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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신병동 사망자, 그들을 위한 진혼곡
청도 대남병원 정신장애인들의 죽음을 기억하며
폐쇄병동에서 시작되는 우리의 정체성, 사회적 소수자로서 우리의 연대
등록일 [ 2020년02월23일 13시46분 ]

청도 대남병원 ⓒ뉴스민

그의 시야는 어두웠을 것이다. 고열을 앓으며 그는 누구의 이름을 불렀을까. 지난 19일 돌아가신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의 이름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첫 사망자. 정신병동에 20년 가까이 유폐된 63세 그의 가슴에 끝내 남아 있던 사람의 온기는 누구의 것이었을지. 안티카의 활동가 왈왈은 사건 초기부터 텔레그램에 그의 소식을 전했다.


처음에 ‘안타깝다’는 몇 마디 말로 시작된 이야기는 시를 쓰고, 기도문을 적고, 성명서를 내자는 데까지 의견이 모였다. 처음에는 관망하던 사람들도 하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알지도 못하는 이와의 연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왜 가슴이 아팠던 것일까. 한 번도 폐쇄병동에 갇혀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곳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유령처럼 지워진 존재가 되어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이 결국 삶이 사라지는 ‘치료’라는 이름의 ‘격리’와 ‘감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혹은 들어봤다 하더라도 그저 남의 일이라 심상히 지나쳤거나 막연히 두려워했을 것이다.


사실 폐쇄병동이란 곳에서부터 우리의 정체성은 시작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은 이를 깨닫지 못한다. 약만 잘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의료 모델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정신장애인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각하지 못한 채로 모든 차별과 배제를 겪다가 무연고자가 되어 폐쇄병동에 갇혀도 자신의 일생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 이것은 정신장애를 개별화하여 고립시킨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폐쇄병동에서 나와서도 우리에게 사회는 여전히 폐쇄병동이다. 일할 곳이 아예 없거나, 직장에서의 진급은 생각지도 못하는 저임금 노동을 하거나, 차별적인 시선에 노출되어 이상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인간관계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야 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마저 쓸모없는 존재이거나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냉대 속에 일생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소수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함께 분노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안티카라는 단체에서 함께 연극을 하고, 회의를 하고, 영상을 찍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질문해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를 긍정해 보았으며 타자의 존재를 긍정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수 있기까지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소수자들을 환대하는 장소.

 

안티카의 팟캐스트 ‘안티카 프로젝트’에서 재규어님은 드라마 ‘야인시대’의 주제가를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노래로 꼽았다.

 

기다리지 않는 세월/ 등 뒤로 하면서/ 달려온 이곳/ 외로운 도시를 나는 끌어안았지/ 사랑도 명예도 중요하지 않아/ 미래와 소망을 위한 세상이 내겐 필요해/ 나는 야인이 될 거야/ 어두운 세상 헤쳐가며/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 않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려 하네

 

50대의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맑은 영혼을 지니신 재규어님은 장애로 인해 학교 때 놀림과 폭력의 대상이 되었지만 자신이 막상 힘을 쓸 수 있는 자리에서는 한 번도 누군가를 때려 본 일이 없는 분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야인시대’이며 즐겨 부르는 노래도 이 드라마의 OST이다. 이 노래에는 부조리한 세상을 끌어안으려는 용기와 그런 세상에서 소망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보인다. 모두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베스트 힐링노래인 재규어님의 ‘야인시대’는 아마도 재규어님의 삶과 삶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단원들에게 더 저린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사회는 분노에 차 있고 위험한 존재로 곧잘 정신장애인을 소환하곤 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신장애인이 그렇게 나쁘고 해로운 존재라면 지금 이곳에서 정신장애인들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유대와 소통을 어떻게 설명해 낼 것이냐고 말이다. 각자 위치한 곳이 달라도 이곳에 존재하는 우정과 이해와 협동, 새로운 창조성을 무엇이라 말하겠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왜 가슴이 아팠던 것일까. 폐쇄병동에서 스무 해를 넘게 지내야 하는 삶의 환멸과 무기력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끝내 죽어서야 사회로 나올 수 있었던 그 삶에 대해, 가슴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모였을 때 우리의 힘을 서로가 확인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희망의 싹을 보았기에 속수무책이었던 그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웠을 것이다.


