이들의 목소리는 왜 이렇게 하찮게 치부되는가. 인권은 타협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은 규범이고 기준이다. 제도와 법을 만들어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게 국가다. 사회적으로 어떤 조직이 반대한다고 그 인권은 침해돼도 되는 게 아니다.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제도와 법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들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 입당식에서 “우리시대의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인권의 가치 실현”이라고 했다. 이와 닿아 있는 건가.

 

맞다. 인권감수성이란 단지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게 아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거다. 불평등한 구조와 혐오의 문화,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정책들을 자꾸 찾아내서 바꿔 나가야 한다.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여 년간 장애여성운동 현장에서 반성폭력 문제에 주력해왔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이기도 한 그는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운동에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안희정·이윤택 등의 성폭력사건공대위에서도 앞장서 활동했다. 사진 박승원
 

# 주요 법안 : 차별금지법·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강간죄·낙태죄 개정 

 

- 지금까지 해온 운동과 연계해서 만들고 싶은 법안이 있는가.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낸다고 했는데 당연히 함께하겠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차별금지법’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탈시설, 발달장애, 장애여성이 주목되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탈시설은 장애인시설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수용 정책의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거주시설인데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권리보장법에서 발달장애인이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권리로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목해야 한다. 성폭력 상담에서 발달장애인을 만나며 느낀, 내 마음의 원통함이 있다. 왜 이렇게 취급받아야 하지? 안전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통제당하고, 뭐랄까……(긴 침묵)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없다. 주변인들이 통제하는 이유를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괴롭히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통제하며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렇다면 그 사회문화를 바꿔야 한다.

 

장애여성의 경우엔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장애여성은 장애 안에서도 여성이기에 성차별을 받는다. 많은 장애여성이 젠더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재생산권, 몸에 대한 권리가 많이 침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낙태죄 폐지 이후에는 어떤 여성도 자기결정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국가가 정보를 제공하여 결정권을 행사하게 교육해야 하는데, 이걸 권리보장법 안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세 번째는 미투운동 이후로 제기된 ‘권력형 성폭력’ 문제다. 조직 내에서 많은 여성이 하급직에 있고 남성이 의사결정 주체로 있다. 그 안에서 많은 여성이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고, 오래전부터 피해 입은 사람들이 ‘나도 당했다’는 게 미투운동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철저한 성차별적 조직 문화가 만들어낸 거다. 여기서 ‘입법부는 어떻게 법을 정비할 것인지’가 바로 국회에 던진 과제였다. 그중 하나가 “강간죄가 폭행·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의 동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비동의간음)’가 범죄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로서 입법화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장애가 있거나 의사소통이 힘든 이주여성, 고용 관계에서 어떤 말도 못 할 만큼 하급직에 있는 계약직, 불완전한 고용 상태에 있는 사람들, 이들은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집단들의 동의력까지 고민하는 강간죄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이 낙태죄 개정이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이기도 한 배복주 위원장은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운동에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안희정·이윤택 등의 성폭력사건공대위에서도 앞장서 활동했다. “안희정은 유죄다” 피켓을 들고 있는 배복주 위원장. 사진제공 배복주
 

-  지난해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서 모자보건법 14조와 28조 등이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개념이 또 한 번 쟁점이 될 수 있다. 낙태죄를 둘러싼 재생산권리에서 장애는 어떻게 검토되어야 하는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장애여성, 청소년처럼 이 사회에서 의사결정이 미약하다고 판단되는 집단의 여성이 배제되지 않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다. 낳고 싶다면 낳을 수 있어야 하고 낙태하고 싶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장애여성이 어떤 정보와 교육을 통해서 판단하는가가 중요하다. 여성계에선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자고 하는데 여기서 맹점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이다. 지적·발달장애 그룹처럼 판단이 힘든 그룹이 있다. 이 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견고하게 고민해야 한다.

 

즉, 내가 낙태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을 때 그걸 국가나 타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게 핵심이고, 그 결정을 할 때 어떤 장벽이 있는가, 이 장벽 요소들을 ‘장애’라는 말로 다 포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성폭력특별법처럼 몇 가지 법에서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거나 제한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장애로 포섭한다. 대체 법안이 모자보건법을 통해서 실현될지 별도법이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그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 장애인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폐지하고, ‘고용의 선택지’ 많아져야  

 

- 작년 7월 1일 장애등급제 폐지가 시행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에 따른 이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등급제 폐지 투쟁은 너무 훌륭했다. 광화문 5년의 농성을 통해 만들어낸 거였다. 그 투쟁에 함께 참여한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

 

등급제 폐지를 핵심적으로 주장한 이유는 등급 안에 들어가야만 서비스받을 수 있는 구조의 문제와 사람에게 등급 매기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두 가지 문제를 해소했는가, 하면 그건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경증 2단계로 폐지되어서 제도적으로 아주 큰 변화는 없다. 향후에는 필요한 개인별 서비스를 선택해서 받고, 지역사회에서 그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쓸 수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권리보장법을 통해서 디테일하게 보완해야 한다. 누구도 등급제 폐지로 손해 보지 않아야 한다.

