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10월21일wed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복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부양의무 ‘폐지’ 소식에 탈시설했더니 ‘수급 탈락’, 이게 웬 날벼락?
38년 만에 탈시설했는데, 알고 보니 ‘폐지’ 아닌 ‘완화’ 
이의신청했더니 ‘부모에게 부양비 받아서 주겠다’는 구청
등록일 [ 2020년02월18일 16시04분 ]

지난해 12월, 38년 만에 탈시설한 김현수 씨(45)가 자신이 거주 중인 장안동 지원주택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10년 전, 탈시설을 준비할 때) 부모님이 저보고 시설에 가만히 있으라면서 못 나가게 막았어요. 나가봤자 능력이 안 돼서 사회에 도움도 안 된다고요. 더군다나 제가 시설에 입소할 때 부모님이 2천만 원씩이나 냈는데 나가면 어떻게 하냐면서요. 저는 자립해서 스스로 살아가려고 했는데… 올해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고 해서 겨우 탈시설했는데, 수급이 끊겨 너무 막막합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8년 동안 시설에서 살다 탈시설한 중증 뇌병변장애인 김현수 씨(45)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탈락했다는 소식이었다. 분명 보건복지부는 작년 하반기, 중증장애인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있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증장애인인 김현수 씨는 탈락했다. 어떻게 된 걸까?

 

부모 반대로 10년 전 좌절된 탈시설, ‘폐지’ 소식에 겨우 나왔더니 ‘수급 탈락’ 

 

김현수 씨는 월 411시간 활동지원을 받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이다. 그는 7살의 어린 나이에 삼육재활원에 처음 입소한 뒤, 45살인 지금까지 38년 동안 시설에서 살았다. 15살이 되자, 삼육재활원에서는 나이 제한을 이유로 김 씨를 지금의 프리웰 산하 ‘향유의 집’으로 옮겼다. 최근 탈시설 하기 전 4년 동안에는 체험홈에서 지냈다. 그는 시설에서 생활했을 때에도 수급(시설수급)을 받았다. 물론 김 씨의 수급 중 생계급여는 시설로 들어가 김 씨의 손에는 장애인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2009년 ‘마로니에 8인’과 탈시설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연락이 끊겼던 부모의 반대로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김 씨의 부모가 시설로 찾아와 탈시설을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 12월, 마침내 김 씨는 탈시설해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이번에 김 씨가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동기는 보건복지부가 중증장애인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탈시설의 꿈은 현재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시설에서 나온 뒤 수급을 신청했는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이 탈락한 것이다.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되었다. 연락 한 번 안 하고 사는 부모의 재산이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렸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중증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폐지했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조건이 많았다. 사실상 완전한 폐지가 아니라 ‘완화’였으며, 이조차 생계급여에만 해당했다. 부양의무자의 실제 소득이 월 834만 원 이하이면서 재산가액 합산이 9억 원 이하인 경우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만일 두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즉, 월 소득은 없지만 집을 포함한 재산가액 합산이 9억 원을 초과한다면 부양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김 씨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기준에 걸려 생계급여에서 탈락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은 의료급여에서마저 탈락했다. 물론 시설에서 평생을 살던 김 씨가 탈시설을 하기 전까지 연락 한번 안 하는 가족의 재산 기준을 미리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즉, 시설에서 나온 중증장애인이 수급신청을 할 때는 연락이 끊긴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완화된 기준에 맞아떨어지기를 마냥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현수 씨가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와 함께 장안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수급 탈락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지방생활보장위원회는 ‘심의 기관’일 뿐, 사각지대 해소 방안 될 수 없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 씨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지방생활보장위원회(아래 지생보)를 통해 보장 필요성을 검토받아야 했다. 그러나 김 씨는 관할 주민센터로부터 이러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게다가 수급 신청 과정에서 주민센터가 김 씨에게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필수서류라고 요구한 까닭에 김 씨는 주변인을 통해 어렵사리 동의서를 얻어왔는데, 오히려 이로 인해 부양의무자와의 관계를 ‘해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명 난 상태다. 

