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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1년,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자부담 때문에 활동지원 재심사 신청했지만 “시간 삭감 두렵다”
활동지원시간 삭감된 장애인·갈 곳 없는 성인 발달장애인도 행진 참여
등록일 [ 2020년07월06일 19시25분 ]

2019년 7월 1일,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뒤로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장애인들에게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시행 1년 규탄대회’를 열고 서울지방조달청부터 잠수교까지 행진했다. 행진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비롯해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온 부모 등도 참여했다. 인터뷰를 위해 수많은 참가자에게 등급제 폐지를 실감하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변한 게 없으니까 행진에 참여한다”라는 냉소적인 대답이 가장 많이 돌아왔다. 

 

1일, 서울 조달청부터 잠수교까지 이어지는 전동행진에 안재성 무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사지마비 장애인장애등급제 폐지됐다는데 활동지원 시간은 삭감됐어요.


이날 행진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된 종합조사표에 따라 재심사를 받았지만, 장애계의 우려대로 활동지원 시간이 삭감된 사람도 있었다. 
 
전남에서 무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안재성 씨는 최중증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작년 11월, 등급제가 폐지된 뒤 도입된 종합조사표에 의해 활동지원 재심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한 달에 391시간 활동지원을 받고 있던 그가 7구간을 받게 되면서 활동지원 시간이 350시간대로 떨어졌다. 결과를 받아보고 화가 난 그가 조사원에게 왜 떨어지게 되었는지 묻자, 자신들도 종합조사표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올해 초에 이의제기했더니 7구간에서 5구간으로 올랐어요. 물론 5구간이어도 지금 받는 활동지원 시간보다 부족해요.”
 
그는 이의제기를 통해 구간이 터무니없이 낮게 나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그가 직장에서 급여를 받지 못해 ‘사회활동’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재심사를 받을 당시에도 분명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신규 센터여서 지자체 보조금이 나오지 않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종합조사표에서는 사회활동의 범위를 너무 축소한 것 같아요. 복지관을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범위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4대보험이나 재직증명을 통해 ‘직장생활’을 증빙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행히 그가 올해 이의제기할 때에는 마침 직장에서 급여를 받게 되어 사회활동이 인정되면서 활동지원 구간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인정조사표에서 받은 활동지원 시간보다는 낮았다.  앞으로 3년간은 산정특례를 통해 기존 시간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이후 복지부 대책은 없다.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것부터 복지부 스스로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들어보니까 아무런 대책 없이 기존에 있던 이의신청 제도를 강화한다고 하는데, 잘못은 인정하면서 3년 뒤에도 그대로 둔다는 게 어이가 없어요.”

 

1일, 서울 조달청 앞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시행 1년 규탄대회’에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자부담 때문에 활동지원 재심사받긴 했는데… “시간 삭감될까 두려워요.”


장애등급제 폐지 후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현장에서는 오히려 혼선이 오가기도 했다. 
 
월 500시간 넘게 활동지원을 받는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중증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김 씨는 활동가로 살며 수입이 많지 않은 처지에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면서 매달 약 25만 원대의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다. 게다가 매년 치솟는 본인부담금으로 인해 그는 빚까지 떠안고 있다. 그러던 중 그는 올해 장애등급제 폐지 후 새로 변경된 기준으로 적용된 본인부담금 액수를 통보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부담금이 낮아지긴커녕 작년보다 무려 월 9,700원이나 또 오른 것이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서비스 종합조사표의 도입으로 활동지원 급여산정 방식이 변경되자 본인부담금 산정방식도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종합조사를 받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 새로운 산정방식의 변경으로 본인부담금이 인상될 수 있으니 종합조사를 신청하라고 권했다. 결국, 김 씨는 고민 끝에 활동지원 시간 하락의 두려움을 안으며 활동지원 재심사를 신청하게 되었고, 현재는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활동지원 시간이) 삭감될까 두렵지만, 자부담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하는 수 없이 재심사를 받았어요. 만약 구간이 떨어진다면… 난리 나겠죠?”