 

- 장애 문제는 빈곤 문제와도 긴밀히 닿아있다. 소득 보장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이건 한국의 가족 제도, 가족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일차적 책임을 가족에게 매기고 ‘가족이 못하면 국가가 책임질게’ 이런 방식이다.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책임 주체를 국가로 본다면, 개인의 빈곤 문제는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생계와 정서적 지지, 돌봄, 이 모든 걸 가족책임제로 해놨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좋은 점은 자원봉사자와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게 안 되는 이유가 세금 많이 들기 때문인데 반대를 잘 설득해나가는 것, 그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

 

- 장애인 빈곤과 관련해 노동문제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노동 불가능한 존재로 낙인찍혀 최저임금법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현재는 ‘정상 속도에 맞지 않는’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가가 기업에 보조해줘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최저임금은 당연히 줘야 한다. 문화예술 등 고용 형태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도 있다. 결론은 고용의 선택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거다.

 

- 지난해 설요한 장애인 동료지원가의 사망으로 장애계에서는 ‘공공일자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계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용노동부의 ‘동료지원가’는 좋은 아이템인데 과로해서 실적 높여야 하는 방식은 문제다. 장애인, 노령자처럼 우리 사회 평균 속도에 맞춘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마구잡이식으로 생산과 실적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제도는 소통해야 한다.

 

장애여성공감에서도 7~8년 전에 예비 사회적 기업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수익 창출이 중요했다. 그러나 비장애인들과 비교해 봤을 때 장애인이 한 열 배는 느린데 사회도, 정책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장애인 노동의 핵심은 다른 속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 기다려주니 망한다. 다른 속도에 대한 감각이 없다.

 

인터뷰 도중 두 손을 꽉 움켜쥔 배복주 위원장. 사진 박승원
 

# 소수자들과의 연대 경험에 더해 인권위 활동으로 다양한 인권 문제 고민  

 

- 21대 총선에서 현재 장애인 비례대표로 뽑힌 사람은 장애유형으로 보자면 ‘지체장애인’이다.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한다.

 

‘서로 얼마나 준비했느냐’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일단 국회는 휠체어 탄 장애인이 아닌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국회의원으로, 함께 동등한 파트너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는 사실 지체장애인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질문의 핵심은 의사소통이다. 국회는 의사소통을 굉장히 많이 하는 집단인데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의사소통의 제한성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금 국회가 준비되어 있는가. 이것이 일차적으로 문제제기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유형을 막론하고 정치 역량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 장애인 그룹 안에서 준비해야 한다. 이는 장애인 정치 세력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런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답을 찾아 나가는 게 필요하지, ‘왜 지체장애인만 선택돼?’ 단순히 이렇게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

 

-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지난해부터 문제시되고 있으며, 장애인들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 퇴치와 관련해 당내에서 어떠한 활동 계획이 있는가.

 

정의당에서 2018년에 당직자 대상으로 장애평등교육을 했다. 고 노회찬 대표님이 장애여성공감 후원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대표님이 돌아가신 후 당내 장애평등교육 요청이 들어 왔다. 노 대표님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고 싶어 교육을 수락했는데, 한 달에 한두 번씩 토요일마다 전국을 돌면서 하는 교육이었다. 무척 힘들었지만 덕분에 그때 당원들을 만났다. 정의당 내에서는 장애평등교육과 성평등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구조화된 기본 시스템이 있으니, 내용이나 감수성적인 부분을 잘 만들어나가는 데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장애비하발언은 인권위에서도 다루었던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권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비하 발언의 요소를 따져보면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인식의 한계가 있다. 주류 중심, 비장애인 남성 중심의 문화 안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는 전혀 노력하지 않았던 거다. 그들은 비하라고 생각 못 할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적 약속, 기준들은 최소한의 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사람들은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많이 바뀔 것으로 생각하나, 사회의 성숙한 토론 문화가 시작되는 최소한의 출발점일 뿐이다.

 

- 총선 전에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임해야 한다. 배복주의 강점, 매력은 무엇인가.

 

장애여성으로서 다양한 소수자들과 연대한 경험이 있다. 인권위에 진정된 다양한 영역의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를 심의했다. 노동, 병력, 국가폭력 등 잘 몰랐던 부분들도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두루두루 알게 되었다. ‘심석희 미투’ 이후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 혁신위원회 분야에서도 활동했다. 배복주는 ‘장애여성 문제 말고는 모를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두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분야의 경험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플러스로 약간의 유머도 있어서 이야기하기에 편하다. 맛있는 것도 좋아한다.(웃음) 저로 인해 정의당이 확장되었으면 한다. 당원분들과 시민선거인단이 많이 참여해서 저를 찍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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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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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이 오고, 세월호 6주기가 다가온다. 코로나바이러...

가족이 ‘장애인의 탈시설’을 반대하는...
농인이 왜 음성언어로 말해야 하는가?
텔레그램 성착취방 ‘신상공개 요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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