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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요구하며 ‘삭발’ 단행
제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 포함해야
중생보위 열리는 10일, 세종시 가서 삭발 투쟁 예고
등록일 [ 2020년08월07일 19시55분 ]

이형숙 ‘장애인과가난한 사람들의 적폐 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문재인 대통령님, 간절히 바랍니다.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주십시오.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대선 공약처럼 제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넣어주십시오. (…) 오늘 저의 머리를 삭발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장관에게 보내겠습니다. 중증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몸을 내놓고 싸우는 것. 이 몸 밖에는 싸울 것이 없습니다.” (이형숙 ‘장애인과가난한 사람들의 적폐 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바라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삭발투쟁을 시작했다.

 

7일 오후 2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아래 제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담을 것을 촉구했다. 이어서 1,842일간 광화문 농성장을 지켰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의 이형숙 집행위원장이 삭발로 절박함을 알렸다.

 

삭발하는 이형숙 집행위원장. 사진 강혜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다짐하며, 중생보위 회의가 열리는 오는 10일에는 세종시에 가서 삭발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강혜민

 

특히 오는 10일 열리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는 제2차 종합계획(2021~2023)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과도 연관이 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2017년 8월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꾸린 광화문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약속했다. 이때 박능후 장관은 ‘제2차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담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약속을 믿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1842일 만에 농성을 마무리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7월 3일에 열린 제59차 중생보위 회의장 앞에서도 박능후 장관은 “2년 안에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과 달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가 아닌, ‘완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발표한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에서는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만 담겼으며, 지난 7월 31일 열린 중생보위 회의 안건에도 의료급여에서는 ‘중장기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후퇴 안이 담겼다.
 
이러한 정부 계획에 시민사회단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제정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정부가 정확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지난 7월 23일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7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사진 강혜민

 

로즈마리 홈리스야학 학생은 “거리에서 지내게 된 경험, 가족과 단절된 이유를 상세하게 말해 ‘가족관계 단절’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데 가정폭력, 이혼 등을 소명하는 것 자체가 수치심과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며 “수급신청 과정에서의 수치심과 거절의 경험은 홈리스들에게 수급자로서의 진입을 막고,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퍼져서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이 안 된다는 인식이 점점 견고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교육급여(2015년), 주거급여(2018년)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지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은 2022년부터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의료급여다. 우리나라 의료급여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한데,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과의 연계를 통해 저소득층 의료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없이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빈곤의 사슬’을 의미하는 밧줄을 손에 쥐고 있는 이형숙 집행위원장. 이 집행위원장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님,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모두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수립해주세요”라고 쓰여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중생보위 회의 안건에는 제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만 담겨 있는데, 사실상 하나마한 이야기다”라며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안 되면 생계급여를 받게 되더라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에 불과한데, 정부는 이를 7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한다. 이처럼 여전히 우리나라의 의료비 부담은 개인과 가족에게 돌아가고 있는데 의료급여를 대신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운운하는 것은 재정논리에 밀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도 건강보험이 있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며 “현재 건강보험 체납자 중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인 빈곤가구가 많다. 건강보험 체납상태를 유지하면서 병원 이용은 꿈도 꿀 수 없는데, 건강보험에서의 저소득층 혜택이 의료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말을 정부는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제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를 포함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을 담으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재난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재난 상황에서 죽어갔고, 빈곤의 사슬에 묶여 있었다. 그 사슬을 풀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만 수립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도 존엄한 생명으로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고 외쳤다.

 

이어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이형숙 집행위원장이 삭발을 했다.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활동가들은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로는 빈곤문제 해결할 수 없다!, 생계급여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하라!’, ‘정상가족복지신화 시효만료’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날 모인 이들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다짐하며, 중생보위 회의가 열리는 오는 10일에는 세종시에 가서 삭발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성 15일 차를 맞이한 광화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 농성장.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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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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