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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이유가 ‘흡연’ 때문이라고?
[비평] “코로나19 확산지는 대남병원 흡연실”이라는 프레시안
집단감염 핵심은 폐쇄병동 장기입원, 문제의 프레임 바꾸는 언론보도
등록일 [ 2020년02월26일 17시12분 ]

23일 프레시안 최일권 기자의 “[단독] “청도發 코로나19 확산지는 대남병원 흡연실”...사망자 4명 중 3명이 대남병원 관련자“ 기사 화면 캡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방식과 소문이 전파되는 방식은 같다. 'viral'이 ‘바이러스의’와 ‘입소문’을 동시에 뜻하는 까닭이다. 전염병에 대한 진실은 소문이 그런 것처럼 불합리한 군중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알베르트 카뮈의 ‘페스트’가 말하듯 전염병이 창궐하면 인간에 대한 본질 규정들은 무너지고 대신 불안에 떠는 인간 실존의 알몸이 드러난다. 타인은 지옥이 되고, 어찌할 수 없는 대중공포는 적을 찾듯 분출 대상을 찾아 헤맨다.

 

잡힐 것 같던 코로나19가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과 청도 대남병원 입원자 연쇄 사망으로 파국의 형상으로 부활했다. 26일 기준 확진자 1146명 중 상당수가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이고, 114명이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다. 특히 코로나19 사망자 12명 중 7명이 대남병원 폐쇄병동 장기입원자다. 신천지는 ‘비밀 사교(邪敎) 집단’의 성격 때문에 전염 초기 중국인을 향했던 대중 혐오의 타겟이 되었다. 한편, 대남병원 5층 폐쇄 정신병동 수용자 102명 중 101명이 100%에 육박하는 확률로 감염되고, 우한보다 높은 7%의 치사율로 죽어가는 것에 대중과 언론은 어떤 반응일까?

 

지난 19일 코로나19 관련 첫 번째 사망자로 대남병원 폐쇄병동 수용자 63세 남성의 소식이 전해지고, 연이어 21일 55세 여성 수용자가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대남병원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했다. 22일 대남병원에서 확진자 107명이 나왔고, 코호트 격리조치가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때부터 대남병원이 어떤 곳이며 집단 감염, 연쇄 사망의 이유는 무엇인지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질병관리본부는 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이 다인실에 폐쇄된 형태라는 구조적 특성상 오랜 기간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은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실상 대신 최초 감염자 찾기에 몰두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언론보도 형태는 전염병에 취약한 폐쇄병동에 대한 관심보다 감염자 색출에 쏠린 군중심리에 부응한 것이었다.

 

23일 프레시안 최일권 기자의 “[단독] “청도發 코로나19 확산지는 대남병원 흡연실”...사망자 4명 중 3명이 대남병원 관련자” 기사는 특히나 문제적이다. 기사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1·2·4번째 사망자가 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를 전하면서 대남병원 흡연실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유발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병원은 주차장 내 매점 옆에 흡연실 부스를 설치해 놓았는데, 이 흡연실 부스 안에서 정신병동 환자와 요양병원 환자, 외부인들이 함께 흡연을 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질병관리본부는 정신병동이 다인실에 폐쇄된 형태라는 구조적 특성상 오랜 기간 우한 코로나에 반복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는 흡연실에서 노출, 확산된 것이 틀림없다”는 제보자 A씨의 말을 직접 인용하며 집단 감염의 원인이 ‘흡연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4일, 대남병원 수용자 중 5번째 사망자가 발표되자 최일권 기자는 “코로나19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 또 사망...국내 7명중 5명이 정신병동 환자” 제목의 기사에서 또다시 흡연실 감염설을 주장했다. 기사는 “알콜과 도박중독자, 경증 환자 흡연자들은 담배를 못 피우게 할 경우 난동과 자해등 폭력성을 띄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도 이를 알고 눈감아 준 게 사실”이라면서 “면역력이 약한 정신병동 환자 중 흡연실 이용자가 같은 병동 환자들에게 전이 됐을 확률이 높다”는 병원 환자의 보호자 김모 씨의 말을 비중있게 실었다.

