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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따른 공약 파기에 다시 농성 돌입한 장애인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예산 확대 요구하자, 코로나19 이유로 어렵다는 정부
장애계 “재난의 시기에 더 큰 위기 온 장애인들을 위한 예산 반영해야”
등록일 [ 2020년08월12일 21시16분 ]

공동행동 등은 12일 오후 3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정부가 약속한 장애인 정책 이행을 위한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농성을 선포했다. 한 참가자가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약속을 지켜라'라고 적힌 피켓을 보이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인들이 3대 적폐폐지(장애등급제 진짜폐지·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위한 내년도 장애인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또다시 광화문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각 부처 간 마지막 조율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등이 12일 오후 3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정부가 약속한 장애인 정책 이행을 위한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농성을 선포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8월 21일부터 2017년 9월 5일까지 무려 1,842일 동안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그리고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외치며 길고 긴 농성 투쟁을 벌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후보 시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으며, 이후 문재인 정권이 시작되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와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차례 약속한 3대 적폐 폐지 정책에 대해 여전히 제대로 된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는 와중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약속 이행을 파기하는 등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애인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장애계와 각 정부 부처가 내년도 예산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부 측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를 이유로 예산 반영에 소극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는 게 장애계의 설명이다.

 

공동행동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 간 마지막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를 만나 예산안을 협의했지만, 만날 때마다 관료들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예산 반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예산 반영이 더 어렵다는 것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파헤치는 무책임한 핑계다. 코로나19로 인해 집단 수용시설에 있던 장애인들이 죽어 나갔는데, 그 피해를 줄이려면 집단 수용시설 정책을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라며 정부에 탈시설 정책 이행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2018년 2월부터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진행했지만, 회의는 2019년 4월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논의된 계획과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중앙정부의 2020년 장애인 탈시설 예산은 0원이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아울러 지난 2019년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장애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활동지원 급여 산정방식이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바뀌면서 갱신조사를 받은 18,295명의 장애인 중 무려 2,473명(19.52%)의 활동지원 시간이 삭감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해결책이라고 마련한 산정특례로 급여하락자는 3년 동안 기존의 급여를 보전받을 수 있지만, 3년의 기간이 끝난 뒤에는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종합조사표에 의해 활동지원시간이 100시간가량 삭감되어 산정특례로 급여 보전을 받고 있는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종합조사표를 비판했다. 서 소장은 “종합조사표는 내가 얼마나 능력이 없는가를 증명해야만 시간이 많이 나온다. 우리가 바라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것인가.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서 예산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아직 OECD 장애인 예산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라며 장애인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한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했다. 

 

또한 장애등급제가 폐지됨에 따라 발달장애인들도 장애유형에 맞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복지관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중단된 상황에 울분을 터트렸다. 김 부대표는 “비장애인들도 코로나19로 우울하다고 하지만, 모든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중단되어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하루 종일 함께 하는 부모와 자녀의 삶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발달장애인 예산을 100억 원이나 삭감했다”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정부는 지난 6월 5일, 코로나19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 것을 고려했다며 3차 추경안에서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 후 활동서비스 예산을 331억 원에서 무려 100억 원(30%) 감액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경안이 제출되기 불과 이틀 전에는 광주에서 중증 발달장애아들과 어머니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이와 유사한 사건이 지난 3월 제주도에서도 발생했다. 돌봄에 지친 가족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 예산을 삭감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는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한 ‘완전폐지’ 공약도 파기했다. 10일 열린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아래 제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를 제외한 채 생계급여에서 2022년까지 단계적 완화만 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는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제2차 종합계획 수립 시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폐지가 아닌 ‘개선’을 강조했다. 생계급여에서의 폐지도 완전한 폐지가 아닌, 9억 원의 고소득·자산이 있는 부양의무자는 제외한다. 이로써 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공약 이행을 파기한 것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9억 이상의 고액 재산을 가진 부양의무자에게는 생계급여에 있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제외한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의 방지를 위해서라지만, 실제로 부모가 9억 이상 있어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수급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김 사무국장은 “우리의 투쟁으로 인해 주거급여에 있어 부양의무자기준은 완전히 폐지되었다. 그래서 정부가 염려하던 도덕적 해이나 호화로운 사람이 수급자로 진입한 사례가 있냐고 물어보자 정부는 없다고 대답했다”라며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통해 복지의 일차적 책임을 가족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들은 3대 적폐폐지를 위한 농성 1일 차를 선포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이 ‘집단수용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하라!’, ‘중증장애인 3년 시한부 선고’라고 적혀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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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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