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09월20일sun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기고ㆍ칼럼 > 기고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성매개감염의 위험과 쾌락을 협상하기
[이슈페이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등록일 [ 2020년05월22일 16시49분 ]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과 같은 유기체는 특수한 목적성을 띠지 않고 주어진 환경과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활동할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처음 집단 발생했을 때도 그랬듯이 어떤 균이 처음 발생한 지역이나 집단의 특수성을 연결시켜 감염된 사람에게 낙인을 찍고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섹스나 친밀한 접촉을 통해서 사람 간에 전파되는 유기체에 의한 성매개감염인데, 이때에는 특히 감염된 사람의 성적 행동과 관련한 낙인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성매개감염에 의한 유병률과 사망률의 분포를 고려하면, 감염의 전파를 줄이기 위해 그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 타당한 접근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 위주의 전략은 성적 행위에 대한 금기와 두려움을 조장하고 성적 권리의 맥락에서 중요한 성적 쾌락에 대한 대화를 막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보나 의료접근권, 교육권, 노동권, 주거권과 같은 다른 권리들이 취약한 상황에서 성적 권리 역시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의 낙인을 재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들은 성적 권리를 기본적인 인권으로 위치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와 함께 성적 건강과 성적 쾌락을 권리로써 강조해왔다. 세계보건기구(2006)는 성적 건강과 성적 쾌락, 성적 권리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적 건강은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이다. 이것은 단지 질병, 기능장애 혹은 허약의 부재가 아니다. 성적 건강은 강압, 차별 및 폭력이 없는 즐겁고 안전한(pleasurable and safe) 성적 경험을 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섹슈얼리티와 성적 관계에 대한 긍정적이고 존중하는 접근을 필요로 한다. 성적 건강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성적 권리가 존중되고 보호받고 충족되어야 한다.” 즉 폭력, 낙인, 차별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할 권리는 즐겁고 안전한 성적 경험, 다시 말하면 성적 쾌락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The Global Advisory Board (GAB) for Sexual Health and Wellbeing. https://bit.ly/36ssJFx

 

성적 쾌락을 성적 건강, 권리와 연계된 삼각형의 중심에 두는 것은 두려움이나 수치를 강화하지 않으면서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다양한 위험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경험을 예방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섹슈얼리티를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삶의 부분으로 축복하는 ‘sex-positive’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1)

 

그 논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섹스를 하지만 대부분은 섹스를 통해 즐겁고, 친밀하고, 방해받지 않는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 성적 쾌락을 성적 건강과 권리의 폭넓은 접근에 통합시키는 것은 단지 성매개감염, 원치 않는 임신, 성폭력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즐겁고 안전한 성적 경험과 관계의 질을 향상시킨다.2)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AIDS의 유행 가운데 나온 ‘안전한 섹스(safer sex)’는 오늘날까지 널리 사용되는 개념으로, 섹스라는 행위가 항상 어느 정도 수준의 위험을 가져오지만 사람들이 이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안전한safe’이 아닌 ‘더 안전한safer’ 섹스인 이유는, 피임이나 성매개감염으로부터 100% 안전한 섹스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한 섹스와 성적 쾌락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안전한 섹스에 대한 믿음은 실제로 성적 쾌락을 만들고, 콘돔과 다른 피임법에 대한 사용을 증가시킨다.3) 성적 쾌락을 통합시킨 건강 프로그램들은 성적 건강, 파트너와의 소통, 콘돔 사용, 안전한 성적 행동에 대한 태도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4)

 

위험 행동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서 쾌락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생물학, 신경학, 인지에 관련한 연구들은 쾌락을 효과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성적 쾌락을 포함한 메시지가 그렇지 않은 메시지보다 더 많은 주의를 끌고, 더 쉽게 기억되며, 반대의견을 덜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콘돔을 에로틱하게 느끼기, 에로틱한 이미지와 영상 사용, 윤활제 사용을 촉진하기, ‘즐거움/쾌락 대화’ 도입하기와 같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쾌락을 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통합하는 것이 성공적으로 안전한 섹스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5) 이는 성적 쾌락을 금기가 아닌 권리로 만드는 것으로, 위험이 아닌 권리에 근거를 둔 접근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의 증가로 공적 성교육 담론의 가능성이 확장되었다. 성적 권리와 관련한 공공 정책 프로그램, 서비스 전달체계의 진입 지점에 있는 성교육 기구, 학계, 미디어 산업, 공중 보건의 책임자들은 ‘sex-positive’ 접근에 대한 디지털 미디어의 효과를 열어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6)

 

질병관리본부·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의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중 성매개감염의 위험인자에 관한 부분 갈무리.

