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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내 아들, 발달장애인의 성
책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등록일 [ 2020년02월28일 17시18분 ]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성적 주체로 보지 않는다. 무성적 존재, 혹은 일방적 피해자로 바라볼 뿐이다. 장애인은 사랑의 주체에서도 박탈된다. 이들의 사랑은 ‘불완전한 이들이 만들어낸 감동 스토리’로 소비된다. 사회는 장애인의 사랑과 성을 연결하여 사유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를 한 사람의 삶의 서사 속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사랑과 성과 욕망은 인간 관계의 자장 속에서 일어난다.

 

대만의 저널리스트 천자오루는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돌봄노동자, 활동가, 특수교사 등을 인터뷰하여 장애인의 사랑과 성을 담은 책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강영희 옮김, 사계절출판사)을 펴냈다. 비마이너는 이 책을 매개로 장애인의 사랑과 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애인 당사자와 발달장애인 어머니, 오랜 시간 발달장애여성의 성에 대해 고민해온 활동가의 글을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한다. 이 글을 통해 거세된 욕망의 언어가 한국에서도 섬세하게 피어오르길 기대한다. _ 편집자 주

 

① 욕망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_ 변재원
②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는 방법 _ 홍성훈
③ 이제까지 ‘장애인의 성’은 ‘장애남성의 섹스’ 이야기였다 _ 김상희
④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내 아들, 발달장애인의 성 _ 정병은


그동안 남들 앞에서 밝히기 어려웠지만 언젠가는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아들 지환이의 ‘성스러운’ 생활을 공개한다. 먼저 지환이를 소개하자면 현재 179cm, 105kg의 너무 건장한 발달장애청년이다. 지환이의 최대 관심사는 여성이다, 그것도 ‘예쁜 여성’. 남성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여성에게만 주의를 돌리고, 여성의 이름은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한다. 이미 유치원 때부터 예쁜 여자아이들을 졸졸졸 따라다녔다. 종종 너무 ‘들이대는’ 바람에 당혹스러운 나는 ‘아휴~ 쟤가 미인을 좋아해서 그래요’라고 둘러대며 민망함을 감추었다.

 

지환이의 이런 성향은 나이가 어리고 몸집이 작을 때는 귀여움으로 이해(?)받았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시작되고, 거구의 성인이 된 지금은 매우 조심스럽다. 지환이가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이고 피해자이기만 한 건 아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을 나타내는 이미지 ⓒ언스플래시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얼룩무늬에 ‘꽂혀서’ 여성의 핸드백이나 여성의 엉덩이에 ‘손을 대는’ 장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의도적인 행위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니 경찰서에 잡혀가거나, 흠씬 두들겨 맞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게다가 상황을 설명하고 변호할 수 없으니 자신이 실제로 한 행동보다 훨씬 나쁜 방향으로 ‘덤탱이’를 쓸 수도 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발달장애인이 '이상야릇한' 행동을 하니 경계하며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단추를 채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자폐 청년이 여름에 지하철에 탔다가 여성 승객의 가디건 단추를 채우려다가 성추행범으로 신고당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더군다나 지환이의 주변에는 특수교사를 포함해서 학교교사, 각종 치료사, 사회복지사의 90%가 여성이니 ‘(여)성에 눈을 뜨기에’ 좋은 환경이다.

 

- 성에 눈뜬 아이… 어떻게 해야 하지? 회피하고 싶지만 직면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문제행동을 일으킨 것은 초등 4학년 때였다. 원적학급 담임은 한눈에 봐도 세련된 멋있는 여성이었다. 2년 연속 남자 담임을 겪은 지환이는 4학년이 되어 여자 담임을 만나자 관심을 표현했다. 좋아하는 여학생의 고무줄놀이를 훼방 놓거나 괴롭히는 남학생처럼 부적절한 방식의 표현이 문제였다. ‘선생님’을 빼고 이름만 부른다던가, ‘바보’라고 말하고 도망가는 등의 행동이 갈수록 심해졌다. 발달장애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그리고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던 담임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였다. 지환이의 행동은 더욱 과격하고 난폭해져서 기물 파손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 같았으면 학폭위가 열리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결국, 지환이는 학교를 옮겼다. 특수교사는 지환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엄마가 예쁘게 꾸미고 다녀라”고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조언이다.

 

지환이는 유아기의 성행동이 거의 없었는데, 각종 치료센터와 복지관을 돌아다니느라고 성행동을 할 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고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든 후, 막연하게 느끼던 성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히 다가왔다. 지환이의 웃음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어느 날 기분이 좋을 때 내는 평소 웃음이 아닌 전혀 다른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체 뭘 하길래 저런 소리를 내지?’하고 돌아봤더니 자기 방에서 문을 열어 놓은 채 다리를 벌리고 부풀어 오른 성기를 보면서 낄낄낄, 큭큭큭 숨넘어가듯이 웃어대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다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성기를 자극했는데 자신도 처음 겪는 느낌이라 평소와 다른 소리를 냈던 것 같다. 그 광경을 보고 “야! 뭐해!” 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휴,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은 현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도 저렇게 벌거벗고 적나라한 모습으로 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초등학생 때 주변인의 잘못된 대응이 문제행동을 어떻게 고착시키는지 충분히 경험했던 터라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얼른 옷 갈아입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지환이는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얼른 웃음을 거두었다. 그 후로도 그런 웃음소리를 몇 번 들을 수 있었는데, 샤워하면서 부풀어 오른 성기를 보며 큭큭큭 대기도 하고, 성기 주변에 나기 시작한 털을 뽑으며 낄낄낄 대기도 하였다.

