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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활동지원 3년 ‘시한부 선고’ 받자 밧줄에 목매달아
활동지원 종합조사로 산정방식 변경 뒤 ‘5명 중 1명’ 활동지원 시간 삭감돼
3년 동안 급여 보전하는 산정특례 기간 끝나면 구제 방법 없어… “죽으라는 말”
등록일 [ 2020년08월06일 20시24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앞으로의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활동지원 시간을 삭감당한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이 3년의 ‘시한부 선고’를 상징하는 밧줄에 목을 매고 있다. 사진 이가연

 

활동지원 시간이 삭감돼 3년 동안 산정특례를 받은 장애인들이 ‘시한부 선고’와 다름없다며 밧줄에 목을 매다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활동지원 시간을 삭감당한 이들과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해 3년의 ‘시한부 선고’를 상징하는 밧줄에 목을 매고 눈물을 흘렸다. 

 

전장연은 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앞으로의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변경된 종합조사에 따라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18,295명 중 2,473명(19.52%)의 활동지원 구간이 하락했다. 무려 5명 중 1명 꼴로 활동지원 시간이 삭감된 것이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이러한 급여하락자에게 3년 동안 기존의 급여를 보전하는 ‘산정특례’를 적용했지만, 3년의 기간이 끝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복지부가 제6차 고시개정위원회 회의에서 산정특례가 끝난 뒤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개별적 구제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새로운 대책이 아닌 기존의 이의신청 제도를 다시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장애계는 복지부에 급여 하락자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중증 근육장애인 김진우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갱신조사 후 활동지원시간이 431시간에서 70시간이 삭감되어 360시간이 되었다. 사진 이가연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은 중증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갱신조사를 받은 뒤 활동지원 시간이 기존 431시간에서 330시간으로 변경돼 101시간이 삭감됐다. 그에게는  산정특례에 의한 급여 보전이 끝나기까지 2년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서 소장은 “월 101시간이 삭감되면 하루에 3시간의 활동지원이 사라진다.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해 아마도 하루에 한 끼를 굶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건강이 안 좋아져 언제 죽을지 모른다”라며 분노했다. 게다가 서 소장은 “국민연금공단(아래 공단)에 급여 하락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담당자가 활동지원 시간이 더 삭감될 수 있으며, 산정특례도 못 받게 된다고 협박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의신청을 하면 산정특례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은 잘못된 내용이었다. 결국 서 소장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한 끝에 담당자는 사과했지만, 공단이 잘못된 정보제공을 해 이의신청 포기를 종용한 셈이다.

 

중증 지체장애인 홍성훈 씨는 갱신조사 이후 기존의 활동지원 시간 401시간에서 161시간이 깎인 240시간을 통보받았다. 하루아침에 활동지원 시간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홍 씨는 “제 손으로 밥을 먹게 되었나. 혼자 씻게 되었나.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산정특례를 통해 3년 동안 급여를 보전한다지만 이는 매우 무책임한 대책이다. 산정특례 기간이 끝나면 혼자 하지 못 하는 일을 갑자기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3년이 지나서도 결코 저의 권리인 활동지원을 빼앗기지 않도록 제 존재를 걸고 싸울 것”이라며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했다.

 

홀로 숨을 쉬기 어려운 최중증 근육장애인 또한 활동지원 시간이 대폭 삭감되었다. 김진우 씨는 중증 근육장애인으로 활동지원사의 도움 없이 홀로 호흡을 할 수 없다. 김 씨는 “저처럼 호흡기를 차고 있다가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가장 두렵다”라며 “지금도 활동지원사가 홀로 저를 지원하는 것도 부족한데 활동지원 시간이 삭감되었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김 씨는 인정조사표 기준 활동지원 구간이 1등급이었지만, 갱신조사를 받으면서 종합조사표 기준 5구간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활동지원시간이 431시간에서 70시간이 삭감되어 361시간이 되었다. 황당한 마음에 김 씨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잠잘 때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정부는 말만 할 뿐 저의 생존권을 지켜주지 않았다. 저는 숨 쉬는 것마저 돈을 내고 불안하게 살아가야 한다”면서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했다.

 

갱신조사 후 활동지원 시간이 100시간 가량 삭감된 장애인 당사자가 밧줄에 목을 매달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들 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갱신조사 이후 활동지원시간이 238시간에서 40시간 깎여 198시간이 된 시각장애인, 94시간에서 34시간이 깎여 60시간이 된 29살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400시간에서 70시간 깎여 330시간이 된 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유형의 급여하락자들과 그의 부모가 참여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앞으로 급여가 하락할까 두려워하는 장애인들도 함께 투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 앞으로 자리를 옮겨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고 적힌 저울에 달린 밧줄에 목을 매 눈물을 흘렸다. 정부가 장애인들에게 시한부 선고를 하며 이들의 생명을 저울질하는 현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고시개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급여하락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 복지부를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1기 고시개정위원회가 끝나고 곧 2기로 넘어가지만, 복지부는 급여하락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오히려 종합조사 판정 기준에 소득과 고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면서 “급여하락자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중증장애인의 생존권을 점수화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라며 복지부를 비판했다.

 

따라서 전장연은 복지부에 산정특례 보전자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종합조사 대상자 전체 1구간 상향 △제2차 장애인서비스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 구성 및 산정특례 보전자 대책 마련을 위한 안건 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표에 대해서는 △시각장애,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한 항목과 점수 개선 △현행 종합점수 산식의 계산방식 전면 개편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을 위한 평가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센터판 소장이 세종대왕상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고 적힌 저울에 달린 밧줄에 목을 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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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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