사회적 재난은 그동안 가시화되지 않던 사회의 구조를 여실히 드러낸다.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시스템을 말이다. 최초의 사망자 두 분과 네 번째 사망자가 같은 병원에서 생활 중이던 정신장애인이었다는 것에 사회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는 이유로 왜 그들이 죽어야 했는지에 끝내 침묵할지 모른다. 증상을 보이던 폐쇄병동의 정신장애인들을 열흘 가까이 방치해 두었을 때처럼 말이다. (KBS뉴스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 대부분 확진…‘코호트 격리’ 돌입」)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는 총 111명이며 이 중 100명이 정신병동 환자이다. 청도 대남병원 코호트 격리 돌입을 알리는 2월 22일 KBS 뉴스 영상 캡처.
 

그러나 우리는 세 분의 죽음을 추모하며 우리와 슬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을 부르고 싶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실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을 부르고 싶다. 자신이 놓인 주류적인 입장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이가 아니라 소외되어 있는 타자가 되어 보는 자리에 서 보았던 이들을 부르고 싶다. 우리의 연대로 당신의 자리와 우리의 자리가 서로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놀라운 화음을 들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주류 사회는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있는 것은 ‘이상’ 심리학이거나 ‘임상’ 심리학이라는 지극히 의료화된 시선이 주조해 낸 언어뿐이다. 그러나 삶의 자리에서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예술가이다. 순간순간의 억압과 차별을 해방과 평등의 관계로 되돌리는 ‘상처 입은 치유자’이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의 존재에 새로운 언어를 주는 시인이며 우리를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권력에 대항하는 활동가이다.


우리는 지난 삶에서 따듯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본다. 그 순간들에는 늘 사람이 있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추억이 있다. 결코 우리의 마음 같지 않은 사회 속에서 상처 입고 아파하면서 우리는 노래를 불렀고 어깨를 둘렀다. 그러면서 이 부조리한 세계를 견디고 바꿔나갔다.

 

우리는 이름 없는 사망자분들의 이력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안티카 슐라) 하지만 그 죽음이 비인간적인 제도가 만들어 낸 ‘폐쇄병동’의 문제에 있지 않고 ‘폐쇄적인 병원의 건물 구조’ 때문이었다고 보도하는 언론(채널 A「대남병원, 감염 취약한 폐쇄 구조…옆 시설 전파 가능성」, 안티카 바이올렛 제이)에는 그저 분노할 뿐이다.


우리는 이 싸움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사망자분이 마지막에 떠올릴 수 있을 가장 따듯한 기억으로 우리들이 남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손쓸 여력도 없이 사망자분은 돌아가셨지만 뒤늦은 애도라도 부끄럽지 않게 보내드리고 싶다.


우리는 열사를 기린다. 그 죽음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재정의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죽음이었지만 우리는 결코 이 죽음이 이름 없는 것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신장애인 모두의 피 묻은 역사이며 우리가 바꾸어 가야 할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 연대하고 더 따듯한 우정과 기쁨을 창조해냄으로써 이 슬픔을 이겨낼 것이다. 우리의 삶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창조해 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출발선에 서 있다.

 

기자의 리포트에 숨이 답답해졌다. “이곳은 사방이 막혀있습니다. 창문은 철망으로 둘려 쌓여있고 방문자는 제한적입니다. 사망한 A씨는 무연고자입니다.”
당면한 문제가 코로나19이지만 너무나 처절했을 그의 삶이 느껴진다. 수많은 정신장애인의 아픔을 느낀다. 정신장애인인 것이 무슨 죄이길래 사방을 막고 철망을 쌓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고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고 죽어야 자유로워지는 것인가?
당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아마 그 안에서의 20년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티카 3기 창작단원 정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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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 정신장애인문화예술단체 안티카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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