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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견 입장 거부한 청년다방, 사과도 없어 ‘인권위 진정’
장애인보조견 거부 행위 지적에 청년다방 본사 ‘잘못 없다’ 회신
“보청견 입장 거부한 차별행위, 파급효과 클 것으로 판단해 인권위 진정”
등록일 [ 2020년08월13일 18시37분 ]

원 씨의 보청견 구름이의 모습. 원 씨와 함께 이동할 때 노란색 조끼를 입는다. 조끼에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라고 새겨져 있다. 사진 진정인 제공

 

“청각장애인보조견(아래 보청견)과 함께 다니면서 수백 번 출입 거절을 당합니다. 대부분 몰라서 그랬다며 사과하는 곳이 많은데, 청년다방에서는 제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무시했습니다. 그게 가장 기분 나빴습니다.” (피해자 원 아무개 씨)

 

보청견 출입을 거부한 프랜차이즈 업체 ‘청년다방’과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거부한 청년다방의 본사 ‘한경기획’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당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1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 사실을 알렸다.

 

진정인 원 아무개 씨는 지난 2018년부터 보청견 구름이와 함께 다닌다. 구름이는 주변소리를 감지해 원 씨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원 씨는 청년다방 ㄱ 지점에 방문했다. 그런데 청년다방 ㄱ 지점에서는 보청견을 이유로 원 씨 일행의 출입을 막아섰다. 원 씨가 보청견은 반려동물이 아니라며 ‘보청견확인증’을 제시했지만 직원은 확인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원 씨는 보청견 출입은 당연한 권리이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직원은 다른 자리로 옮기라고 강요하며 주문도 받지 않고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원 씨가 다시 한번 보청견에 대해 설명하려고 직원의 어깨를 쳤는데, 직원은 이를 폭행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원 씨도 장애인차별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출동해서도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원 씨에게 구청이나 인권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진정인 원 아무개 씨가 청년다방에서 있었던 일을 수어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에서는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차별행위)에도 ‘보조견 사용을 방해하거나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행위’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장추련은 청년다방의 본사 ‘한경기획’에 보청견 출입거부가 위법한 행위임을 알리고 사건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오히려 장애인당사자가 과도하게 화를 내고 지속적인 위협과 영업방해를 했고, 보청견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또한 원 씨의 주장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장애인보조견의 출입 거부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업체 측에 명백한 차별행위임을 알리면 사과와 시정조치를 약속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그러나 청년다방 본사는 ‘보청견 입장을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정인이 업무방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곳인 만큼 차별행위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여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인권위에 진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청견 출입을 거부한 프랜차이즈 업체 ‘청년다방’과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거부한 청년다방의 본사 ‘한경기획’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당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 사실을 알렸다. 사진 허현덕

 

장애인들은 음식점에서 입장 거부를 비롯한 많은 차별을 경험한다. 보청견, 시각장애인안내견 등의 장애인안내견의 거부는 물론, 휠체어이용자도 음식점 이용 제약이 많다. 물리적 접근은 물론이고 휠체어가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홀대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며칠 전에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어 밥을 먹지 못했다”며 “휠체어이용자들은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아니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밥을 먹게 된다. 이는 휠체어이용자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보청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 음식점 직원이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보청견에 대한 설명조차 들으려고 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게 문제다”라며 “이번 사건은 진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 차별과 배제의 문제다. 또 다른 장애인들이 이러한 비인격적, 비인간적인 차별을 받지 않고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인 원 씨도 이번 사건을 보청견에 대해 알리고 인식개선의 계기로 삼고 싶다고 설명했다. 보청견도 시각장애인안내견처럼 훈련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안내견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원 씨는 “보청견을 알리기 위해 구름이에게 조끼를 입히고, 가방에도 보청견을 알리는 팻말을 붙이고 다닌다”며 “최근 국회에서는 김예지 의원의 시각장애인안내견 조이를 계기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데, 청각장애인에게는 보청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추련은 인권위 진정을 시작으로, 해당 사건이 일어난 구청에 보청견 거부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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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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