게다가 기사 말미에는 김정원 정신건강전문의가 자기 블로그에 쓴 글에서 “정신과 환자 대부분은 망상과 환청 등을 겪고 있어 스스로 위생관리를 할 수 없으므로 호흡기 감염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결국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호흡기 감염병 확산을 줄이는 방법은 철문을 지키는 것뿐”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었다.

 

이 기사는 몇 가지 이유로 진실 보도에서 멀어졌다. 대남병원 정신병동 집단감염 핵심은 왜 100%에 육박하는 수용자가 집단 감염되었으며 7%의 높은 치사율을 보이느냐 하는 점이다. 당연히 폐쇄 병동에서의 장기입원 실태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기사는 ‘폐쇄 병동인데 왜 외부 감염되었느냐’로 프레임을 바꿨다. 그러나 폐쇄병동이라도 보호사와 간호사 등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들 중 9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의료진에 의한 감염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수용자들의 외부 흡연실 이용을 감염경로로 지목한 것은 차별의식의 소산이다.

 

25일 대남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정신병동 환자들은 외박, 외부진료, 면회로 25차례 외부와 접촉했다. 이를 ‘문제’로 보는 입장과 반대로 병동의 폐쇄성을 문제로 보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최일권 프레시안 기자는 ‘정신병원의 철문을 지키자’고 주장한다. 집단 감염과 높은 치사율의 근본원인인 정신병원의 폐쇄성, 수용정책을 오히려 옹호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23일 MBN 뉴스 말미에 “일각에서는 정신병동에 있는 흡연실을 통해 연쇄 감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는 멘트로 퍼져나갔고, 24일 JTBC 뉴스에도 자세히 보도되었다. 심지어 JTBC 심층보도에서는 ‘장기간 흡연으로 인한 폐질환이 높은 치사율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전문의 멘트를 전했다. 좁고 폐쇄된 다인실에서 장기간 약물 부작용과 무기력한 생활을 반복하면 각종 만성질환에 안 걸릴 수가 없다는 정신장애인들의 아우성은 ‘흡연이 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감염내과 부교수의 막연한 진단 앞에서 묵살된다.

 

24일 중앙일보 윤상언 기자의 ““팔묶인 환자 줄담배 봤다” 청도대남병원 옥외 흡연부스 논란“ 기사 화면 캡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4일 중앙일보는 ““팔묶인 환자 줄담배 봤다” 청도대남병원 옥외 흡연부스 논란”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프레시안이 쏘아올린 정신장애인 혐오에 구체적 이미지까지 부여했다. ‘폐쇄병동 입원자들은 흡연부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병원 측과 병동 내부 환자의 진술을 전하고서도 “그러나 정신질환자로 보이는 환자가 두 팔이 묶인 채 휠체어를 타고 5층에서 흡연 부스로 내려오는 걸 본 적이 있다”는 방문환자 B씨(60)의 말을 인용하며 기정 사실화했다.

 

영화 ‘미스트’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은 괴물들이 인간을 찢어발기는 장면보다 마트에 갇힌 사람들이 공포와 광기에 휩싸여, 믿지 않는 한 남성에게 불행의 원인이 저기 있다며 선동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공포와 분노에 사로잡힌 대중에게 ‘저기 적이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행위를 주류언론이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부디 언론이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행의 원인이 정신장애인에게 있다며 손가락질하는 데 앞장서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은 강제입원·장기입원으로 대두되는 한국 정신병원 수용정책의 희생자이다. 문제는 ‘흡연실’이 아니라 바로 치료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한 채 그저 사람을 집단으로 가둬두는 오래된 정신병원 수용정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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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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