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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남편’이 아이의 부양의무자… 알바와 대출로 삶은 벼랑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공모전 수상작 _ 대상
가슴에 새겨진 흉터, 부양의무자 기준
등록일 [ 2020년05월29일 15시40분 ]

누구에게나 가족이 따뜻한 공간은 아닙니다. 빈곤층에게 가족은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하며,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수기공모전 ‘가족, 짐이 아닌 동반자로’를 진행했습니다. 공모전 수상작 중 세 편을 당사자와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2014년 7월, 저는 아이와 온전히 둘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그때의 기분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세상에 툭 떨어진 기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집에 오지 않는 남편을 뒤로한 채 짐을 싸고 제 결심을 알렸을 때 저는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었습니다.

 

어렵게 전화한 친정은 “니가 선택한 결혼이니 니가 책임져라”라며 등을 돌렸고 짐을 쌌다는 이유로 시어머니는 신혼집을 몰래 부동산에 내놓았습니다. 고작 5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부동산 사람들을 보며 저는 망연자실하였고 그렇게 홀로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아이에게 관심 없던 아이아빠와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시어머니는 아이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고 시댁의 폭언을 들은 친정도 아이아빠가 생각난다며 아이를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온전히 아이와 내가 아무런 연고 없이 세상에 툭 떨어진 기분.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절망적이었습니다.

 

아기의 발바닥. 사진 언스플래시

 

협의 이혼을 진행하려다 남편의 태도 변경으로 협의를 취소하고 소송을 진행하였고 소송은 장장 1년이 걸렸습니다. 돈이 없어 사채를 내게 되었고 아이를 가정어린이 집에 보낸 후 식당 서빙을 하며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주민센터며 복지기관이며 열심히 문의를 해보았지만 ‘이혼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품에 안겨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를 보며 나쁜 생각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연고지도 없던 동네에서 아이와 둘이 아등바등 살던 중 고향 은사님의 연결로 근처 교회 사모님을 통해 집을 구하고 그 집에서 아이와 둘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서울로 상경하였고 춥고 보일러도 고장 난 반지하였지만 아이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새로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직장도 구하며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건강이 나빠졌고 야근도 심해져 결국 일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혼이 되었지만 주민센터의 반응은 여전히 부양의무자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를 해줄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당장 돈은 없고 무엇이든 해야 해서 급하게 알바(아르바이트)를 찾았고 1년 반의 시간 동안 알바에서 직원으로 올라가며 사채는 햇살론으로 대환하여 갚게 되었고 상황은 나아지는 듯했지만 결국 건강과 야근으로 일을 못 하게 되어 다시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일을 알아보고 해보려고 해도 월세며, 어린이집의 특활비 등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 싶어도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결국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서 몇 번이고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로 도와줄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 뒤로 더 상황이 어려워져 알아보다가 모자원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월세에 대한 부담은 덜었습니다. 모자원에 거주하면서 그나마 지원을 받게 되었지만 그걸로 생활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양육비는커녕 연락도 되지 않는 전 남편은 소송을 통해서 감치가 진행돼야만 양육비를 주는 척했고 그 소송마저 끝나면 또 양육비는 끊겼습니다. 이행 명령과 감치 신청은 두 개를 하면 보통 1년 이상 걸렸고 매년 걸었지만 받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뉴딜일자리나 정부일자리를 통해 계약직으로 몇 개월씩 일하긴 했지만 받는 돈이 대부분 월 80~90만 원, 많아야 월 100만 원이었습니다.

 

아이는 차상위본인부담경감을 받아 다행히 병원비는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저는 모자원에 거주하며 돈벌레에 쏘이게 되었고 온몸에 난 두드러기가 곧 아토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아토피가 심하다 보니 가려움에 잠을 못 잤고 옷은 피범벅이 되었습니다. 병원비는 한 번에 4~5만 원, 바르는 약을 받는 날은 10만 원이 훌쩍 넘다 보니 병원도 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커가고 드는 돈은 더 많아지는데 어느 날 구청에서 연락을 받았고 무슨 일인가 하니 남편의 소득이 높아져 아이의 차상위본인부담경감이 해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정을 설명하였고 구청에 가서 서류를 써서 다행히 아이의 차상위본인부담경감이 해지되진 않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너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친정아버지와는 단지 통화를 한다는 이유로 부양의무자가 되어 수급자가 될 수 없었고 아이는 얼굴은커녕 목소리조차 들어본 적 없는 아빠의 소득 때문에 의료지원을 받지 못할 뻔했습니다.

 

차라리 친정이나 아이 아빠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받아봤다면 저는 아이의 분윳값과 기저귓값에 매일 밤을 죽을 만큼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친정 아빠를 원망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마치 흉터 같아서 몇 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7살이 되었지만 그때의 아픔은 마음에 새겨져서 아직도 부양의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 생각에 마음이 아프곤 합니다. 

 

부양의무자가 그에 해당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로 인해 받아야 할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 많다면, 그 삶을 이어가는 것이 힘든 사람도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와 사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는 거절과 쉽지 않은 일자리로 나쁜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기에 제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짐이 되는 일이 없어지도록, 나쁜 생각 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 심사평 ]

 

- 김경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분절된 제도로 적시에 적절한 지원을 받기 까다로운 현실을 잘 드러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운동을 설득하기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제 부양이 이뤄지지 않음에도 친정아버지와의 통화만으로 부양의무자가 되어 수급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을 소개하며,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정제형(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양육비 제도의 문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문제 속에서 어느 쪽으로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아이와 살아가야 하는 어머니의 어려움에 마음이 아픈 글. 오래 빈곤한 삶을 겪어본 이들만 느낄 수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느낌을 잘 표현해주심.
처음에는 너무 절망적이고 억울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시간이 지나며 제도가 이러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다가도 문득 순간마다 가슴에 아로새겨진 흉터처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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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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