 

1일, 최명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과 그의 자녀 김성현 씨가 함께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성인 발달장애인 “집에만 있었더니 10킬로가 쪘어요.”


이번 장애등급제 폐지 후 도입된 종합조사표로 발달장애인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최명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은 성인발달장애인 아들인 김성현(22살) 씨와 함께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
 
올해 초,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난 뒤 성현 씨는 활동지원 재심사를 받았다. 다행히 직업훈련센터를 다니게 되면서 사회활동이 인정되어 활동지원 시간이 101시간에서 140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자립생활을 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중증 자폐성장애가 있는 그에게 심사 담당자는 “이 정도면 다 할 줄 아네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성현 씨의 어머니는 이런 심사 담당자의 말이 원망스럽다. 
 
“정말 아들의 현실을 알고 싶다면, 활동지원 심사과정에서 딱 30분만 같이 산책을 해보면 돼요. 아들은 길을 걷다 갑작스럽게 돌발행동을 보이거나 도움이 필요해도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데 충분한 지원 없이 어떻게 홀로 자립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민간 복지기관들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은 올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제주와 광주에서는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도 잇따라 일어났다.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자녀를 죽인 건 엄연한 살인이에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일 슬픈 건 부모와 당사자가 아무리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도 국가는 아무런 대답도 안하고 있다는 거예요.”
 
특히 대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사례가 급속히 증가하자, 복지관과 직업훈련센터가 문을 닫아 성현 씨의 사회활동은 수개월간 중단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성현 씨의 체중은 10킬로가 늘었다.
 
“오늘은 노래방에 갈 거예요. 저는 ‘멋쟁이 토마토’랑 ‘카드캡터 체리’ 노래를 좋아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요.”
 
성현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금요일마다 노래방에 가고 영화관 가서 영화보기를 즐겼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고부터는 문화생활을 좋아하던 성현 씨만의 패턴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현재 성현 씨가 하루 중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바깥 활동은 저녁 산책이다. 그는 저녁이 되면 가족과 함께 텅 빈 공원을 잠깐 다녀온다. 
 
“(성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언제 저녁 산책을 갈 건지 물어봐요. 그것 말곤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1일,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서울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저도 이제 장콜 타요.”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은 지난 1일,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지 1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그가 ‘장애등급제 폐지 1주년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모바일앱에서 서울조달청을 목적지로 하는 장애인콜택시를 부르자 15분 만에 택시가 도착했다.
 
변 정책국장은 평소 목발을 짚고 걷는다. 그는 원래 ‘지체장애 3급’이었다. 그러다 올해 다시 발급받은 그의 복지카드에는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라고 적혀있었다. 
 
등급제가 폐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1·2급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발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지만, 몇 년 전 목숨을 잃을 뻔한 큰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더 이상 대중교통 이용은 피하고 무리해서 승용차를 샀다. 
 
그러던 중 그는 2019년 9월부터 서울에서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으나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중증장애인 또한 바우처택시를 탈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2월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난 6월 22일, 그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 뒤 다시 한번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담당 공무원이 ‘장애정도 확인서’가 필요하다며 처음 장애진단을 받았던 지역에서 서류를 떼어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 장애진단을 받았던 곳은 제주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제주도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동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까 노심초사했다.

 

“처음 장애인콜택시를 타보니까 너무 설레요. 차 안에 공간도 넓어서 목발 놓기도 편해요. 그런데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대형차가 왔네요? 대기자가 많다 보니까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차를 뺏는 듯한 죄책감이 들어요.”
 
이날 택시를 운전하던 기사는 처음 장애인콜택시를 타본 그에게 원래는 이용자가 훨씬 많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복지관들이 문을 닫아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기사의 말에 변 정책국장은 앞으로 장애인의 사회생활 영역이 확장되어야 장애등급제 폐지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뒤로 실제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들의 수는 더 많아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혀 이용을 못 하고 있어요. 평소 장애인의 사회생활 영역이 복지관 같은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요. 앞으로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완전한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투쟁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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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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