 

동시에 성적 쾌락을 비범죄화하고 낙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성매개감염 가이드라인7)은 성매개감염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위험인자’의 예로 ‘마약 중독자’, ‘성접대부’, ‘길거리 청소년’, ‘익명의 성파트너(인터넷만남, 즉석만남, 광란의 파티)’와 같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현재 보건의료 영역이 가진 사회적 낙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가 성매개감염으로 치료가 필요할 때, 콘돔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초래했다는 비난은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의 위험은 누구에게 위험한 것인가? 다른 사회적 자원과 권리들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콘돔을 사용하라는 권고는 누군가를 안전하게 만들지도 못할뿐더러 쓸모도 없다. 필요한 것은 스스로 낙인화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덜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어떤 행위가 감염의 위험이 더 높은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 어떤 감염체가 우리 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인지, 예방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도 콘돔을 제대로 사용하도록 몸이 자동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훈련도 필요하다. 만약 본인이나 파트너가 약물을 사용한다면, 약물사용이 성관계를 할 때 미치는 리스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약물사용이 불법인 것과 별개로 건강이나 생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와 준비가 필요하다.8)

 

모든 사람은 일생에 걸쳐서 나이, 젠더, 성정체성, 성적 욕망, 성적 자원, 건강 상태, 트라우마 경험과 관련하여 성적 쾌락의 경험이 그 의미와 중요성에서 다르다. “자기 결정, 동의, 안전, 프라이버시, 신뢰, 성적 관계를 소통하고 협상하는 능력은 성적 건강과 안녕에 기여하는 쾌락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성적 쾌락은 성적 권리의 맥락 안에서, 특히 평등과 비차별, 자율성, 신체 완전성, 최상의 건강 상태에 도달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 권리의 맥락 안에서 실행되어야 한다.”9) 성적 쾌락에 대한 단 하나의 완벽한 정의는 없지만, 성적 쾌락이 즐거운 경험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허용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성 매개 감염에 대한 정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      * 

 

1. Sexual health, sexual rights and sexual pleasure: meaningfully engaging the perfect triangle, 2019
2. Framing sexual health research: adopting a broader perspective, 2013
3. Pleasure and Prevention: When Good Sex Is Safer Sex, 2006
4. Why Pleasure Matters: Its Global Relevance for Sexual Health, Sexual Rights and Wellbeing, 2019
5. 4)와 같은 글
6. 수행되고 있는 몇 가지 프로그램의 예시로 <Love Matters>, IPPF와 WAS의 <Fulfil! Guidance document for the implementation of young people’s sexual rights>, GAB for Sexual Health and Wellbeing의 <Sexual Pleasure: Training Toolkit>, the Pleasure Project의 <Sexy safe sex: The Trainer’s Guide> 등이 있다.
7.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질병관리본부·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2016
8. 연구모임 POP, https://www.facebook.com/popqueer/
9. Working definition of sexual pleasure, Global Advisory Board(GAB) for Sexual Health and Wellbeing, 2016


* 비마이너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의 이슈페이퍼와 기사 제휴를 통해 이 글을 게재합니다. 셰어 홈페이지 http://srhr.kr

올려 0 내려 0
최예훈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기획운영위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양심의 자유’ 이유로 임신중지시술 거부한 의료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필수 의료 행위로서의 임신중지
의제강간 연령기준 문제, 교차성의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프린트하기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댓글, 욕설과 혐오를 담은 댓글, 광고 등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으니 댓글 작성 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양심의 자유’ 이유로 임신중지시술 거부한 의료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2020-05-31 17:07:03)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필수 의료 행위로서의 임신중지 (2020-05-15 18: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