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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수시설 어울림플라자, 2024년 설립 가능할까?
어울림플라자 둘러싼 서울시-주민-장애계 입장 차이 여전
장애인 시설 대폭 축소되어 전체 공간의 20%에 불과
등록일 [ 2020년07월31일 21시27분 ]

어울림플라자 부지인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과 백석초등학교가 함께 담긴 모습. 사진 허현덕
 

강서구 어울림플라자 건립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건립 논의가 시작된 어울림플라자를 둘러싸고 서울시-주민-장애계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등촌1동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다. 서울시가 계획한 2024년까지 완공은 가능할까.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오후 7시 강서평생학습관 2층 대강당에서 어울림플라자 사업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당초 지난 7월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주민 설명회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갑작스럽게 취소된 후 장소를 옮겨 진행됐고, 일부 주민들은 하루 전에 공지된 설명회에 불만을 품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참가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여 강당에 들어오지 못한 주민들은 6층에서 스크린을 통해 설명회를 지켜봤다. 고성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설명회 내내 날카로운 발언 속에서 첨예한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대폭 축소된 장애인 시설,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20%에 불과

 

이날 장애계에서는 당초보다 장애인 시설이 축소된 점과 장애계와의 소통 문제를 제기했다. 어울림플라자는 지난 2013년부터 ‘서울 장애인플라자(가칭)’로 이름을 정하고, 장애인의 문화시설로 건립이 추진됐다. 당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서 건물 부지(강서구 공항대로 489)에 건립 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다 지난 2015년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추진하며 어울림플라자(가칭)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시는 어울림플라자를 연면적 23,758㎡(대지면적 6,683㎡)에 지상 4·5층, 지하 4층 건물로 구상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3~4층 교육·연수시설, 5층 장애인치과로 건물의 20% 정도에 그친다. 그중 주민들이 현재까지도 반대하고 있는 숙박시설은 20개 동으로 최대 40명이 머무를 수 있는 수준이다. 대방동 여성플라자는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최대 128명까지 투숙 가능하다.

 

등촌동 장애인단체 회원 ㄱ 씨는 “그동안 연수시설은 여성플라자를 이용했는데,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연수시설은) 고건 서울시장(1998.7~2002.6) 때부터 계속 요청했던 것”이라며 “백석초등학교(아래 백석초) 학부모들이 안전상의 우려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기에 서울시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거다. 그런데 지금 발표대로라면 장애인이 이용하는 공간은 20%에 불과하다. 그동안 서울시가 장애계와의 소통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 이제는 장애인플라자가 아닌 ‘비장애인플라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조경익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이 어울림플라자 추진 배경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조경익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은 “장애계와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앞으로 잘 소통하겠다”면서 “어울림플라자의 핵심기능은 ‘장애인 연수시설’이라는 숙박기능에 있는데 우려가 많다. 연수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에 한정한 공간인 만큼 호텔이나 모텔의 기능이 아니다. 사실상 이 기능이 없다면 어울림플라자의 설립 의미가 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 부지 인근 주민들 “반대”, 일부 주민들 “환영” 주민들 간 의견도 분분

 

장애계의 지적처럼 어울림플라자 20%를 제외한 곳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도서관, 수영장,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7년부터 주민들이 강력하게 요청한 공영주차장(170대 규모)도 지하 3~4층에 걸쳐 조성된다. 2017년 이후 서울시와 주민들은 27차례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5년간 두 차례의 용도 변경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건물 철거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날 설명회에서 어울림플라자 건립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오는 8월부터 철거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구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건물 붕괴 위험이 있어 조속히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계획상으로는 2021년 상반기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1년 하반기 본공사를 착공해 2024년 2월부터 이용 가능하다. 이는 2022년 하반기를 목표로 했던 지난해 6월 계획보다 1년 반가량 늦춰진 것이다. 그러나 설명회에 모인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강서구청에서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 철거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건립 계획부터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은 어울림플라자 건립에 반감을 보이며 ‘다른 공터에 지어라’, ‘강남이나 김포에 지으면 되지, 왜 굳이 이곳(등촌동)에 지으려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대하는 주민들 대부분은 안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어울림플라자 부지 인근에는 백석초와 별빛어린이집, 다세대 주택, 아파트 등이 밀집돼 있다. 특히 부지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백석초 건물이 있다. 30년 이상 노후한 건물로 지척에서 지하 4층까지 지반 공사를 할 경우 버티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한 3년이나 지속될 본공사 기간 동안 500여 명의 백석초 학생들의 등하교 시 사고 발생 가능성, 소음과 먼지로 인한 건강 문제, 학습권 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는 나올 수밖에 없다.

 

어울림플라자 부지 인근에는 백석초등학교와 별빛어린이집, 아파트,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다. 서울시 보도자료 캡처


이에 시공사인 SH 측에서는 지반 굴착 시 CIP 흙막이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며, 안전 펜스를 규정보다 높이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통학 동선에는 안전통로를 설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별빛어린이집의 경우 임시 이전도 고려할 예정이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백석초 학부모 ㄴ 씨는 “서울시청에서는 학부모들에게 납득 가능한 이야기를 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늘 설명회는 이미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반복한 것이다”라며 “구체적인 안전 대책과 학습권 보장에 대한 내용을 대면면담을 통해 제시해주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서울시의 소통부재를 지적했다.

 

백석초 학부모 ㄷ 씨는 “서울시가 밝힌 본래의 목적인 장애인 전용 시설은 20%밖에 안 되는데, 이를 조성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선심 쓰듯 복합문화시설을 무리하게 넣어 좁은 부지에 지나치게 대규모 시설을 짓는 게 타당한가?”라며 “백석초 학생들과 등촌1동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대규모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시설이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오후 7시 강서평생학습관 2층 대강당에서 어울림플라자 사업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반면 찬성 쪽에서는 장애인치과와 등촌동에 없는 문화시설과 주차난을 해소할 공영주차장을 위해서라도 빨리 건립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장애인 자녀의 어머니 ㄹ 씨는 “백석초 학부모들은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그러나 2017년 공청회 때도 이미 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부모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 같다”며 “장애인의 경우 일반 치과에서는 받아주지 않아서 어울림플라자에 생길 장애인치과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이 합의를 안 해주면 짓지를 못 하는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등촌동 주민 ㅁ 씨는 “등촌1동에는 복지관도, 수영장도, 주차장도, 도서관도 없는데 어울림플라자에 다 생긴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등촌동 주민 모두가 반대한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백석초 학부모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등촌동 주민 모두가 그 공간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며 주민들, 서울시, 강서구, 장애인단체가 함께 모인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경익 과장은 “어울림플라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서울시를 만들고자 향후 20~30년을 내다보고 계획한 건물이다. 공사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피해를 최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설명회 이후에도 주민들을 만나서 안전성에 대한 대책을 세심하게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자리를 떴고, 어울림플라자 건립에 대한 합의는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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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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