 

나는 먼저 무서워서 혼자 잠들지 못하는 지환이에게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네 방에서 혼자 자야 한다. 부모랑 같이 자는 건 ‘응애응애’ 아가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설득했다. 몇 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쳐서 잠자리를 독립시키고, 샤워와 화장실 이용도 혼자 하게 하였다. 지환이가 하면 속도도 느리고, 서툴고,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 결국에는 내가 해치우곤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눈을 질끈 감기로 하였다. 대변을 보고 두루마리 화장지 한 통을 다 쓰거나 변기가 막히는 일이 있어도, 비누거품을 제대로 씻지 않고 나와도 대신해 주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썼다. 속 터짐을 참다 못해서 중간에 몇 번 개입했지만, 변기가 막히면 ‘네가 뚫어라’, 비누거품이 남아 있으면 ‘다시 씻어라’를 반복하였다. 또한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갈 때는 먼저 노크를 하고, 허락받고 들어가도록 연습시켰다.

 

발달장애 청소년용 성교육 자료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졌지만 별로 소득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도 성적 욕구가 있다는 내용과 성폭력 피해예방 교육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내가 원했던 자료는 의사소통과 학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성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의 구체적인 방법과 교구였지만, 찾지 못했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초등용 성교육 문헌이나 동영상을 찾아서 지환이에게 보여주었다. ‘너의 몸을 남에게 보여주지 말고, 남이 만지게 하지 말고, 또한 남의 몸을 만지거나 보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를테면 ‘공중화장실에서 여자 일행을 기다릴 때는 2미터 떨어져 있어라’ 같은 것이다. 이렇게 했다고 해서 잘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반복해서 알려주고 행동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어제도 엄마가 옷 갈아입는데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서 혼났고, 집에서 샤워 후 벌거벗은 몸으로 뛰쳐나와서 다시 들어가 제대로 가리고 나오도록 하였다. 

 

성교육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은 생식기관의 명칭과 발달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내 또래가 그렇듯이 나도 성에 관한 얘기를 입에 올리기 어렵고, 지나친 성적 자유는 좋지 않다고 여기는 보수적인 성관념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지환이에게 생식기관의 명칭을 제대로 알려주라고? 사회적 눈치가 부족한 지환이가 어쩌다 잘못해서 이 명칭을 입에 달고 살면 어쩌라고? 변태 아니면 성도착증 환자로 취급받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다 ‘애인을 자빠뜨린다’는 말을 들은 지환이가 어찌나 자주 그 말을 입에 올렸는지, 그때 진땀을 뺐는데 지환이 입에서 정자, 난자, 음경, 고환이 나오게 하라는 말인가?

 

게다가 지환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니. 지금도 처음 보는 여성에게 ‘들이대는’ 통에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환이의 행동을 조정하느라고 애를 먹는다. 발달장애인이 성폭력을 당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장애인보다 높은 “험악한 현실 앞에서 ‘신체의 자기결정권 존중’, ‘성의 자유로운 추구’를 주장한다면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부모의 우려는 불식될 수 없”(92쪽)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성교육을 하면 성적 욕구가 솟구치고 오히려 부적절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고, 성인 발달장애인을 영원한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부모의 잘못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천자오루 지음, 앙영희 옮김, 사계절출판사) 표지 이미지 ⓒ사계절출판사

- 아들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는다면?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사춘기의 질풍노도가 꺾인 지금은 발달장애인의 성적 욕구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환이가 성인이 된 후 어느 날 지환이로부터 ‘○○집에 가서 ○○이랑 같이 자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멍해졌다. 여자랑 같이 잔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여자랑 같이 자는 게 어떻게 하는 건데?’하고 물어보았다.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싶어 이런 질문 저런 질문으로 찔러보았다. 지환이는 똑 부러진 대답을 하지는 못했는데, 유추해 보건대○○이를 좋아하니까 가까이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성은 양다리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접촉을 통해 온기를 나누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갈망으로, 종종 사랑과 분리될 수 없다’(93쪽)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가 아닌 ‘그녀’를 좋아하게 된 지환이는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는 결혼할 수 있다고 우겼다. 그런 지환이를 설득하여 직업을 갖고 살 곳을 마련한 후에 결혼하기로 겨우 합의하였다. (휴...). ‘그녀’와 결혼까지 골인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지환이의 일상생활기능, 사회성, 대외활동성 등을 고려할 때 지환이가 결혼하면 나름대로 알콩달콩 살아갈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지환이의 짝이 되어 아이를 낳게 된다면? 만일 그 아이도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기반도 있고, 어느 정도 능력도 있는 나 같은 엄마도 지환이를 키우느라고 이렇게 힘들었는데, 지환이 부부는 과연 부모로서 과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과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도와줄 수 있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도와줄까?

 

만일 특별한 도움이 필요 없는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독자적인 삶이 있고 자신의 꿈과 미래가 있는데, 부모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꿈과 미래가 꺾일 수 있다. 나아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부모의 보호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나의 손자/녀가 될 그 아이에게 삶이란 너무 가혹할 것 같다.

 

어느 쪽이 되든지 힘든 상황이고 그래서 한동안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정관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금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장애인의 인권침해라면, 마땅히 지환이의 인권뿐만 아니라 지환이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인권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소수자에게 가혹하고, 장애인 대상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사회적 지원망이 미비하면 더욱 걱정스럽다. 그러니 부모로서 장애인 자녀의 인권을 침해하는 고민이 들지 않도록 장애인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살 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의 서평을 쓰면서 지환이에게 다른 사람들이 지환이와 관련된 내용을 알아도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지환이는 다소 부끄러워하면서도 ‘알건 알아요’라고 대답한다. 처음에는 로맨틱한 책 제목에 이끌려 읽어내려갔지만,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점이 보였다. 여전히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같이 책을 읽고 얘기해 보고 싶을 만큼 참고문헌의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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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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