 

김 씨는 현재 탈시설 과정에서 만난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수급 탈락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다. 기초생활보장법과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르면 급여의 신청·변경·중지 처분에 대해 수급권자 및 수급 신청자는 결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구두나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씨가 주민센터에 방문했을 때에는 이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만일 김 씨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주민센터의 방관으로 이의신청 기간을 놓쳤을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증장애인이 연락이 끊긴 부양의무자의 재산 규모를 알지도 못한 채 탈시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담당자와 보장기관(주민센터·구청)이 판단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또한 주민센터가 지생보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지생보에 대해 3월 중순 이후 새로 들어오는 시군구 및 보장기관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작년 한 해 동안 11만 9천여 명이 지생보를 통해 구제받았으며 전국 지자체에 계속해서 지생보 심의를 의무화하도록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씨의 이의제기를 지원하고 있는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 활동가는 “복지부는 ‘지생보의 활성화’를 엄청난 성과처럼 이야기하지만, 지생보는 단순히 수급권의 보장 여부 및 보장비용 징수 문제를 심의하는 기구이다. 100만에 가까운 사각지대를 방치하면서 복지부가 단지 심의만 하는 지생보의 활성화를 말하는 건 자화자찬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수 씨가 수급탈락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동대문구에서 건넨 ‘가족관계 해체 사유서’ 양식. 해당 양식에는 ‘부양기피 사유가 타당하지 않을 경우, 생활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부양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보장비용 징수 결정을 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예/아니오’라는 내용의 단서조항이 있다. 사진제공 김현수
 

부양의무 폐지한다면서 여전히 ‘가족이 책임져야’, 그 결과는 ‘보장비용 징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족부양 우선’을 주요 원칙으로 삼는다. 따라서 부양가족이 부양을 기피하는 경우, 부양가족에게 세금 형태로 부양 비용을 징수한다. 

 

김 씨가 가족 관계 해체를 주장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동대문구는 ‘가족관계 해체 사유서’를 그에게 건넸다. 해당 양식에는 부양의무자의 부양기피 사유가 타당하지 않을 시, 불이행자에 대한 보장비용 징수결정에 동의하는지 묻는 단서조항이 있었다. 김 씨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자신의 수급비를 가족에게 징수한다는 사실에 당황해했다. 그러나 단서조항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의제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정 활동가는 “실제 부양비 징수는 지생보에서 결정하는 사안임에도 지자체는 수급 청구자가 부양비 징수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급을 포기하게끔 종용하고, 지생보 심의에도 올리지 않는다”라며 “부양비 징수는 절차적으로 ‘선보장·후징수’이지만 실제로는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비를 받아다가 드립니다’와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보장비용 징수에 관해서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의 완화된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따지면 이들은 상위 10%인데, 고소득자 부양의무자에 대한 징수는 당연하다. 이건희만큼의 재력가가 부양을 기피한다면 당연히 징수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당장 내가 살 수가 없을 만큼 생계가 빈곤하다면 국가가 수급비를 완전히 보장해주는 게 맞다”고 반박한다. ‘부양의무자가 이건희만큼의 재력가여도’ 당사자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가난하다면 그에 대한 빈곤은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유한 이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서 보편적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은 시민사회계의 오래된 주장이다. 

   

서 변호사는 “현재 복지부의 주장은 수급을 권리가 아닌 시혜로 보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사인(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 간의 연을 끊게 만드는 비인간적 제도”라면서 “수급비를 가족에게 청구한다면 수급자는 심적 부담으로 인해 수급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그는 “최근 유엔사회권위원회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라고 권고했다”면서 “현 제도는 유엔 규범에도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최근 동대문구에서는 김 씨에게 2월부터 수급을 재개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생보를 통해 부양의무자에게 보장비용 징수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제 김 씨는 2월 말에 열릴 지생보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김 씨는 수급을 받게 되었지만, 결정을 기다리는 그의 마음은 착잡하다. 

 

“70세가 넘은 부모에게 부양의무가 있다고 해서 (보장비용을) 징수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시설에 있을 때는 징수하지는 않았는데 인제 와서 부양의무자한테 징수하는 건 한 가정에 불화만 일으키는 것밖에는 없어요. 그저 낳은 정밖에 없는데 그마저 끊어버리는 정부가 무서워요.”

올려 1 내려 0
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대폭 완화… 의료급여에서는?
박능후 장관 “부양의무자 기준, 2년 내로 완전 폐지하겠다”
“가족 말고, 나를 보라” 부양의무제 폐지 특별예산 편성 촉구
부양의무자 기준은 완전 폐지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힘으로
박능후 장관 “부양의무자 폐지” 공언에 시민사회 ‘말뿐인 선언, 지겨워’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공약 이행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 돌입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프린트하기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댓글, 욕설과 혐오를 담은 댓글, 광고 등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으니 댓글 작성 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부, 코로나19로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휴관 권고 (2020-02-27 20:58:38)
서울시, ‘뇌병변장애인 마스터플랜’ 세부 내용 밝혀 (2020-02-11 16: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