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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허리야” 중증장애인의 입원 수난기
29일간의 병원 생활 ①
등록일 [ 2020년06월15일 18시36분 ]

- 새로운 통증과 만나다

 

얼마 전, 재활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다. 작년 연말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침대 매트리스 교체 이후로 더 안 좋아졌다. 10년 넘게 쓴 침대 매트리스가 더 이상 쓸 수 없을 지경이 돼서 거의 몇 달 동안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매트리스를 새로 구입했다. 제품도 괜찮았고 허리도 안 아프다는 사람들의 수많은 후기를 믿고 구입했는데, 내 허리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큰마음 먹고 구입한거라 ‘쓰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통증이 오는 걸 참았다. 사실 반품도 안 되는 제품이라서 어떻게든 적응하며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일이 터졌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활동지원사가 날 일으켜 세워 옷을 갈아입히려는 순간 몸에 강직이 생겼다. 강직이 오면서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활동지원사가 내 허리를 꽉 잡았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에 무리가 온 것이다. 그 순간 허리 신경의 위치를 선명하게 알려주듯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통증과는 또 다른 통증의 세계가 열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웬만한 통증에는 익숙한지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고, 이후에도 계속 아팠지만 통증을 참으며 일상생활을 지속했다.

 

- 점점 더 심해지는 장애, 장애인에게 ‘의존’이란?

 

며칠 뒤, 다시 한번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연장선으로 생긴 일 같았다. 나는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 갈 때 잠시 서 있어야 하는데, 요즈음 다리 힘이 약해지고 있어서 버티고 서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던 참이었다. 문득 더 이상 설 수 없을 때의 상황마저 직감하고 있었다. 장애가 진행되고 있음을 느꼈다.

 

장애가 진행되면 그동안 받았던 활동지원 방식도 다르게 바꿔야 한다. 나는 키도 큰 편이고 몸에 부분적으로 강직이 있지만 대체로 축축 늘어지는 상태라서 어느 정도 스스로 자의적인 힘을 받쳐주어야 활동지원을 하기 수월하다. 안 그러면 나의 모든 체중이 활동지원사에게 쏠리게 되어 한 사람이 활동지원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일대일 활동지원사와 관계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두 명의 활동지원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니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다. 나의 몸을 새롭게 탐색하며 어느 부분에서는 내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기능을 하나씩 상실해 갈 때마다 새로운 몸과 마주하는 것처럼 낯설다.

 

장애가 진행되는 속도만큼 내 몸도 점점 더 의존적으로 변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의존이 나쁜 게 아니며 누구나 환경과 조건에 따라 의존적일 수 있고 의존은 인간사회의 보편적 현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의존적인 관계는 연대의 관계로 볼 수 있다고도 하지만 장애로 인해 만들어진 의존의 영역은 간단하지 않다. 의존이 하나의 권리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예를 들어 옆에 활동지원사가 있다고 해도 다른 날보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많은 날이면 나는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게 된다. 상대는 괜찮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의 몸에서 느껴지는 힘듦이 나의 몸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나 또한 어쩔 수 없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장애로 인해 의존의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진다는 것인데, 아무리 영혼의 단짝을 만나도 상대는 내가 될 수 없으므로 순간순간 혼자만 느낄 수 있는 무기력함은 떨쳐 낼 수가 없다.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 사진 픽사베이

 

- 비싼 병원비, 부족한 활동지원시간, 병원의 눈치까지

 

연이은 두 번의 사고로 허리 통증은 더 심해졌다. 앉아 있어도, 누워 있어도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다리 힘도 약해지고 있었다. 솔직히 이미 수많은 통증의 경험이 있기에 통증의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어제와 다른 나의 장애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대학병원에서 급히 진료를 받았다. 의사에게 현재 나의 상태를 설명했더니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중증장애인에게 입원 생활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심란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기에 입원을 결정했고 입원 준비를 해나갔다.

 

거주지역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병원이라 활동지원사도 새로 구해야 할 상황이었다. 낮에 활동지원해 주시는 분은 거리가 멀지만 그대로 하신다고 해서 다행이었는데 저녁에 몇 시간 활동지원해 줄 사람은 따로 구해야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언니들한테 부탁했다. 그런데 언니들 삶에 나는 이미 부재한 존재라서 갑자기 불쑥 나의 삶에 들어오라는 부탁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눈치였다. 이 사실을 엄마가 아시게 되었고 언니들 대신 본인이 간병하겠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언니들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80세인 엄마가 간병하겠다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언니들 삶에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도 웬만해서 언니들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제도 밖의 일이 생기면 우선 말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언니들한테 말하게 된다. 매번 실망할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에도 괜히 말했다는 후회가 밀려오며 짜증 나기도 하고 치사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언니들한테 도움 필요 없다고 말하고선 활동지원사를 알아봤다. 다행히 활동지원사가 구해졌고 어차피 검사만 받고 퇴원할 거라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내 활동지원시간으로는 야간까지 받기에는 부족해서 병원 측에 밤에는 혼자 자겠다고 말했다. 원래 그래왔으니까 상관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병원에서는 당황스러워했다. 말투는 친절하고 걱정스러워하면서 미안함을 표현했지만, 결론은 ‘밤에 화장실 가고 싶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 간호사는 도와줄 수 없다’라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또 한 번 치사함을 느껴야 했다. 분명히 밤에 혼자 있을 수 있어서 괜찮다고 했는데 ‘내 장애에 붙은 어떠한 부담’이 상대에게 그림자처럼 투시되어 보이는 듯 귀찮은 환자로 낙인찍혀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입원을 해야 했기에 절대 밤에 도움 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단히 약속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입원하게 되었다.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공휴일이 껴서 기본 검사만 받고 사흘 동안 병원 밥만 먹었다. 무척 지루한 날을 보내다가 정밀검사 받는 날이 다가와서 검사를 받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혹시 또 수술하라고 하면 어쩌지?’ 걱정되기도 해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미 10년 전에 경추 수술을 했고, 수술 후유증이 심해서 3년 내내 지옥의 시간을 겪어왔던 나는 앞으로 절대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수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이틀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가 늦춰질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져 갔다. 만약 수술만이 답이라고 한다면 다시 긴 고통 속에서 회복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비싼 병원비, 부족한 활동지원시간이 걱정되었다. 또한 활동지원 이용 시엔 병원 입원 기간이 29일을 넘기면 안 되기에 더욱 초조했다(병원 입원이 30일을 초과할 경우, 활동지원급여가 중단된다). 오로지 아픈 몸에만 집중할 수 없는 나의 상황이 조금 서럽기도 했다. 그렇게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듯 오랜 기다림 끝에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수술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통증 완화를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주일을 예상했던 입원은 한 달로 연장되었다. 그렇게 예상과 달리 병원에 길게 있으면서 그동안 받아보지 못한 최첨단 재활 치료로 나는 나의 장애에 대한 또 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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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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